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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제15회 독일 추리문학 대상 수상작!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달콤한 죽음’은 완전 역설적인 표현인데, 왠지 그러한 표현이 이해되어질 만한 이유는 뭘까. 워낙에 역설적인 표현은 강렬한데다가 그 내밀한 의미를 잘 전달해줘서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긴 한데, 내가 보기에 이 소설의 분위기에 맞는 제목은 아닌 듯 싶다. 여기서 나오는 죽음이 달콤하지도 않을 뿐더러 의미없이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더러 생기기 때문에, 그리고 실은 주인공 ‘브렌너’가 수난곡으로 알고 있었던 노래제목이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가 아니라 「오라 달콤한 십자가여」였다는 사실 때문에 왠지 헛다리를 짚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1997년 ‘사설탐정 브렌너’를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일약 오스트리아 국민작가라는 호칭을 얻었다는 볼프 하스의 소개를 보았지만, 그다지 내겐 와닿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가 인기를 끈 이유도, 그의 문체가 재미있는 이유도 모르겠고. 볼프 하스는 문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는데, 그것은 독일어판으로 봤을 때나 알 수 있는 것일 테고, 번역된 책에서는 그저 말장난이나 말꼬리 잡기 식으로 표현되어서 그것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터라 ‘문법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많은 의미를 짧은 문장에 담아내고, 논리적인 흐름이 아닌 자유연상기법으로 가장 대중적인 플롯을 창조해냄으로써 새로운 대중문학의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책의 소개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와 평단의 고른 지지를 얻’을 정도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소설을 내 개인의 취향대로 ‘별로 좋지 않다’라 말하는 것도 좀 안타까울 지경이다. 하지만 내겐 그다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였다.
그저 독특했다. 내게 비춰진 ‘사설탐정 브렌너’란 사람의 존재 자체가 너무 독특할 뿐이었다. 어떻게 쉰이 다 되도록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수 있는 건지, 19년 동안 계속해 온 경찰일을 그만두고 그보다도 못하다는 사설탐정일로 전향한 것인지, 그리고 그러다가 구급대원이 될 수가 있는 건지 그것이 궁금하다. 물론 경찰일을 하면서 그만큼 못볼 꼴도 보고 자신도 질이 나빠진다고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더 나빠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자신의 약점인 지극히 산만함을 무기로 구급대원이 되어서도 사건을 풀어가긴 하지만 바로 그 산만함 때문에 경찰일도 못했다면 좀 문제가 아닐까. 하긴 하나의 흠도 없이 너무나 완벽하기만 한 존재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간다면 뭔가 답답하긴 하겠지만, 왠지 내겐 이렇게 어리숙한 사람이 더 짜증나는 걸. 어쨌거나 그는 전직 경찰이자 사립탐정인 구급대원이다. 그러다 살인사건을 목격한 동료가 생기고, 동료 중에 한 사람도 죽고, 그로 인해 잡혀가는 동료가 생겨서 대장의 명령으로 사건에 뛰어들지만, 그다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만남과 대화로 인해 하나 둘씩 실마리가 풀려가고 그의 지극히 산만한 집중력 때문에 머릿속 어딘가에서 정보를 줄 어떤 이름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여러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 일반인이지만 어떤 면에선 너무 수더분하고, 어떤 면에선 너무 전문적이라 전개되는 상황이 정말 희한하게 펼쳐졌다. 그가 감금될 뻔한 상황에서 이상하게 일반인의 도움으로 멋지게 해결해나오고, 그를 때려눕힌 나쁜 놈들은 바보같이 총을 챙겨두지 못해서 당하고 말이다.
게다가 비범하지 않아 보이는 ‘사설탐정 브렌너’는 비범한 무언가도 가지고 있다. 그저 자신도 의도하지 않은 휘파람을 줄곧 불어대는 것인데, 그 노랫말을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기분을 알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독특한 발상이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하긴 그런 사람이 없을 것 같기에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를 너무 띄워주는 것 같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쉽게도 재미는 있었지만 남들에게 추천해줄 만한 재미는 갖추지 못한 그런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뭐, 그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