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래식을 만나다
정인섭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얼마 전에야 클래식 입문책을 겨우 하나 뗐기에 하면 아직 클래식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하지만 영화나 CF 등으로 귀에 익은 클래식은 내가 몰라서 그렇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음악을 직접 대면했을 때야 겨우 '아~ 아는 거다' 하지, 보통 이름만 나오면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런 문제를 과감히 해결해준 책이 있다면,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바로 이 책일 것이다. 총 스물 여섯 편의 영화 속에서 주역의 자리를 차지한 클래식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영화에 대한 감동과 해설까지 곁들여져서 나오니 상당히 만족스럽다.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워낙에 깊이가 없는 탓에 예술 영화나 뭔가 의미있는 영화는 제쳐두고 흥미 위주로 고르다 보니 - 그나마 요즘엔 그것도 못하고 있지만 -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좋아한다. 아직은 남들 하는 이야기만 주워듣고 있지만 이런 이야기도도 쌓이다 보면 나름의 식견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에 나온 스물 여섯 편의 영화 중에서 내가 봤던 영화는 겨우 다섯 편밖에는 안 된다. <쇼생크 탈출>, <아마데우스>, <작은 신의 아이들>, <죽은 시인의 사회>, <파리넬리> 이렇게 총 다섯인데, 그나마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음악 영화였던 <파리넬리>뿐이다. 대학 때 도서관에서 봤던 그 영화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가 너무 강렬했던 탓에 아직까지 그 감동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외 다른 영화들은 내용만 단편적으로 기억이 날 뿐 배경으로 흘러나왔던 음악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오래 전에 본 것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영화를 볼 때 음악은 배경으로만 듣지, 영상처럼 그렇게 주의깊게 신경쓰지 않았던 탓이다. 특히나 그렇게도 많이 봤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흘러나왔던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도 도통 기억이 나지 않으니 정말 한심할 정도이다. 아마도 지금 다시 들어보면 '아하~' 하고 알 테지만.

 

아마도 고등학교 때 음악시간에 봤던 것 - 대학 때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내 손으로 찾아서 본 것은 아니였다. - 으로 기억나는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를 상당히 경박한 인물로 그려놓은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의 일생을 다룬 영화다 보니 상당히 많은 클래식이 나왔는데, 다른 영화와는 달리 배경음악이 아니라 스토리 중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여서 좀 기억에 나는 듯도 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 내 맘 속에 끓고"]도 생각이 날듯 말듯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장 인상깊었던 음악(장면)은 뭐니뭐니 해도 모차르트가 죽어서 미완으로 남기게 된 [레퀴엠]이다. 그가 죽게 되는 과정을 기이한 분위기로 그린 그 장면은 정말 스산했다. 특히나 그가 제3곡 "라크리모사" 8소절까지만 썼기 때문에 그 작품이 더욱 특별한데, 얼마 전에 동일한 제목의 무시무시한 소설을 본 후라 더 마음에 남는다. 역시 으스스한 내용은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은 봤을 거라고 추정되는 영화다. 대학 때 수화 수업을 들었는데, 워낙에 까다롭게 가르치시는 교수님 밑에서 이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써오란 숙제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내용이 기억안나서 봤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이유가 물(수영장) 속에서 웅크리고 둥둥 떠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애인과 사랑싸움을 하며 자신의 세계를 지키려는 듯한 모습을 표현했을 텐데 역시 이 영화에서도 음악은 기억이 안난다. 그 음악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제2악장]이다. 사랑을 엮어가는 주인공들의 어울림을 아름답게 표현한 이 음악은 오히려 농아와 정상인이 서로 사랑해서 서로 좋아하는 것(남자 주인공에겐 바로 이 음악)을 상대랑 공유하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더욱 진하게 불러일으킨다. 아, 왜 난 이런 아름다운 선율을 기억할 수가 없는 걸까.

 

이 책을 보니 듣고 싶은 클래식이 두엇 생겼다. 물론 여기 있는 영화를 다 빌려보고 음악도 따로 들어보고 싶지만, 너무 지나친 희망사항은 오히려 사람을 지치게 하니까 일단 두어 개만 정해두었다. 먼저 두 곡은 기타곡인데 영화 <금지된 장난>에 나온 나르시소 예페스의 [로망스]와 영화 <디어 헌터>에서 존 윌리엄스가 연주한 [카바티나]이다. 둘 다 클래식 기타의 대명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감동스러우면 그럴까 싶어서 꼭 들어보고 싶다. 또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에 나온 바흐의 [샤콘느]를 들어보고 싶다. 이 곡은 오직 바이올린 한 대의 악기로만 연주해야 하는 유명한 곡으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에 파르티타 2번의 마지막 곡인데, 폐부를 찌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고 짜릿하게 들려주는 곡이란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편곡하기도 했다는데, 얼마나 뛰어나면 영화의 엔딩 14분을 고스란히 음악에 할애를 할까 싶기도 한 게 진짜 궁금하다. 그런데 이런 음악 영화에선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배우를 쓰는 거겠지? 그것도 궁금하네~

 

마지막으로 가장가장 보고 싶은 영화는 책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영화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다. 이 영화에 쓰인 클래식은 상당히 많은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 "일출"은 태양이 행성 뒤로 떠오르는 오프닝 신과 맞물려 장엄하게 만들고,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부분에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우주공간을 우아한 곳으로 바뀌놓는다고 하니 어찌 솔깃하지 않을 수가 있으리오~ 특히 이 영화는 SF소설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인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과 책에 실린 첫 사진에 나온 모노리스(영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커다란 돌비석)가 아주 흥미로웠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아주 쪼그매져서 영화 속에 들어간 악동이 나오는 배경이 그 돌비석이었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이 영화가 그렇게 유명했구나~~

 

클래식뿐만 아니라 영화의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게 해준 이 책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특히나 내게는 영화의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영화들에 대해 알게 되니까 흥미가 마구 솟구친다. 앞으로 책도 보고 영화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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