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번 안경 버스 - 50대 학생부부의 안경 전도 이야기
박종월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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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얼마만큼 변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이 변하면 죽는다는 말도 있을 만큼 사람이 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 상식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픈 과거를 딛고 성공하는 사람들을 그렇게나 존경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겠지. 이 책의 저자인 박종월 씨는 대단한 학벌을 가진 사람도, 대단한 자산가도, 유명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가난하고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험한 일을 숱하게 겪으면서도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을 몸소 실천해가는 사람일 뿐. 그런 그가 대단해 보이는 건, 이 모든 변화와 기적이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고백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이는 사람, 자신의 아픔을 이겨내고 스스로 성공해내보이면서도 자만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우리가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유치장을 서른 여섯 번이나 들락거린 사람, 서울에 와서 '깡패짓'을 한다고 고향에 소문 난 사람, 자기를 믿고 따라와준 아내를 등한시하고 노름에만 빠져 있던 사람,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사람,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버림 받고 병든 아비에게서 어미 욕만 들었던 사람... 이제는 아무도 박종월 씨를 이렇게 부르지 않는다. 안수집사, 준비한 지 만 1년 만에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 수능까지 치러내고 쉰이 넘어서 캠퍼스 커플로 안경광학과를 졸업한 사람, 성실한 가장, 아이들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악착같이 6개월 만에 담배를 끊은 사람, 안경버스를 만들어 방방곡곡에 다니며 돋보기를 무료 맞추어주는 사람... 이제는 박종월 씨는 이런 사람으로 기억된다.

 

처음부터 순수하게 무료 봉사를 꿈꾸었기 때문에 사례도 받지 않고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처음엔 어디로 가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 연락하게 된 곳에서부터 알음알음 찾아가면서 조금씩 봉사를 할 수 있었다는데, 나중에는 기사가 나서 많은 곳에서 연락이 들어오고 있다고 편하단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사람은 추켜주면 교만해지는 것이 본성인지, 그도 여기저기에서 상도 주고 칭찬도 많이 하니까 슬그머니 자만이 솟아올라왔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취재나 방송 섭외에 칼 같이 잘랐던 것이었는데 아들의 은사님 부탁 때문에 한 번 물꼬를 트니까 이것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겸손하게, 조금 더 초심을 잃지 않게, 그리고 이런 봉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다시 점검해보았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항상 그가 있어야 할 그곳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면서 봉사를 묵묵히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사실 이 책도 약속이었기에 지킨 것이지, 그가 약속을 하기 전에 깨달았다면 못 나올 뻔 했던 일이다. 그것은 내겐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전쟁이 발발할 때 태어난 저자는 병든 아버지와 단 둘이 버려졌다. 원래 잘 생기고 호탕한 아버지는 여러 여자를 거느리고 다녔는데, 그도 첩에게서 나온 자식이었다. 사업도 어느 정도 했었던 대단한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술과 노름과 여자에 다 날려서, 결국에는 어머니가 도망가버리고 큰어머니와 형제들까지 다 서울로 가버려 버림을 받았다. 열 살 즈음에~ 그 당시 버림 받았던 상처가 어른이 된 이후에도 지워지지가 않아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고 살 때 옆집에 이사를 온 친어머니를 만나도 감정의 골이 메워지지가 않았다.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에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제 속에 잇는 말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그로서는 어머니께 마음을 열어드리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것이 나중에 아들 영모와 딸 영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처 그다지 자상한 아버지 노릇을 해주지 못했다. 이제와서야 미안하게 여기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던 그였다. 그런 그가 변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단연 아내였다. 양장점에 오신 손님에게 부탁을 해서 교회에 나가게 된 그녀는 그 때부터 예수님을 영접하고 말씀 속에서 살았다. 아내의 그에 대한 끊임없는 기도와 현명한 판단으로 하나씩 자리를 잡아갈 수 있었다. 그가 제발로 교회로 찾아갔던 때는 장만했던 아파트를 팔아가면서까지 마련한 안경원의 공사가 늦어졌던 사건이었다. 잘못하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된 판이여서 없던 기도가 나오고 가슴 절절한 간절함을 느꼈다. 그러다 기도 연습을 하기 위해 찾았던 산상 기도회에서 드디어 주님을 영접할 수 있었다. 어릴 적 힘들었던 그 때부터 옆에 있어주셨음을 알게 된 그는 눈물 콧물 흘리면서 그날로 새 삶을 살게 되었다.

 

"예수님은 아빠 같은 사람도 변화시키네요."

 

그의 거듭난 인생을 표현한 아들 영모의 말이다. 어찌 보면 기분 나쁜 말인데도, 본인조차 수긍할 수밖에 없는 기적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 이렇게 영접한 그에겐 하루하루가 축복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였다. 사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하시기 위해서 그에게 이러저러한 나쁜 일이 일어나게 하셨고, 그가 손을 들고 승복했을 때에야 자연스럽게 일이 해결되게 하셨다. 이런 기적을 보면서 "정말 사람이 변하려고만 한다면, 정말 변해질 수가 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인생 역정을 보면서 눈물을 아니 흘릴 수가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도 다가오셔서 손을 내밀어 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감격스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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