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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블로거 29인의 내 삶의 쉼표 - 제3회 YES24 블로그 축제 수상작 모음집
YES24 블로거 29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문학동네에서 블로거축제를 하면서 대상을 비롯해 여러 분야의 우수상을 타신 분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같은 블로거로서 관심이 안 간다면 솔직히 거짓말이겠다. 글이란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게 되는 것이니까.
나도 그렇고, 그 분들도 그럴 테지. 그래서 열심히 읽었다. 그 글을 쓴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내 인생의 책」,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음악」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풀어내는 글을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이 살아온 한 귀퉁이를 몰래 훔쳐본 느낌까지 들면서 나를 중독시켰다. 그들의 아련한 사랑이야기에 가슴 설레하기도 하고, 유쾌하게 뿜어내는 에너지에 같이 하하하 웃기도 하면서 마치 그들을 진짜로 아는 것처럼 그들을 응원하게 되고 더 나아가 그들과 친구가 된 것 같은 이상한 기분까지도 경험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각각의 분야를 소설가 김연수 씨, 영화잡지 기자 김혜리 씨, 가수 김윤아 씨가 심사를 하고 마지막에 심사평까지 실어준 것을 보고 이제 블로거가 하나의 의사소통하는 수단이 되었음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블로거가 아니라면 무명의 아무개 씨가 한 말을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낼 수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독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이름 있는 작가나 영화인이나 뮤지션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글에는 진정성이 살아숨쉬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에 앞서 자신의 내밀한 고백을 담은 글이기에 대중적으로 읽히는 소설이나 보여지는 영화나 들려지는 음악보다도 오히려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필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은 책이나 영화, 혹은 음악을 조심스레 추억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말이다, 어떤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그가 경험한 것, 그가 본 것, 들은 것, 더 나아가 그것들로 인해 생각한 것들이 아닌가 하는데 그들의 귀중한 경험을 이렇게 손쉽게 뽑아내어 볼 수 있기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휘리릭 넘기면서 한,두 시간에 걸쳐 다 읽는 것을 그들은 일생에 걸쳐 느낀 것을 정리한 것이니~. 어쨌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책이나 영화, 음악의 향연에 내심 씨익 웃음이 났다.
책이라면 나도 조금씩 보고는 있는데, 이렇게까지 인생을 뒤흔든 경험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내심 부끄러지고 안타깝다. 물론 여기 나온 책 중 신경숙 님의 『외딴 방』이외에 본 것은 하나도 없음은 물론이다. 어린 시절에, 인생을 뒤흔들 격동기에 봤어야 할 책을 이렇게 인생의 늦깎이 때 보니 그러할 텐데 어쩔 수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할 수 없다. 인생을 다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게다가 영화로는 몽상가 님의 <엑스맨>과 사유리와히로키 님의 <시네마 천국> 빼고는 본 영화가 없다는 것도 충격이다. 내가 이렇게나 뒤처져 있었었나. 마지막으로 음악은 기대도 안 했다. 워낙에 음악에 조예가 없던 터라 뭐, 마음을 비우고 봤으니... 그래서 좋다고 손꼽은 글도 많다.
꼭 들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던 음악은 초오록별 님이 추천해주신 「일 디보」의 Ancora이다. 사인조 팝페라 그룹이라는 그들은 이미 실력은 검증받았고, 빼어난 외모와 고풍스럽고 편안한 음악으로 대단한 사랑을 받고 있단다. 국적은 다들 다르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언어인 스페인어로 대부분의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초오록별 님은 나중에는 스페인어까지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삶이 얼마나 윤택해졌는지, 엄마의 공부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근조근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을 보고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다른 님들께서 추천해주신 음악이나 영화나 책은 보면 또 좋겠지만, 나와는 격이 다른 감성과 경험을 가지고 계신 터라 쉽사리 접근이 불가했는데 초오록별 님이 추천해주신 것은 편안하게 내게 다가왔다.
그 외에도 자신의 사랑이야기에 접목시켜주신 몽상가 님의 <엑스맨> 이야기와 유쾌하고도 신기한 사고방식으로 읽는 내내 나를 웃겨준 달새 님의 「데프콘」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우리의 무지한 의식을 반성하게 해준 안또니우스 님의 「밥 딜런」이야기는 정말 가슴을 찌른다. 음악이, 영화가 이렇게나 사람을 울고 웃게 할 수 있는 것이로나 새삼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새삼 바라게 된다. 그들의 블로그를 방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