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내비게이터 - 내 마음대로 떠나는 서양문화사 여행안내서
조너선 바이런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추수밭에서 아주 대단한 책을 편찬했다. 바로 영국 교양인인 조너선 바이런의 책, 『교양 내비게이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교양을 찾아가는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터의 역할을 해준다. 몇 천년의 역사를, 문화를, 철학을, 학문 등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교양의 "경전"을 제시한다기보다는 그것의 맛을 보여주는 일종의 샘플로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서문에서, "비교적 읽기가 쉽고, 재미가 있으며, 어쩌면 자극적인 느낌까지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고 하니, 읽어보는 것에 주저할 필요가 뭣에 있는가. 간단한 교양을 유희하듯 보여준다고 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 책은 내 마음에 쏙 들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내가 돌아다니며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책의 무게가 가볍다는 것이다!!! 솔직히 책의 판형도 일반 사이즈보다 큰데다가 416페이지나 되는 분량의 책을 들고 다니며 읽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종이 재질도 컬러판이여서 코팅된 종이였다면 이것은 진짜로 말도 안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책은 교양의 방대한 내용을 다 집어넣고서도, 교양의 그 옛스러운 분위기를 잃지 않고서도 가볍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바이런은 - 사실, 그 유명한 시인 바이런인 줄 알고, 살짜쿵 설레였다 - 교양의 전부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독자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교양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피아차 유로파」라는 가상도시를 설계했다. 이 가상도시는 지역적 - 영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식 - 으로, 연대순 - 고대, 중세 식 - 으로 나뉘어있기에 헷갈리는 일 없이 교양의 맛을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는 바이런이 교양의 여러 개별적인 사건들을 정리하다 보니까 모두 시간과 지역적인 구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각각의 내용에는 여러 삽화 - 석상 그림, 미술품 그림, 지도 등  - 가 있어서 알아보기도 용이하다. 이렇게 보면 서양문화사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보면 볼수록 참 잘 만들어진 교양서적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책의 뒷머리에는 읽어두면 좋을 교양 서적을 나열해두고 있으니까 각 분야별로 몇 권씩 골라두고 읽어내리면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교양 책이 되지 않을까. 한 편으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 책이 이제서야 나왔느냔 말이다. 이 책이 내 대학시절에 나왔다면 대학 역사나 철학 등을 배울 때 얼마나 재미있고 좋았을지 상상이 되니, 휴~! 대학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서양사 시간에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나로서는 정말 아쉬울 따름이다. 그 때 샀던 서양사 책은 아직까지 가지고는 있지만 너무 방대하고 딱딱해서 쳐다도 보기 싫다.

 

역시 철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책에서도 철학 편을 우선적으로 보았다. 저자도 말했듯이, 이 책은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내려가는 것보다 자신의 흥미에 따라 골라보는 것이 더 훌륭한 방법이라고 했으니, 나는 주저없이 철학 편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제목이 「철학」이 아니라 「대학」으로 되어 있다. 과거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모든 학문은 신학의 시녀 역할을 했기 때문일거란 추측이 들었지만 역시 확인할 방도는 없다. 어쨌거나 「대학」편의 제일 첫 장에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짧은 경구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 다음부터 소크라테스부터 프리드리히 니체까지의 철학자들의 사상들이 나열되어 있다. 보기에 정말 편하게 되어 있고, 중간 중간 삽화나 그림으로 내용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절대 어렵지 않다. 한 내용이 두세 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니 그리 어려울 만한 내용도 없지만. 그런데 각각의 구역으로 나뉜 구분은 처음에 봤을 때는 별로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구역을 다 읽어가면 왜 그렇게 묶어놨는지 나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개별적인 여러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의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이 책은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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