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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바보생각 - 우리가 잃어버린 따뜻함과 지혜에 대하여
유승달 지음 / 문예춘추(네모북) / 2009년 7월
평점 :
세상에서 말하는 스승들이 한데 모여 제 깨달음을 한가득 풀어낸 책이 바로 요 책이다. 아담한 사이즈에 예쁜 표지 한가득 묶어놓은 책이라 어디 멀리 갈 필요없이 잔잔한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 한 권만 가지면 오케이다. 다만 머리가 지끈거리고 복잡다단했을 때, 혹은 뭔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혹해서 책을 연다면 실망할 것을 각오하시라~ 바로 내가 그런 마음으로 책을 열어서 실망했기 때문이다. 내가 원래 배우려는 욕심만 한가득인 사람이라서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버스 안에서 책을 봤어도 머리 한번 아프지 않았던 내가 이 책으로는 두통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이 책을 펼치지 못했다. 내가 책을 이책 저책 집적거리는 형식으로 읽기 때문에 솔직히 한번 놓으면 다시 읽기가 쉽진 않다.
그러다가 이 책을 잊을만했을 때, 마음 속의 근심이 다 씻겨져 내려갔을 때 즈음에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우연히 집어든 책에 그저 디자인이나 보려고 했던 아무런 기대 없이 책을 보게 되었다. 자고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기대 없이 본다면 실망도 그리 크지 않다. 실망할 필요 없이 그저 그 책 본연의 모습을 인지하면 될 것이니까. 그래서 길면 두 페이지, 짧으면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하나의 일화 형식의 이 이야기가 그리 두통을 유발하지 않았다. 내용은 꼭 초등학생이 볼만한 수준이지만, 원래 진리는 단순한 거 아니겠는가. 난 수학적 증명 공식도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만큼 이런 간단한 이야기 속에도 진리가 숨어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에는 「바보생각 하나」, 「바보생각 둘」, 「바보생각 셋」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서도 말했듯이, 힌두교의 구루, 선의 노사, 도교의 현자, 유대교의 랍비, 기독교의 수도자, 수피교 신비가, 노자, 소크라테스, 부처, 짜라투스트라 등의 여러 스승들이 한 말들이 등장한다. 이 정도면 우리가 흔히 들어봤던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아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어차피 많은 분량도 아닌데다가 이야기가 아주 짧기 때문에 한번에 모조리 다 읽기 보다는 매일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휠씬 감명을 깊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난 성질이 급해서 그렇게 못했지만 말이다. 다만 내가 아쉬웠던 것은 어떤 이야기가 어떤 스승의 이야기인지 나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엮은 사람이 심오한 뜻을 가지고 그렇게 편집했을 거란 추측은 가능하지만, 나같이 그럴듯한 것을 좋아하는 허영덩어리는 조금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 더 쏙쏙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나처럼 누구의 말인지 알고 싶어했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에잉~ 난 그것 때문에 이 책을 골랐는데 아쉬운 일이다. 어쨌든 이야기만큼은 잔잔하니 동화적인 느낌을 물씬 풍겨온다. 엮은이의 의도처럼 누구의 말인지 모른 채로 그렇게 깨달음 자체에 대한 감동을 받기에는 이 편이 더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