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 《타임》지 에세이스트가 권하는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 나무생각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 드는 것이야 내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은, 유쾌하게 나이 드는 것은 어떤 노력이 필요해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젊은 시기를 후회없이 보내야 나이 들어서 이런 책도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아직은 젊다는 나도 너무나 공감되는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어서 이제껏 내가 살아왔던 과정을 돌아보며 저자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어떤 말에는 신기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와 내 주변 세계가 전혀 달라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 책은 이미 유쾌하게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서 나왔기에 상당히 유쾌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만 읽어도 얼마나 유쾌하게 할지,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얼마나 제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지 볼 수 있었다. 글은 간단하게 떨어지는 여러 경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연설명이 아주 자세하게 되어 있는 것도 있고, 아니면 단지 그 경구만 적어놓은 것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것은 저자가 그 항목에 대해서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기에 그의 생각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29번 항목이나 32번 항목이 그러한데, 29번은 「시샘하지 말라, 어느 누구도」이고, 32번 항목은 「모두가 뜯어말리는 일은 하지 말라」이다. 이 말 외에는 아무 설명도 없는 페이지를 보면 저자가 이것만큼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완벽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마 젊은 적에 그런 경험을 해서 된통 당했겠지.

 

그런데 32번처럼 저자가 인생의 마무리를 해야 할 시점에서 쓴 것이라서 진취적이거나 모험적인 면모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한창 때인 내게도 그의 진취적이지 못한 경구가 진짜로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전해져온다. 단지 진취적으로 어떤 일에 노력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16번인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를 파고들지 말라」도 그렇다. 내게 약점인 분야를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해서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란 정말 불가능하다. 저자가 노래 연습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노래 실력이 더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행동으로 재미를 느끼지 말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분야에서 성공할 것을 꿈꾸지 말라는 이야기니까 적당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여기에 나온 경구들 중에서 가장 압권인 내용이 하나 있다. 이것은 여자라면 누구든지 긍정할 수밖에 없는 아주 유쾌한 내용이다. 저자가 남자이라는 점에서 아주 고무적인 내용인데, 바로 21번이다. 21번은 「남자와 여자가 사이좋게 살아가려면」이란 제목 밑에 두 가지 항목만 나와있고 부연 설명은 없어서 상당히 강렬하게 보인다.

 

                                     가. 그녀가 옳다

                                     나. 그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 정말로 (p. 82)

 

여자라면 누구나 옳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는 (나)가 더 재미있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니~~ㅋ 어쩜,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 유교적인 사고방식에 아직까지 물들어 있는 남자가 많은 대한민국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런 농담 하나 들을 수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런 농담은 영미권 책에서 많이 접했고 또 많은 웃었다. 그런데 이런 자기비하적인 말이 체통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진짜 한국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유머는 유머일 뿐인데 말이다. 5번의 「당신이 잘못한 일은 당신이 먼저 야유를 퍼부어라」처럼 자신의 약점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그런 사고방식이 있어야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아직은 나부터도 안 되는 것이라 조금은 아까울 뿐이다.

 

여기에 나온 경구들은 하나같이 생판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는 살면서 나도 깨달아졌던 것도 있고, 내가 주의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8번의 「당신을 지겹게 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이다. 말로는 '심심하다', '무료하다' 하면서 자주 불평했었는데 그 원인이 바로 내게 있었다는 것, 그 당연한 진실을 정확히 꿰뚫지 못했다. 아~ 이제는 알았으니 뭔가 달라질 수 있겠지? 정말 이제는 좀 더 유쾌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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