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과 올로지 - 세상에 대한 인간의 모든 생각
아서 골드워그 지음, 이경아 옮김, 남경태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상당히 두꺼운 책이다. 두께로만 보면 정말 힘든 책이지만, 책 표지 한 장만 넘겨다보면 서문부터가 상당히 유쾌해지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었다.

이 책은 여러 용어들의 어원과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암암리에 알고는 있지만 쉽게 입 밖에 내뱉어낼 수 없었던 이야기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밝혀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무슨 주의니, 무슨무슨 이즘이니 하는 용어를 이용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이런 주의나 이즘 중에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인본주의같은 교과서에서 한 번쯤 배웠음직한 어휘만 봤었기에 나도 많이 썼었고, 그런 표현이 내용을 좀더 쉽게 만들어준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아뿔싸!! 이게 웬걸~ 내 지식 수준이 새 발의 피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 《이즘과 올로지》덕분에 난 완전 혼란에 빠졌다.

이렇게나 많은 이즘들이 있단 말이얏~! 세상이 나만 홀로 내버려두고 저 혼자 많은 지식을 생성해냈군!!

 

그러나, 이런 기분은 비단 나만이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가도 잊어버린 용어나 혹은 있었는 줄도 몰랐던 용어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이 인문지식에 대한 백과사전을 음미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워낙 많은 용어들이 나열되다 보니까, 그것도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용어들이 태반이다 보니까 가끔 알고 있는 단어만 나오면 유심히 읽고, 그 외의 단어는 '설마 이런 게 있으려고~?'하는 의심부터가 들기도 했다. 몹쓸 놈의 의심하는 버릇이긴 하지만 이것은 지식에 대해 가진 소외감을 나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듯 싶다.

 

다음은 저자가 서문에 인용한 기사다. 2005년 가을에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에이지』지에서 나온 기사인데, 당시 혼란에 빠진 이라크의 정세를 데이턴 협정이 비준된 뒤 보스니아가 겪은 10년과 비교하는 기사였다. 완전 장난 아니였다.

 

보스니아는 강력한 민족주의, 문화적 쇼비니즘과 실지회복주의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과 체첸과 중동에서 온 무자헤딘이 발칸 반도에서 전파한 이슬람교의 종파인 와하비즘까지 세력을 키우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사라예보 사람들에게 친숙했던 다문화주의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이런, 이런~ 도대체 몇 개나 되는 이즘이 사용된 거야~ 다른 기사들은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은데, 하긴 경제기사도 만만치는 않다만, 유독 이 기사가 잘난 척을 좀 하셨다. 민족주의, 다문화주의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문화적 쇼비니즘과 실지회복주의, 무자헤딘, 와하비즘는 처음 들어본 용어인데다가 대략 유추해서 얻어낸 기사의 내용과도 긴밀하게 연결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저자도 말하길, 아무리 아는 것이 많은 독자들일지라도 '실지회복주의'나 '와하비즘'이 무엇인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할 기사문에서조차 이렇게 이즘들이 판을 치니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저자가 나선 것이다. 이제껏 세상에 한 번이라도 등장했던 이즘들을 하나씩 파헤쳐서 그 유래부터 그 의미까지, 게다가 비꼬는 의미로 쓰일 때조차 확실하게 알려준다. 완전 대단하다.

 

총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서 알려주는데 알파벳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막연하게 읽다가 가나다순이 아닌 것에 대해서 당황하면 안되겠다. 정치와 역사 / 철학과 예술 / 과학 / 경제 / 종교 / 성도착 외 / 까지인데 제일 분량이 많은 것은 [정치와 역사]편과 [종교]편이다. 우리 인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 테니 많은 게 당연한 일일 테지만 어렵기는 정말 못 알아먹겠는 것도 상당히 많다. 그것도 나름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렇고 이런 책을 접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궁금하다. 이 저자는 이런 지식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이 의문의 내심은 바로 이것일 게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런 책을 쓸 정도로 저자와 같이 방대한 지식을 보유할 수 있을까 하는. 하여간 정말 아는 것도 많은 사람은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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