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능성이다 -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의 열정 행진곡
패트릭 헨리 휴스 외 지음, 이수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가능성이다  I Am Potential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부터가 범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것이다. 정말 다른 사람이었다. 패트릭 헨리라는 사람은~. 그것은 비단 그가 가진 장애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드러난 침착함과 인내심과 절제력 때문이다. 수두에 걸려 한창 짜증이 치솟았을 무렵 얼굴을 긁지 말라던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박박 긁어버려 흉터를 남긴 나로서는 그가 두 살 때부터 보여준 강인한 정신력에 감탄을 내지를 수 밖에 없다. 안와교정 수술로 도배했던 그의 아기 시절 때부터 눈 주위에 덧날까봐 건드리지 말라고 하신 부모님의 말씀에 그대로 순종하는 것부터(만 두살짜리가~) 열 살 때 척추에 두 개의 철심을 집어넣는 수술을 하고나서 두 시간마다 한 번씩 몸을 움직일 때 너무 아프면 눌러도 되는 진통제를 아주 가끔씩만 누른 것까지 내가 보기엔 그는 진정한 사나이다. 역시 하나님은 감당 못할 시련은 주시지 않으신 공평하신 분이신가보다.

 

패트릭 헨리는 태어나자마자 문제가 예상되는 신생아였다. 많은 검사 끝내 그에게 내려진 병명은 '양안 무안구증'과 '익상편증후군'이었다. 두 가지 모두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타나는 병인데, 그나마 '익상편증후군'이란 병은 신생아 때가 아니라 열 살 정도 컸을 때에야 겨우 알아낸 병이었을 정도로 희귀한 병이다. '양안 무안구증'은 말그대로 양쪽 눈이 모두 없게 태어나는 것인데 한 쪽 눈만이 아니라 양쪽 눈 모두 없는 것은 상당히 특이한 일인데다가, '익상편증후군'은 무릎과 발꿈치의 관절이 오그라든 상태가 계속되는 유전병이라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힐까. 그나마 패트릭의 경우에는 특이한 현상이라서 그의 부모님은 다른 형제를 더 낳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상태에서 부모님의 가슴이 얼마나 무너져내렸을까. 정말 상상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의 패트릭은 삶의 열정이 충만한 아기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소리와 촉감과 맛에 민감해서 다양한 삶의 모험을 탐구하려는, 그렇게 삶에 대한 자세가 뛰어난 아가였다. 그런 아가였기에 근엄하고 무섭기만 했던 패트릭의 할아버지도 생전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패트릭에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의 아들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을... 그러나 평생을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에게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할까 고민하는 것은 그의 어머니 퍼트리샤에겐 아주 현실적인 문제였다. 처음 그녀의 첫아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무너지듯 울었지만 이제는 아니였다. 당면한 현재의 문제에만 집중하여 살 길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패트릭은 자기 능력 안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그 말이, 그녀의 생각이 패트릭을 가능성으로 키워준 것이 아닐까.

 

패트릭은 현재 루이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다. 그것을 가능케 해준 사람은 바로 아버지 패트릭 존이다. 그는 자기가 할 일을 할 뿐이라고 하지만 하루에 4시간만 자고 학교까지 데려가 강의를 같이 듣고 데려오고 그 다음에 야간 근무를 하러 간다. 그것을 매일!! 처음에 패트릭 헨리가 태어났을 때는 못난 아빠였다고 고백하는 그는 아들로 인해 좀더 행복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갔다. 그의 아들이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밥 먹기, 화장실 가기, 샤워 하기 등의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두,세 시간이나 투자해야 하는 엄청난 일임을 알고는 좀더 도와주지 못해 걱정까지 하게 된 것은 바로 패트릭 헨리 덕분이다. 삶을 그대로 바라보고,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고 그저 그의 진심으로만 바라보는 아들의 모습에 감화된 것~!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운데, 바로 그가 패트릭 헨리다. 그런 패트릭 헨리는 그의 아버지, 그의 어머니를 영웅이라 부른다. 사실은 영웅은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고 말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했다. 아버지가 악기를 잘 다루기에 우연한 기회에 아기 패트릭의 재능을 발견한 것이다. 울고 있는 아기가 피아노 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알고는, 아빠가 누른 건반소리만 듣고도 금방 따라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아기의 한계가 얼마일지 알고 싶어서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중에 트럼펫까지 하게 된다. 풋볼팀 응원밴드에 들어가기 위해 참여한 마칭밴드에서 만난 번 박사님과의 만남도 그에게도, 그의 아버지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 아닐지도 모르겠다. 도움은 아마도 번 박사와 그의 마칭밴드 단원들이 받았는지도 모른다. 눈이 없는 사람이, 그것도 걸을 수 없는 사람이 살아가기엔 세상이 너무나 힘들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도록 만들었고, 순수하게 사람 안에 있는 선(善)에만 반응하는 패트릭을 보고 자신 안에 있는 선(善)을 끄집어낼 수 있었으니까~! 그런 패트릭은 전국 각지에서 공연도 한다. 자신도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품고서, 누구든 불러주는 사람만 있다면 어디든 가는 것이다. 어디를 가든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패트릭 헨리는 정말 가능성이다.

 

자신이 잘못 살고 있다는 것을 알면, 모든 일에 자신이 없어진다. 패트릭 존이 그랬고, 그의 아버지(패트릭 헨리의 할아버지)가 그랬다. 사실은 나도... 그런 일에 대해서 자신을 믿으라고, 자기는 가능성이라고 외쳐준 그가 고맙다. 그의 열악한 환경이 그를 그렇게 강인하게 만들어주었겠지만, 그런 강인함을 나는, 그와 같은 조건을 가졌을지라도 얻을 수 없을 것이기에, 마냥 고맙다. 계속 그렇게 가능성을 뿜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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