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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 ㅣ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에드윈 무어 지음, 차미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출판계에서 내로라하는 글쟁이인 에드윈 무어가 쓴 이 책은, 책의 제목이 사람의 흥미를 아주 많이 끌게 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이란 소제목은 세계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대단한 인물들도 우리들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을 거란 추측을 확신시켜주는 소제목이기에 나도 자연히 이 책에 끌렸었다. 수많은 세계사의 주역들을 다 살펴보려면 100가지 장면만으론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이 정도라도 우리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특히나 1) 고대, 중세의 만남들 2) 16~17세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만남들 3)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만남들 4)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만남들 5) 1차 세계대전에서 2차 세계대전까지의 만남들 6) 1946년 이후 현대의 만남들..이란 목차를 보고선 완전히 뽕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일단 저자 에드윈 무어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거다. 저자는 영국 출판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풍자와 위트가 넘치는 작가로 유명하다. 20년 가까이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은퇴하고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중이라는데 가끔씩 영화나 드라마에 '장님', '미치광이 과학자' 등의 특이한 배역으로 출연해 연기도 한단다. 진짜 특이한 사람이지 않은가.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보통의 할배로 상상하면 곤란하다. 당연히 우리랑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두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이 책에 대해서도 언론은 '역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위트로 승화시킨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까 진짜 관심이 많이 갈 테지만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위트다. 그의 위트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겐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리니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또한 저자가 서문에 밝혀놓은 세계사 사건의 선택 기준이 있는데, 첫째로 만난 사람들이 유명인사일 것, 둘째로 서로의 존재를 모르다가 우연히 마주칠 것, 셋째로 그 만남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것을 들어놨다. 허나 문제는 아무리 읽어도 그 기준에 완전히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미리 알고 읽지 않으면 한창 읽다가 문득 하나의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 사람이 누구지?" ㅋㅋ 이런 의문만 든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그럴 땐 아~ 내가 모르는 사람이 참 많았구나, 하며 지나가면 되지만 이런 의문까지 들 땐 정말 난감해진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만나서 뭘? 어쨌는데?" 아무리 봐도 도통 그들의 만남의 의미를 찾아낼 수가 없을 땐 정말 허탈해지기 쉽상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특히나 번역인까지도 굵직 굵직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서술한 게 아니라 우연한 행동, 작은 사건과 사소한 물건들, 스치듯 만나게 되는 과정까지, 한 마디로 자기 입맛에 맞는 흥미 위주의 편집이며 시시콜콜한 트리비얼리즘(trivialism)의 극치라고 하니까!! 내가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아봤다. 트리비얼리즘... 도통 무슨 단어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원!! [트리비얼리즘이란 평범·진부·통속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형용사 트리비알리스(trivialis)에서 온 말이다. 쇄말주의(瑣末末主義)라고 번역되며, 일반적으로 자연주의적 예술에서, 필요 이상으로 세밀한 묘사가 많은 경우, 그것을 경멸하여 쓰는 말]!!! 그러니까 이것을 감안해서 읽으면 아주 심심풀이 땅콩으로 그 역할을 잘 해낼 것이다. 난 처음에 이런 사실을 몰라서 아주 힘들었지만~
사실 내가 원한 건 미국에 간 비틀즈가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대접을 받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자 한 게 아니니까 조금 실망도 되었었다. 특히나 영국인들은 이해하는 걸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고 얼마나 허걱거렸었는지... 하지만 안심해라~ 다 이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냥 키득대며 읽으면 아주 편하고 재미난 하나의 유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