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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전찬일 외 지음 / 작가 / 2009년 2월
평점 :
이 책은 2008년을 뜨겁게 달구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영화들을 엄선한 리뷰 모음집이다. 저기 표지에 <쌍화점>도 보이고, <멋진 하루>도 보이고, 차인표가 열연한 <크로싱>도 있고, <놈놈놈>에다가 <과속스캔들>까지... 사실 사진이 조금 잘려서 그렇지, <우생순>도 있고, <영화는 영화다>와 <님은 먼 곳에>, <슬리핑 뷰티> 등등 다양한 한국 영화 14편과 외국 영화 8편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사실은 많이 익숙한 영화포스터가 나를 손짓하는 바람에 냉큼 집어든 녀석이지, 이 책이 영화리뷰 모음집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럼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사실 아무 것도 기대한 게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신나게 읽다가 중간에 다른 책을 읽느라고 중간에 한 번 쉰 것만 빼놓으면 정말 행복한 독서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도 내내 가슴이 설레일 정도니~~~ 그런데, 정말 독특한 건 나는 여기에 있는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못했다는 거다. 극장에서뿐만 아니라 어둠의 통로를 이용해서라도 말이다. 손쉽게 볼 수 있는 통로가 있음에도 손이 안 가는 건 극장에서 봐야 참 영화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쨌거나 작년 한 해 동안 단 한 편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 바로 나다. 아마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른다. 내가 미처 놓쳐버린 영화들은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혹은 엉뚱한 작품으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정보를 알아두려고 말이다. 물론 이런 방법이 수동적인 영화 감상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난 요런 게 어렵다. 영화를 볼 땐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영화 텍스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해낸다는 건 나로선 정말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니 이렇게 미리 포인트를 알아두면 나중엔, 아주 나중엔 처음 본 영화에서도 의미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해본다.
작년에 하도 많은 사람들이 <과속 스캔들>이 그렇게 재미있고 하길래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그만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영화에 대한 내용이 전무한 상태로 이 리뷰를 보았다. 원래 리뷰란 이렇게 써야 하는 걸까. 아마도 리뷰어들은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쓰셨겠지만, 리뷰만 보고도 내용을 다 알 수가 있어서 혹 스포일러가 아닌가 하고 우려가 되었다. 물론 나는 영화의 내용을 미리 안다고 해서 감동이 줄어들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별 상관은 없지만, 아니, 오히려 사전 정보를 받을 수 있어서 더 좋지만 말이다. 줄거리를 조금 알고 나서야 왜 '과속 스캔들'이라고 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이건 과속이라고 해도 너무 과속이 아니야~~ 참 어이없는 설정이지만 현실 같지 않은 현실도 있으니 영화야 뭐 어떠랴~ 그런데 가장 잘된 부분은 감정의 리듬감이 잘 살아있다는 거다. 강형철 감독의 말이 관객들이 식상해할 수 있는 장면들은 가급적 빼버렸다고 하니까 감동적이면서도 뻔하거나 감정을 쥐어짜지 않아서 부담없이 볼 수 있겠다. 사실 예전에 친구가 보자고 난리여서 봤던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영 아니였다. 뭐, 감동을 쥐어짜는 것뿐만 아니라 이준기라고 하는 배우의 겉모습만으로 영화의 모든 부분을 커버하려고 하는 억지스러움은 진짜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 영화는 정말 민폐다. 시간과 노력을 빼앗아가는~~ 그런 이 영화는 아니라니까 정말 기대된다.
솔직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화는 너무 무겁지 않고, 너무 충격적이지 않고, 너무 섬뜩하지 않은 영화라야 한다. 그러니까 드라마나 로맨스, 코미디, 액션 정도밖에 안되는 거라 여기에 나온 영화들 중에 많은 것을 못 본다. 특히 배우 하정우의 눈빛 연기가 소름끼쳤다는 <추격자>는 평생을 가도 볼 수나 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슈퍼마켓에서 몸을 피하고 있는 미진이가 도망도 못가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지인이 이야기해주었는데, 듣기만 했는데도 마지막 장면이 선영하게 박혀버렸다. 윽~ 절대 못 보겠어~~~ 그런 사이코패스적인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다니 정말 대단하단 말야~~ 배우 하정우는 영화 <잠복근무>에서 처음 만났다. 영화에서 김선아와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비열한 경찰관으로 나왔었는데, 그의 비열함이 영화 초반부터 흘러나와서 처음엔 상당히 밉상으로 여겼었다. 참 못난이로구나~ 하고선. 그런데 그런 인상이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걸 보곤 정말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초반에 나왔던 비열함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았는데 그게 의도한 것이라니~~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에서도 배우 전도연이랑 같이 호흡을 맞추었는데, 거기선 또 서글서글하니 정이 많은 사람으로 나온단다~~ 왠지 그 비열함이 은연중에 배어나올 것 같아(난 그의 인간성도 의심해봤다~^^;) 그의 연기는 잘 안보게 되었었는데, <멋진 하루>에서 멋진 남자로 나온다니 그의 연기 변신을 봐보면 나로선 정말 새로울 것 같다.
한 번쯤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 <영화는 영화다>도 기대가 된다. 배우 소지섭, 강지환의 포스만으로도 많은 관객을 끌여들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관객 동원은 많이 했겠지? 게다가 이 영화는 2008년 한국 영화 베스트 1이 되었다.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과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장훈 감독의 바로 이 영화가 삼파전을 치르고 당당히 영예의 1위를 차지했다는 거다. 뭐, 다 그럴 만한 이유가있어서 그랬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종류라 아무리 설명해줘도 못알아 듣는다. 그런데 현실성이 결여된 인물도 너무나 현실적인 인물도 모두 관객이 공감하게끔 한다니 어찌 안 빨려들어가고 배기겠는가 말이다. ㅋㅋ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가 없는 나로선 영화가 좋다고 하면 무조건 콜이다~
어쨌거나 여기에 나온 영화를 한 편씩 챙겨서 보려면 한동안 너무 바빠질 것 같다. 작년에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처음 접하고도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만나는 오늘의 시리즈는 정말 멋지다. 그나저나 작년판이나 재작년판도 지금 구할 수가 있을까. 꼭 구해서 내 서재에 모셔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