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내 꿈아
박문성 지음 / 여우볕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축구경기를 많이 보지 않는 나는 프로축구의 유명한 선수들처럼만큼이나 박문성 해설위원이 너무 낯설었다. 첫장을 읽을 때도 그다지 내 맘에 와닿지 않는 너무 당연한 말만 나열해놓기에 어색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알아준다는 해설위원이자 칼럼니스트인 그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니까 저 사람도 나처럼 똑같은 인생의 고민을 했구나 하는 공감이 들었다. 축구 기자로 시작해서 해설위원이 되고 칼럼까지 쓰게 되면서 그가 만났던 사람들, 그가 깨닫고 느끼고 경험했던 일들이 모두는 아니겠지만 조금이나마 녹아든 그의 글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울컥 하는 부분까지 있었다. 그 부분은 그의 경험이라기보단 감동적인 축구의 드라마였긴 했지만, 그래도 그가 느낀 것은 앞으로 나도 느껴야 할 부분이기에 살아온 환경과 추구하는 분야가 다르더라도 인간이라면 충분히 같은 것을 생각하고 추구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 책을 보게 된 계기는 꿈이 없어 방황하거나 축구에 꽂혔지만 능력상 형편상 축구선수로 진로를 정할 수 없는 많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축구와 가까이 살아갈 수 있는, 또는 꿈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느낀 것은 꿈은 어느 나이라도 꾸어야 하는 것이며, 꿈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벌써 30줄에 접어든 내게도 효용이 있단 말이었다. 이 말이 이렇게 내게 강하게 다가온 것은 어느새 내가 나이 뒤에 숨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꿈을 꾸지 못할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겁쟁이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멍하니~ 시간만 죽이면서~

 

저자도 같은 경험이 있었다. 가수에 꿈을 정해놓고 공부는 뒷전으로 미뤄놓기만 했던 시절이... 축구선수로 뛰다가 사고로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된 작은 형이 눈물로써 호소하지 않았다면 절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나니 같았던 시절이 말이다. 그런 그도 이렇게 다시 꿈을 꾸고 다시 일어서지 않았나 말이다. 회계학을 전공했어도 축구기자가 될 수 있었고, 축구기자에만 만족하지 않고 해설위원까지 욕심을 부려 되었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칼럼니스트까지 병행할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은 바로 꿈이 아니였을까. 쉬지 않고 꿈을 꾸었던 바로 그 원동력으로 그는 지금도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 아이들도 축구선수가 아니여도 축구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면 좀 더 꿈을 자유롭게 꿀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생각해본다.

 

이런 저자에게도 여기까지 오는데 마냥 편했던 것만은 아니였다. 그가 인생 모토로 삼은 '풋볼리즘'을 가슴에 새기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의 인생이 축구로 점철되면서도 도대체 축구가 뭔지 몰라서, 가슴이 아닌 말이나 글로 판단하던 시기가 있었다. 축구를 승패라는 결과와 선수의 기량이라는 잣대로만 이해했다. 그러던 그에게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2001년 6월, 2002한일월드컵의 프레월드컵 격인 2001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대회 첫 경기 프랑스전에서 다섯 골을 내주며 참패했다. 대단히 잘 하는 팀이긴 했지만 너무 압도적으로 져버린 터라 불안해진 팬들은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을 향해 비난을 해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차전 멕시코를 상대로 열심히 뛰던 차에 전반 36분 유상철이 코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당해 쓰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교체해야 마땅하지만 계속 뛰겠다는 유상철의 강한 의지를 히딩크 감독도 꺾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뒤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1-1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후반 44분 콧잔등이 퉁퉁 부어오른 유상철이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코뼈가 부러진 사람이라면 누가 옆에 다가오는 것조차 두려운 게 당연하다. 그러나 유상철은 부러진 코뼈를 하고도 강하게 날아드는 공에 거침없이 갖다 댔다. 저자는 자신이 해설을 했다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을 거라고 그 놀라움을 표시했다. 저자는 상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고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단다. 선수들의 심장이 뛸 때 자기 심장도 고동치는지, 선수들의 숨이 목까지 차오를 때 진심으로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눈물을 쏟았는지.. 자신에게 축구는 도대체 무얼지... 그때야 깨달았다. 내게는 순간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부일 수 있다는 것을, 나를 던질 수 없다면 남을 조각하는 말을 쉽게 뱉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중에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그런 풋볼리즘을 가슴에 심게 한 유상철과 같이 축구 중계를 하면서 그 때 일을 이야기했단다. 그 때 유상철 감독이 하는 말이 정말 내 가슴도 울렸다.

"나를 포함한 우리 팀에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던 때였거든요.

한 가지만은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들 중 누구도 온 힘을 다하고 있지 않은 선수는 없다는 것을요.

팬들이 선수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게 가장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p. 67)

 

앞서 말했듯이 나는 축구를 그다지 많이 보지 않는다. 그러니 선수들의 고통이나 노력, 땀에 대해서는 고사하고 선수들의 이름조차도 잘 모른다. 그래서 가끔 볼 때마다 후반전에서 많이 지쳐 실수를 하는 선수들을 보며 모진 말을 아주 쉽게 내뱉었었다. 꼭 내가 대단히 많이 아는 것처럼.. 정말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렇게 이리저리 비판만 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이제야 비로소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아아, 절대 그런 말, 남을 조각하는 말은 쉽게 내뱉는 것이 아니구나!! 모든 선수들이 동일하게 열심을 내고 있구나!! 열심히 살다가 보면, 어느 순간에는 그 열심이 그저 흉내만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이 내게서 멀어지고, 내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 같은 느낌만 남아 나를 외롭게 했던 때가... 아니였다, 내가 열심을 냈던 것이~ 열심을 냈다면 그렇게 내 안에 아무것도 안 남을리가 없는 것이다. 그저 나는 몸은 안 움직이고 머리로만 이리 저리 재고 있었던 걸 거다. 이제는 다시금 일어날 때가 되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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