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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연애술 - 그를 내 남자로 만드는 긴자의 법칙 133 ㅣ 악마의 연애술 1
나비 지음, 신현정 옮김 / 새움 / 2009년 11월
평점 :
'악마의 연애술'이라고 해서 뭔가 타락스럽지 않을까 내심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이 책은 여자로서 행복하고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도 물론이다. 저기 악마 분장을 하고 위험스레 유혹하는 띠지의 여인네의 모습이 어색하리만치 말이다. 사실 '긴자'니 '클럽'이니 하는 단어를 들으면 그다지 썩 호감이 생기는 것은 아닐 게다. 그저 돈을 받고 접대하는 아주 저급한 종족이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이 책을 쓴 나비 씨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까 오히려 남녀 관계나 남녀 심리에 대해서는 정통할 만큼 조예가 깊었다. 그런데도 더 독특한 것은 그런 모든 노하우가 아주 특별하고 새로워서 따라하기 어렵게만 느껴지는 방법이 아니라 남녀 관계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생각해 봤을 때 당연히 따라옴직한 이야기를 엮어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것이 어디 쉽나~. 나만 해도 글로 접하게 되는 책에서는 '음~음, 아주 좋은 이야기야, 맞아!!'하고 동의할 수 있는데,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하자니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남자 친구가 있는대로 끊임없이 남성들에게서 대시를 받는 여자들의 공통점은 '본인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p. 13)'을 들어 주었다. 듣고 보니, 본인 스스로 자신이 남성들에게서 인기가 많은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해야 더욱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는 나비 씨의 말은 자명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다니는지를 생각해보면 영 아니었다. 나는 여러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겁을 내는 편이라 그런 모임이 생겨도 핑계를 대서라도 안 가는 편이기에 정말 할 말이 없다. 정말 자연스러운, 본능에 가까운 '연애'는 멀고도 어려운 것인지...
나비 씨가 말하는 연애관은 일단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누가 평안감사 자리를 주어도 마다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자신이 최고이고, 자신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이라는 자각을 항상 가지고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녀의 연애는 즐거울 수 밖에. 그리고 나면 그녀는 남성들에게 무엇이 어필되어도 어필된다고 한다. 소위 노린 남자는 100% 공략하고 만다는 여성들을 살펴 보면, 의외로 스타일이나 미모가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녀의 의견이기 때문에, 또한 남자들도 완벽한 미인에게는 동물적인 욕망을 느끼기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 때문에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쳐있고, 그래서 섹시해 보이는 그런 여성들에게 끌리기 마련이라니, 절대 남자가 없는 것을 못생긴 얼굴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이는 것은 자신이 남성이라는 종족에게 어떤 매력 포인트가 있을지에 대해서 연구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멋진 각선미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가슴과 곡선미이거나 목덜미나 뒷모습, 손 등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고 발굴하는 것이 좋다. 누구나 만남을 지속하는 데 있어서 이득이 없다면 - 기분이 유쾌해지거나 행복해지거나 위로를 받고 싶거나 등등 - 그 만남을 지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남녀 관계에서만이 아닐 텐데, 그렇기 때문에 나비 씨는 남성을 만나더라도 직장에서나 가정에서의 힘든 일을 절대 말하기 않거나 말하더라도 약간은 투정하는 식으로 애교스럽게 하고 넘어간단다. 그러면 만나는 남자마다 그녀와 같이 있으면 기분이 상쾌해져서 좋다는지 하는 칭찬을 한다고~. 나도 어렸을 때는 그런 아부성 멘트를 많이 들었었는데, 왜 지금은 이렇게 된 건지. 사실 나는 남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 -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절대 아닌데^^; -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진짜 많이 느낀 점은 남성과 사귀고 싶다면 남성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사귀지는 않더라도 그런 모임을 통해 자신을 긴장시키고, 대화 기술을 기르고,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을 기르는 것이 언제든 공략하고 싶은 남성을 만났을 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나비 씨는 "여배우 효과"라고 불렀는데, 감탄 어린 남성들의 많은 시선을 받고, 질투어린 여성들의 많은 시선을 받으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이라, 정말 탁월한 표현력이라 생각했다. 긴장하고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사람을 만나도, 어떤 일을 겪어도 금방 처리해낼 수 있는 것을 몸소 체험해봤기 때문에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갈무리해 둔 그녀는 정말 남녀관계에서만큼은 예리한 관찰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한다.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 전반에서 정말 많이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약간은 재미로, 약간은 진지하게 읽어본다면 누구에게나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