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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 죽어있는 일상을 구원해줄 단 하나의 손길, 심미안
피에로 페르치 지음, 윤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이 제목만 들어도 왠지 기분이 좋다.
마치 이제껏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았던 수학 문제가 한 번 흘낏 본 것만으로도 말끔히 해결되는 기분이 들었달까.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었지! 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다들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말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그저 자연히 어떤 큰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는 그런 느낌 말이다.
도저히 내 머리론 생각할 수 없을 거라 여겼을 만큼 크고 성숙한 생각을 어느새 내가 하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그것이 생각이 깊어졌다거나 많은 경험을 했다거나 등등의 여러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떠한 외부 자극이 없어도 그런 생각의 도약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인간에겐 심미안이 있기 때문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겠다만.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구별할 줄 아는 심미안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본능이 아닐까 싶다.
그냥 아름다움을 따라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존재, 그것이 우리 인간이다.
하다못해 동물들조차 짝짓기를 할 때 만큼은 수컷이 힘이나 아름다움을 뽐낸다. 힘이야 자식을 지켜야 하니까 당연하겠는데, 공작새의 날개처럼 수컷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천적에게 금방 눈에 띄게만 할 뿐 짝짓기를 할 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족 번식을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동물들에게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면 그보다 수백만 배나 더 발달한 인간에겐 유전자에 아름다움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이 새겨져 있다고 해도 맞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왠지 내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인간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대상물은 무한히 많다. 그 중 가장 쉽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대상물은 바로 자연이 아닐까 한다.
햇살에 반짝이는 이파리나, 개굴개굴 우는 소리나, 흐트러지게 날리는 벚꽃만 보더라도 우리는 한 순간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멍하니 있을 수 있으니까. 언젠가 출근이 좀 늦어서 바삐 길을 걷다가 한 순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분명 평소에 봐왔던 자연이었는데도 꼭 그 순간 내게 보여주기 위해, 나를 만나기 위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확 튀어보였다.
그것은 빨간 장미 덩쿨이기도 했고, 바람에 흩날리는 코스모스이기도 했고, 하늘로 곧게 쭉쭉 뻗은 녹음이 짙은 자작나무이기도 했다.
때가 무더운 여름인지라 그늘만 골라다니는데 그럴 땐 하얀 껍질을 가진 자작나무가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그 푸른 잎사귀들이 살랑살랑 대는 모습이 또 어찌나 시원해 보이는지 내 손에 카메라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수도 없이 많다.
마음은 바쁘지만, 또 시간도 없지만, 이런 식으로 한 순간 별천지로 나를 데려가는 자연이야말로 인간과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존재인 것이다.
비단 자연만이 우리를 아름다움에 취하게 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만든 물건일지라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그보다 더 간다면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도 아름다울 수 있다. 어린 아이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라든가,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는 모습은 정말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황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인간의 모든 미덕과 가식을 집어 던져버리고 생각해보더라도 인간은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느낀다.
한 아이에게 그보다 더 어린 아이를 소개해주면 꼬마가 꼬마를 귀여워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그런 본능적인 마음이 바로 아름다움이다. 인간의 마음 속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지쳐있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니 이렇듯 우리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대상들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는 아름다운 모습들에게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 그래서 ...... 아름다움은.... 힘이 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