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아쉽게도 독립영화로는 최초로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워낭소리」를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아직까지 어떤 경로라도 본 적이 없다. 영화야 DVD를 빌려보더라도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여러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소통했을 그 깊은 교감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다. 동시대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그 묘한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고 말았던 것이 가장 후회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 영화였기에, 우리에게 존재하긴 했었지만 그저 잊어버리고만 있었던 우리네 아버지, 우리네 소, 우리네 농촌 ... 고향을 떠올리게 해주었기에 그렇게나 갈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독립영화로는 유일하게, 국내외 할 것 없이 최초로 300만을 기록하다니~!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라거나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다 이러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숨겨진 감성이 드러날 수 있게 잘 머무려서 보여준 영상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이 아닌가!! 또 하나 괄목한 성과는 이 영화로 중장년층의 남성층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이제껏 영화를 관람하는 연령층이 2,30대 여성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나의 연령대가 극장을 점령을 해버리면 그 관객의 입맛에만 맞는 영화만 생산될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다. 그러니 영화의 내용만 좋으면, 작품만 진실하다면 중장년층도 언제든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기에 더욱 기특하다.
 
독립영화의 관객이 300만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요즘 한국영화가 천만 관객을 기록한다지만 제작비용이나 볼거리 면에서 볼 때, 독립영화는 일반 영화와 경쟁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300만을 달성하다니!! 국내에서는 조선족 아이들의 학교 이야기를 담은 「우리학교」가 최고 10만 명을 동원했고, 국외에서는 「원스」가 20만 명을 달성한 것이 고작이다. 그런데, 300만이라니~!! 정말 놀랄 일이다. 이 책은 그런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낸 인디스토리 팀이 그런 놀라운 기적을 선물해준 관객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너무 갑작스레 인기를 끌어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워낭소리」이지만 되돌아보니 이 모든 기적은 모두 관객들에게서 나온 것임을 알고 그 깨달음을 글로 옮긴 것이다. 어떤 식으로 영화를 구상했고, 어떻게 할아버지와 늙은소를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영상을 찍고 어떤 구상대로 작품을 만들어갈 것인지 그 과정을 따라가보니 시작할 당시에는 얼마나 착찹했을지 상상이 되었다. 이야기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숙식을 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오고가는 차비가 없어 못간 적도 부지기수이고, 제작과정을 1년밖에 주지 못한다는 제작사측의 문제 등으로 인해 감독은 그렇게 힘들어했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크게 성공하려고 그렇게 힘들었나 싶도록 그 때의 어려움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만큼이다. 쌀독에 쌀이 떨어질 정도라니~
 
이 책에는 감독, 프로듀서와 할아버지, 할머니, 늙은소, 젊은소에 대한 이야기와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된「워낭소리」를 본 어떤 PD의 감상평과, 「워낭소리」의 10년간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년에 걸쳐서 만든 작품이야기를 들으니까, '장인정신이'란 말을 어디 다른 곳에 가서 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열정적으로 올인하는 모습 그 자체가 '장인정신'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