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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인의 명사 이순신을 말하다
김성수 외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4월
평점 :
충무공 이순신을 말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이 '백의종군'이다.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했을 때는 제일 먼저 '거북선'을 떠올렸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어 그런 인물이 나오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절절하게 알고 나니까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나라를 위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백의종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렇게나 유명하고, 온 나라가 환호하는 그 위대한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나는 자세히 알지를 못한다. 그저 늦깍이로 무과 과거시험에 응시해서 아주 성실하게 나랏일을 감당했다는 것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어렸을 적에는 거북선의 존재가 이순신 장군의 창의력과 천재성을 증명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장군이 전체적으로 지휘는 했겠지만 거북선을 실제로 만들어낸 것은 그가 아니라 그의 수하였을 수도 있다는 의혹 섞인 말에도 금방 흔들려버리니 그의 위대함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더군다나 누가 만들었든간에 지금은 그 실물이 전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거북선의 매력도 사그라들어 버렸다. 그런데 이 참에 만난 이 책은 너무 새롭다. 충무공 이순신의 모든 것을 낱낱이 밝혀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어디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리더십을 본받기 위해 '이순신리더십연구회'라는 단체도 설립해서 뭔가를 한다고도 하고, 순천향대학교에서는 '이순신연구소'를 세웠다기도 하고, 어떤 카페에서는 '이순신레인보우강사 프로그램'도 있다고도 들었는데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회도 결성하고, 프로그램을 만들 정도로의 대단한 무언가가 있는 줄은 몰랐다. 그저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것말고는 없다 생각했는데, 이럴수가~ 진짜 입이 떠억 벌어질 만큼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나 변호사, 판사, 육군본부 정보참모부장, 해군사관학교교장, 소설가, 외교안보연구원장, 한국토지공사 단장, 국무총리 직속 새만금위원회 위원, 경영학 박사 등 내노라 하는 각 분야의 명사들이 한 편씩 쓴 것을 묶은 책이다보니까 뻔한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지도 않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자신이 알고 있고 연구했던 충무공에 대해 아주 논리적으로 풀어놓는다. 사실은 서영길 해군 중장께서 쓰신 <명량해전과 충무공 이순신의 리더십>을 보았을 때는 살짝 눈가에 물기가 어리기도 했다. '이렇게 훌륭한 분을 내가 잘 알지 못했구나~'하는 자괴감과, '그렇게 몸 바쳐 나라를 구했기에 21세기에 내가 이렇게 살아숨쉴 수 있는 것이구나~'하는 감탄 때문에 말이다.
백전백승을 기록했던 충무공의 전투는 하나같이 모두 훌륭하지만 그중 그의 리더십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표적인 전투가 바로 명량해전이다. 임진왜란 중에 일어난 해전 중에 가장 열악했던 조건을 가지고도 대승을 거둔 해전이기에 명량해전을 살펴봐야 충무공의 리더십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을 살펴보면 정말 가관이다.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이 감옥에서 모진 고초를 받고 나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백의종군을 해야 하는 것도 기가 찰 일인데, 삼도수군의 지휘권을 빼앗은 원균이 칠천량 전투에서 이순신이 5년 동안 피땀 흘려 가꿔온 조선의 수군을 전멸시켜버렸단다. 아이구야~ 그런 상황에서 나라에서는 그를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했으니, 군사도 없고, 무기도 없고, 배도 없고, 심지어 부임지도 없는 그 상황에서 기가 차지 않았다면 그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하된 도리로서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을 뿐. 나처럼 지나간 일에 원한을 두고두고 품어서 가슴에 독을 만들어 살진 않았기에 충무공이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제 감정 처리도 못해서 이리저리 티를 팍팍 내고 다니는데, 충무공은 면목이 없어진 조정에게서 육군에 들어가 싸우라는 명을 받았을 때도 침착하게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신에겐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비록 전선이야 적지만 신이 아직 죽지 않았으니 적이 감히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내가 이렇게 말했다면, "저, 싹수가 노란 놈~"이란 말이나 들었을텐데 충무공의 입에서 흘러나온 저 말은 그 자체로 생명이 있는 듯 하다. 그렇게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 충무공은 여러 병법을 사용해 1 대 30의 열세 상황을 1 대 3으로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다.
그 방법은 이러하다. 1) 탐망선 등 다종의 정보 획득원의 활용, 2) 선승구전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 선택, 3) 전투 해역과 시간 선택으로 전장의 주도권 장악, 4) 판옥선의 장점인 화포 운용의 적절성 으로 평소에 공부해왔던 많은 병서들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미리부터 판옥선이라는 새로운 배를 개발했는데 왜군들의 전투 방식이 적의 배에 뛰어내려 1대 1의 백병전으로 함을 알고 배에 적군들이 들어올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또한 상하동욕하는 정신력으로 무장하도록 해서 군사들이 전쟁 중에 도망쳐 대열을 무너뜨리고 군의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미리부터 엄(嚴)과 신(信)을 이용해 군사들의 정신을 무장시켰다는 것이다. 대단한 능력을 가진 충무공일지라도 그를 받쳐주는 군사들이 없었다면 명량해전의 승리는 이룰 수 없었을 것이기에 평소부터 엄하게 다스리면서도 자신을 따르면 승리가 온다는 믿음을 줘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했단다. 리더로써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기업이든 더 성장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전략을 세워 전쟁을 할 일은 없겠지만 충무공의 리더십을 가지고 세상에 나간다면 온 세계가 내 손 안에 있지 않을까. 이런 음흉한 생각을 하지 않아서 더욱 대단한 충무공은 전쟁의 상대국인 일본까지도 인정하는 위대한 명장이 아닐 수 없다. 아~ 이런 영웅, 또 안 나타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