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김용규 님의 새로운 책이다. 이번에 쓰신 책은 좀 특이한 분야인데, 바로 자기계발 팩션이라고 하나 뭐라나. 완전한 허구로 만든 책이 아니라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실존인물들로, 그들의 살아온 역사에 뭔가를 각색해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달해주는 책이다. 처음에 헤르메스 김이라는 필명을 봤을 땐(처음엔 외국사람인 줄 알았다. 재미교포쯤?) 이런 사람이 있는 줄 알았었는데 책의 앞날개를 보니까 그가 바로 철학가로 유명한 김용규 님이셨다. 철학 책도 많이 쓰셨는데 그의 책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보면 정말 감탄이 절로 흘러나온다. 지인들에게 몇 권 사다가 돌렸었는데, 정말 강추다!! 이 책이 바로 그가 쓰신 거라니~~ 찌잉~ 정말 감동이 몰려온다. 그리고 <철학 통조림>시리즈랑 <알도와 떠도는 사원>은 학원에서 접한 책인데, 정말 솔깃한 책이다.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사라졌으니, 꼭 찾아서 봐야지~~ㅋㅋ
 
책을 다 읽고 이 책의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오나시스란 인물을 검색해보았다. 사실 그 사람 말고는 윈스턴 처칠이나 모나코 왕국의 왕비이자 할리우드 여배우인 그레이스 켈리, 역시 여배우인 그레타 가르보,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 그리고 영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는 다 아는 사람이었는데 유독 그만 몰랐기에 가공의 인물을 만든 줄 알았었다. 어라, 이게 웬걸? 검색을 해보니 오나시스란 인물은 실존 인물인 게 아닌가. 빈털털이인 채로 아르헨티나로 망명와서 그리스의 선박왕이자 석유업계에 군림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거렁뱅이처럼 보이는 노인이 자신을 도와준 어느 미국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를 주곤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이야기가 주요 골자이다.
 
'반드시 존귀하게 하라', '절대로 무겁게 하라'라는 의미를 가진 '캅베드'가 오나시스가 받은 양피지의 이름이었다.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그에게 어떤 노인이 랍비에게 전해주라고 한 짐보따리를 맡은 대신 수고비로 건네 준 이 양피지는, 사람이 여기에 적혀 있는 대로 따라하기만 한다면 세상의 무엇이든지 얻을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값어치가 있는 것을 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잘못된 것을 원하면 악독한 일이 쓰이게 될 테니 인생이 망가질 수가 있다고~ 그 양피지를 가지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 오나시스는 두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생활비 뿐이었다. 그 때 그는 작은 회사에 출근할 때부터 양피지에 적힌 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공경은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원리로 사용했던 창조의 비밀이다
일을 공경하면 일이 주는 대가와 이익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오나시스는 캅베드의 가르침대로 작은 일을 할 때도 그것을 공경하여 많은 것을 얻으려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의 기술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야근 근무를 자처해서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보수가 올라가고 아름다운 아가씨들과도 사귈 수 있게 되었다.
 
공경의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경하는 대상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둘째는 공경하는 대상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 가르침대로 자신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하면 일단 정보를 많이 얻어냈다. 연초를 처음 팔려고 했을 때는 자신이 물건을 팔 사장에 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알아내서 회사에서도, 집 밖에서도, 식당에서도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인사를 하는 등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나선 연초로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리헨티나가 그리스와 통상조약을 맺지 않아 그리스로서는 손해가 되었을 때, 그리고 자신의 사업에도 손해가 되었을 때도 그는 이 가르침대로 행했다. 자신이 사업가가 아니라 외교관인 것처럼 모든 정보를 조사해서 그리스 수상과 외무장관에게 알렸던 것~ 그것으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그리스 대리영사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만든 아주 중요한 이권을 갖게 된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그가 목표로 삼았던 것은 세계 제일의 부자였다. 그 목표를 설정하고 나서 그가 행한 모든 행동은 그 목표를 이루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자신이 행복하게 하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에게는 공경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이요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이요
또 하나는 신이다
 
자기 자신을 공경하면 행복이, 다른 사람을 공경하면 부귀와 명예가, 신을 공경하면 불멸을 얻게 된다는데 그는 이 셋을 다 못했다. 내가 보기엔~ 일단 자신의 꿈이 세계 제일의 부자가 아니였던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야 했다. 아니면 바른 기업인이 되거나~ 아들에게 물려줄 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기업인이~ 그리고 윈스턴 처칠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공경한 것도 같지 않다. 만약 그랬다면 그리스 선박업계에 들어가기 위해 잘못된 결혼까지 할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말했듯이 신을 공경하지 못했다. 아니, 신을 공경할 줄 몰랐다. 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잘 몰랐으니까~ 아들 알렉산더가 죽고 나자 그제서야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 오나시스가 후회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웠다.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난 중년의 변호사인 윌리엄 게이츠는 양피지의 가르침을 잘 쓰겠다고 했다. 특히, 아들인 빌에게 잘 전수하겠다고~ (누군지 아는가. 세계적인 대부호인 빌 게이츠 말이닷~!) 특히나 신이 원하시는 걸, 자신의 행복을 늘려가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을 줄여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만큼 아마도 잘 하겠지~ (최근 자선사업을 많이 하니까 연결시켰나봐~) 그런데 책 중간 중간에 보면 철학적인 이론이 많이 나온다.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가게스의 반지'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절묘하다. 뭐, 없어도 상관없지만 그 내용을 부가시켜주는 데 딱이었다. 사실이란 뼈대에 허구의 살을 붙여서 만든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안타깝고 불쌍하고 뭐 그렇다. 난 인생을 살면서 오나시스 만큼의 부귀영화를 누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무엇이 아닌 것쯤은 알고 있는데 말이다. 특히나 포경선을 운영하며 새끼를 밴 어미 고래도 마구잡이로 포획하는 짓을 절대 하지 못했을 거다. 가만 보면 잘 나갈 때에 더 많은 경계가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요즘 들어 일에 대한 공경심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 이 책이 내게 조금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이 상황이라 그런지 더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고민이 많이 된다. 내가 특히나 다른 사람에 비해서 감사가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다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는 일을 공경하는 마음부터 다시 먹어야 할 듯 싶다. 으음, 일을 공경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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