맛있는 성경이야기 - 삶을 축복으로 이끄는 성경 레시피
유재덕 지음 / 강같은평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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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주 단순하게 성경책을 읽으면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우리는 아주 비슷한 데가 많아’ 했었더랬다. 틈틈히 하는 성경공부를 통해 우리랑은 전혀 반대로 이스라엘엔 겨울에 비가 많이 오고 여름에는 건기라는 것을 배웠어도, 이스라엘 땅이 그 자체로 고원이라는 것을 머리론 알고 있어도 거기 가서 살아도 문화적으로 아무런 거리낌이 없겠거니 생각했었다. 어머나, 이게 왠걸~!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유대교를 믿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 기후와 환경의 조건으로 생전 처음 보는 것이 태반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눈에 있던 비늘이 벗겨지듯이 알았다. 하긴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미의 극치인 프랑스 요리, 합리적으로 보이는 미국 요리, 단촐하면서 세심한 일본 요리, 열정적인 이탈리아 요리 외에 내가 알고 있는 세계 요리엔 이스라엘 요리는 들어가지도 않는다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그건 당연하다.
 
의. 식. 주. 이 세 가지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어떤 나라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의식주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차후에 그 나라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의식주에는 그 나라의 지형, 기후, 사고 방식, 국민성 등이 반영되기 때문일 것인데, 그래서 성경을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들은 이 책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의 食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접하고 난다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보고 난 뒤에 이제까지 예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내가 생각했던 말씀과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어차피 인간은 그가 먹은 것으로 그의 몸을 만드는 것이니 음식의 영향력을 떨쳐버리려고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말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언제나 다른 문화를 알아가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하고, 기독교인들이라면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구성은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재미있는 식탁 이야기」로,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음식이야기를 선별해서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먹었는지와, 이제껏 사실과 다르게 우리에게 알려진 것에 대해서 정정해주는 내용이 포함된다. 아브라함이 두 천사와 여호와를 대접했던 빵이 피타 빵이었다든지, 야곱이 에서에게서 갈취한 장자권이야기에서 나오는 붉은 죽이 보통 ‘팥죽’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나라에선 팥은 자라지 않고, 그 대신 세 가지 색으로 나는 렌즈콩이 많이 자라니 그것으로 죽을 쑤어주었던 것이라고 추측한다는 것 등이다. 렌즈콩은 렌즈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진짜 희한하게 생긴 콩이었다. 이러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지리상으로는 지중해랑 가까워서 이탈리아와 비슷하겠거니 했었는데, 너무나 다른 재료와 모르는 요리 뿐이니~!
 
2부 「달콤 살벌한 먹을거리 이야기」에서는 금기가 되는 음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시면서 하나님께서 먹어도 되는 것과 먹으면 안되는 음식을 구별해주셨는데, 그 율법을 아직까지도 지켜내려 오고있는 것이다. 역시 그들의 끈질임과 인내는 알아주어야한다. 그런데 이 율법에는 의아하게 생각될 것들이 많다. 되새김질을 하지 않는 돼지는 왜 먹으면 안 되는 것인지, 비늘이 없는 미꾸라지나 장어는 먹으면 왜 안 되는 것인지, 한국 사람들이 열렬히 사랑하는 게나 새우, 그리고 오징어도 먹으면 왜 안 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런데 율법에는 ‘법’만 나와 있을 뿐, 그 해설은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랍비마다 다른 해석을 보인다. 그 중 나는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가 말한 지역적인 조건 때문이라는 가설이 참 마음에 든다. 돼지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땀샘이 없기 때문에 진흙탕에 굴러서 몸을 식혀야 하는데 이스라엘은 돼지가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지형과 기후를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또한 먹을거리가 그리 풍족하지 못한 건조 기후인 이스라엘에서는 인간이 먹을 수 없는 풀 종류를 먹어주는 가축이 필요한데, 돼지는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기 때문에 고기를 얻자고 다른 음식을 경쟁할 순 없다는 것이다. 참 그럴싸하지 않은가!
 
마지막 3부에서는 「즐거운 축제 음식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온 내용이었는데, 아무래도 이스라엘의 절기를 지키면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 많이 나오니 관심이 많아졌다. 우리가 추석 때 송편을 먹고,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처럼 그들도 유월절, 수전절(하누카), 속죄일(욤 키푸르) 등의 날에 하는 행동과 기념하는 음식이 다르다. 그 중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은 그들이 안식일에 먹는 할라 빵이다. 꼭 머리를 땋은 것처럼 보이는 빵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아주 부드럽고 달콤하다는데 정말 사진으로 보고만 있어도 입맛에서 단맛이 느껴진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한 가지 이야기마다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레시피를 곁들여두는데 진짜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게 한다. 진짜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먹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내 시각을 통해 느껴지는 맛은 아주 훌륭해 보인다. 다양성의 시대라는데 일주일 중 한 번은 이스라엘 음식도 만들어보면서 다양한 문화를 즐겨도 참 좋은 기회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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