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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
쑨자오룬 지음,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도로 보는 시리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저자가 중국인이여서 그런지 동서양의 모든 이야기를 다 아우르는 책이 나올 수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책을 봤는데 소설가이자 교수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가 동양에 대해서 전혀 무지한지 동양 역사 부분은 화가 날 정도로 말도 안 되게 적어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더 화가 났던 것은 그 저자가 홈스쿨링을 한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렇게 쓴 책을 가지고 아이들이 공부를 하면 동양에 대해서 얼마나 잘못 알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울분이 터진다. 에궁~ 모르면 쓰지를 말지, 괜히 나서가지고.... 이 책은 그래서 대단하다. 보통 세계 과학사하면 동양보다는 서양의 과학사에만 초점을 맞추기 마련인데, 이 책은 오히려 동양에 대한(아니 중국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비중이 더 높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동양이 중국에 한정되어 있던 것은 아닌지 심하게 의심이 되긴 하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목차를 살펴보면, 총 다섯 시대로 나누어진다. <01 과학의 기원> <02 중세시대의 과학기술> <03 근대과학의 서광> <04 과학혁명> <05 과학기술의 고속 발전>으로 나누어지는데,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하다. 나조차도 예전 학창시절에 학교에서 배웠던 말이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또 새롭게 외우게 되는 인명이나 기술명이나 지명의 이름만 나올라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 온갖 설레발을 치면서 책을 읽어내렸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고대쪽이라 <01 과학의 기원>에 해당하는데, 그 당시는 철학분야나 과학분야나 매한가지여서 철학책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마음껏 향유하면서 읽어갈 수 있었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는 간단하게 봤던 내용을 여기서는 알록달록한 지도와 사진 자료들로 무장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눈이 무척이나 호강했다. 다른 이유보다도 이 책의 가치는 바로 이런 호사스런 사진과 그림 자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 자체는 너무 잘 나왔다고 생각되지만 읽다보니 의문점이 드는 곳이 생겼다. 이 책의 제목이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가 아니라 [지도를 곁들인 중국사 관점에서 보는 세계 과학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국의 관점을 곳곳에 배치해놓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흥미있어 하는 <01 과학의 기원> 속에는 네 시대로 구분이 되는데, ((01 고대문명의 과학)) ((02 상고시대 중국의 과학기술)) ((03 계몽시대 : 고대 그리스시대 과학)) ((04 헬레니즘, 로마시대의 과학기술))으로 나뉘어 있다. 각 시대별로 나뉘는 제일 첫 장에는 어김없이 세계전도가 나타나있는데 그 지도 밑에는 꼭 '중국'의 역사에 대해서 정리가 되어 있기에 그런 의문점이 들 수밖에 없다. ((02 상고시대 중국의 과학기술))은 당연히 중국이 나와야 하겠지만서도, ((03 계몽시대 : 고대 그리스시대 과학))이나 ((04 헬레니즘, 로마시대의 과학기술))에는 왜 중국의 역사가 첫장에 떡하니 나와야 하는 것일까. 3장과 4장에는 중국의 역사와 그리스의 역사가 같이 나오니까 그것이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비교하기 위해서 그렇게 편집을 했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맨 뒤에 있는 영국이나 독일, 미국의 역사는 나와있더니만) 1장에선 인도나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는 표기되어 있지 않기에 자꾸만 표지의 저자 이름을 힐긋거리게 된다. 너무 자문화 중심주의 아니냐고~ 내가 중국에 대해서 특별히 악감정이 없는데 이상하게 신경쓰이는 요소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건 개인적인 소견이다. 일단 과학에 대한 모든 사진과 그림 자료를 일일히 잘 정리해준 책이여서 그 소장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다만 앞으로는 이렇게 지식으로 무장할 수 있는 이런 시리즈의 책이 외국 사람의 손에서 나오지 않고 우리 손으로 만들어지는 그런 날이 기다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