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다움 -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54가지 가르침의 길잡이
이충호 지음 / 하늘아래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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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부모가 되어 보지 않았기에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하는 것이 좋은지 이론적인 내용은 여러 책을 통해 익히 들어는 왔지만, 실전 경험이 없으니 그 실상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육만큼 힘이 들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만큼 학원에서 아이들을 입으로 행동으로 가르치는 것도 힘든데, 평생을 걸쳐서 아이의 인격적인 부분에서 능력적인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그 고충과 어려움은 이루 헤아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 이런 진리를 깨닫는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 자의 오만함으로 똘똘 무장한 나는 제 생각만 진리이고, 제 행동만 정도(正道)라 생각했었다. 아이의 부모가 제 아무리 교수이고, 의사이고, 교사일지라도 제 자식은 그 모양, 그 꼴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을 진리인 양 주워섬기며 뒤틀린 제 자만심을 만족시켜가며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이의 부모가 가진 능력을 가지지 못했음에 오히려 감사하며, 아이에게 더 다가가 부모에게 가야 할 사랑을 빼앗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지한 자의 오만함으로...

 

그런데 내가 다니는 학원의 특성상 정상적으로 자라온 아이들보다는 시험 스트레스에 치인 아이들, 또래 아이들의 따돌림에 아픈 아이들, 주위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생각해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 기초능력조차 갖추어지지 못한 아이들, 웃음과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 등등을 대하다보니 어린 때의 내가 요즘의 학부모들을 고깝게 생각했던 것도 한편으론 이해될 만 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학원 선생님 앞에서도 제 아이를 무시하는데 아이 앞에서는 오죽이나 기를 죽였을까 싶기도 했고, 아무리 학원 선생님이 학교 선생님만큼 권위를 가지지는 못했을지라도 학원 선생님 앞에서 반말로 이야기하는 학부모를 봤을 때는 집에서는 얼마나 더 막말을 했을까 싶기도 했다. 나는 학원 선생님에게 험담을 한 것에 대해 뭐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학원이든 학교이든 선생님의 험담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 될 뿐이다. 가르침을 받는 자로서 가르침을 베푸는 자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 그러니 그런 부모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혹 이렇게 학원에서 선생님에게 버릇 없게 구는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제대로 된 훈육을 받지 못해서 통상적으로 버릇이 없다고들 하지만, 선생님에게 버릇 없게 구는 아이들은 그 뒤에 선생님을 업신여기는 부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우리도 생각이 있고, 판단이 있다. 부모만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학원에 오가는 수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보면서 우리라고 왜 비교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온 결론은 단 하나!! 문제 아이들 뒤에는 항상 문제 부모가 있다는 것!! 간혹 문제 부모가 아님에도 문제 아이가 나올 수는 있지만 열이면 열, 문제 아이들은 다 문제 부모들을 본받고야 만다. 그러니까 학원에서 아이들이 어떤 문제 행동을 일으켰다고 한다면 그 때는 자신이 잘못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일까.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본받는다는 말이지 않을까. 요즘은 많은 부모들이 인식의 변화를 가지고 아이를 강제적으로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아이의 뜻을 존중해주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예의만큼은 확실하게 잡길 바라는 부모도 생겨나고 있고, 틀린 것은 확실하게 고쳐주길 바라기도 하신다. 가장 멋진 모습은 집에서도 공부하는 모습, 책 읽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학부모도 계시다는 것이다.

 

확실히 자기 자아실현에 몰두하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에 대해서 그렇게나 심하게 간섭하지는 않으신다. 자신의 일도 바쁘기에 서로의 역할을 확실히 지키는 것인데, 정말 보기가 좋다. 만약 아이가 너무 기초학력이 부족한 친구라면 자아실현에 앞서서 아이에게 신경을 써주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인이 스스로 하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확실히 요즘 너무 할일 없는 엄마를 많이 볼 때가 많다. 자기가 확실한 교육 주관이 서지 않아서 이렇게 휘둘리고 저렇게 휘둘리니, 어찌 아이가 바르게 설 수 있을지 걱정이 될 때도 너무나 많다. 세상에 살아가는 일에는 순전히 좋은 대학, 좋은 고등학교, 좋은 내신 점수말고도 생각해야 할 문제가 태산인데, 어찌 이렇게나 어린 나이에 안달복달을 하는지... 그런 것보다 좋은 인격의 함양은 어떻게 하며, 양심을 지키며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고, 남을 배려할 때는 어떻게 하며, 세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환경은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등등 우리가 21세기 지구땅에서 살아가려면 꼭 생각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나 말이다.

 

아마 내가 이렇게 성토를 할 수 있는 것도 제 자식 낳아 길러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아이를 낳으면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 짓고 살고픈 마음이지만, 그 때가 닥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니까... 어쨌거나 난 교육 문제만 나오면 민감해진다. 당연히 교육에 관련된 책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말한 내용뿐만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 모두 들어가있어서 내게 새로움을 주진 못했다. 사실 너무 실망스러울 뿐이다. 이미 알고 있는 재미없는 영화를 본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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