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열여섯만 되면 전신성형이 의무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면...?

열여섯까지는 자신의 못난 별명으로 불리면서 스스로를 못난이로 생각하도록 세뇌되어 있다면...?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예쁜이'를 사랑하도록 프로그램화되거나 진화되고, 전신 성형이 사용되어 왔다면...?

 

도대체 몇 년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만큼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못난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기숙사에 모여서 살고, 온갖 물건은 벽에다가 말을 하면 무한 공급되고, 못난이일 때는 매일 속임수를 쓰면서 바깥으로 빠져나가 일탈을 꿈꾸는 것만이 최고의 유희로 취급되고, 열여섯 살이 되어 '예쁜이' 수술을 받고 나면 '예쁜이'들만 사는 곳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매일같이 파티만 벌이면서 살아가는 세상... 어찌보면 놀기만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꿈꾸는 세상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통제되고 관리되어 행복만을 남겨놓은 세상이 소설의 배경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녹슬이'라는 용어로 표현되는데, 그 종족은 석유에 풀어놓은 바이러스가 불에 타버려서 멸종했고 현 인류는 그 이후에 완벽히 진화된 종족이다. 아니, 진화되었다고 믿는 종족이랄까? 신체적으로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는 모습이지만, 생각하는 방식은 너무 단순하고,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한 발전된 우리랑은 또 다른 인류의 모습이다.

 

며칠 사이에 피부는 박박 밀고, 홍채에는 반찍이를 넣기 위해 반으로 가르고, 골격이 아름답게 되도록 플라스틱 뼈를 집어넣고, 턱은 깍고, 머리카락도 다시 심고, 눈도 키우고, 코도 높이고, 치아는 썩지 않고 강철 같이 강한 세라믹으로 대체되고, 근육량도 알아서 적당히 넣어주는데도 절대 아프지 않는다면 사실 누구나 혹할 만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은 지 며칠이 지난 지금에도 전신 성형하는 모습이 눈 앞에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전혀 아프지 않다면, 또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 나쁠까 싶기도 한데,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나 뿐인가. 요즘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예인들을 보면 몰개성적이란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너무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식상한데, 전체 인구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모조리 성형을 한다면 아마도 그렇게 단조롭고 식상해질까 우려가 되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는 각자의 열등함을 인식시켜주는 방법으로 '예쁜이'가 되기 전까지는 이름 대신 서로 상처가 될 만한 별명을 아주 자연스럽게 부른다. 예뻐지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못생겼을 때의 존엄성은 인정하지 않고 예뻐져야지만 그 존엄성이 인정되는 사회란 정말 끔찍하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그것이 끔찍하다는 것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게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의 관습으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뭔가 냄새가 난다. 이런 전신성형을 사회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전신성형을 해주는 대가로 친구와의 약속을 저버리게 한다면, 친구를 밀고하게 만든다면... 사회는 모르더라도 충분히 사람은 통제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에야말로 아름다움을 위해 친구와의 의리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게 하는 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소설 속 가상의 세계가 도래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테지. 아름다움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다보면 결국 그곳에 도착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총 3부작이다. 아직 1부작밖에 보지 못했지만, 꽤 재미있다. 내용을 주저리 주저리 다 이야기할 순 없겠고, 마치 기계와 인간의 대결을 그린 영화 「매트릭스」의 냄새가 짙게 난다고 힌트를 줄 수 있겠다. 영화에서의 시온이 여기는 연기가 가득한 스모크라는 점만 다르다. 아름다움을 마냥 찬양하던 과거에서 의식이 바뀐 - 그러니까 영화에서의 '레오'의 역할을 하는, 여기서는 열여섯의 여자아이 - 주인공 탤리의 활약이 기다려지는 2부가 궁금해질 따름이다. 어찌됐건 여자라면 아름다워지는 것은 꿈에서도 그리는 일일 테니까~ 그것은 텔리도 아름다워진다는 이야기?! 힌트는 어끼까지만.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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