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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라이프
윌리 블로틴 지음, 신선해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모텔 라이프는 말 그대로 갈곳없어 모텔을 전전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그런 아무짝에도 쓸데없고 한 줄기 희망이라도 찾아볼 수 없는 인생을 말한다. 그런 단어를 떡하니 제목으로 올려놓은 작가의 저의부터가 심상치 않다. 윌리 블로틴은 작가이기 전에 먼저 작사가이자 가수이다. 평단과 음악팬의 호평을 받는다는 - 그럼에도 전혀 들어본 적은 없는 - 「리치몬드 폰테인」의 리더로 보컬과 작사를 맡고 있단다. 꽤 맣은 음반을 냈고 안정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션인데, 이 소설로 데뷔를 했다. 게다가 '네바다 실버 팬 어워드',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 등에 선정되면서 "최고의 데뷔 소설"이란 평을 들었다. 호평을 받는 뮤지션인데다가 소설가로도 좋은 평을 받다니 겹경사가 터졌다. 그렇게 좋은 일이 한가득이건만, 그의 소설 속 내용은 영 행복하지가 않다. 완전히 대놓고 '별 볼일 없는 인생'이라고 제목을 붙어놓았던 것도 그렇고, 소설의 결말도 그렇고, 왜 이 소설에 "최고의 데뷔 소설"이란 평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을 따름이다.
이야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주인공 '나(프랭크)'와 그림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고 하고자 하는 그의 형 '제리 리'는 모텔에 인생을 꾸리며 사는 별 볼일 없는 족속들이다. 어렸을 적 도박에 미친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강인하게 두 아들을 키웠지만 병으로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그렇게 망가진 삶을 겨우 이끌어갔던 두 형제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희망 없는 삶이기에 술과 담배 없이는 이어가지도 못해서 시도때도 없이 술에 찌들어사는 것을 보면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저 상태에서 술만 어찌어찌 해서 안 먹고 야간기술대라도 어찌어찌 해서 미래를 기약하면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그게 안 보일까? 바닥까지 내려간 삶을 살면서도 남을 등쳐먹으려고 하지도 않고, 마약엔 손도 안 대는 것을 보면 아주 질이 나쁜 인간들은 아닌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있었던 것을 보면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형 제리 리가 술을 먹고 동네로 오다가 아이를 치어버렸던 것!! 애인의 집에서 쫓겨나다가 술 먹은 상태에서 차를 타고 온 것이 문제였다. 술을 먹은 상태니 그의 기억은 전혀 믿을 수가 없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별로 속도를 내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갑자기 뛰어나왔단다. 차에 내려서 보니 이미 숨지고 깨진 머릿속에 든 무언가 삐져나온 상태였다니... 없는 정신에 프랭크의 모텔로 와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프랭크는 이미 술로 빈사상태가 되어 버린 상황이라 올바른 판단을 하기란 불가능했다. 이런, 정말 되는 것이 없군!! 차분하게 생각하고 나서 경찰서에만 갔다면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불상사는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소설의 교훈점이라면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황 - 고교 중퇴에, 엄마가 물려주신 유산도 병원비로 다 날리고, 집도 넘어가고, 미래에 계획한 일은 하나도 없고 - 에서도 더 나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랄까. 지금의 나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이렇게나 나빠질 수도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보다 더 나빠지고 보니 예전이 그래도 행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사실 소설답게 혹은 우리네 인생과는 다르게 조금은 희망차고 밝은 결말을 기대했다. 하지막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절망적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들뜬 기분이 들고, 마냥 희망적이라고 하기에는 떨떠름한 그런 결말이라니~. 아마 진정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현실에서의 삶에선 그렇게 180°달라진 인생역전을 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 뜨뜬미지근한 결말이 우리네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하곤 생각해본다. 그래서 이 소설이 "최고의 데뷔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걸게다. 결말이 2% 아쉽긴 하지만, 주인공 '프랭크'에겐 아직 살 날과 아직 오지 않은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으며 생각을 접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