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장장 사흘에 걸쳐 책을 다 읽으면서, 마흔 한 장이나 되는 각주를 꼼꼼히 훑어보면서(세상에 이렇게 많은 걸 다 참고한 거야~), 번역하면서 자신의 지능지수를 의심하게 되었다는 번역가 조윤경 씨의 말에 깊이 공감해본다. 사실 이 책이 다른 사람이 번역한 것이었더라면 환호성을 지르며 열심히 읽었을 거라는 조윤경 씨의 말에 내심 내 지능지수를 더 많이 의심해보았긴 했지만 말이다. 번역하는 걸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그런 책을 번역을 하다니, 정말 위대하신 분이다.

 

솔직히 나도 번역가처럼 제목만 봤을 때 몸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란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정말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과학사를 전공하신 저자답게 19세기부터 시작된 퇴마이야기부터 21세기에 그 효능이 증명된 고도명상과 플라시보 효과에이르기까지 장장 339페이지나 되는 지면을 할애하여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녀가 만들어낸 용어, "나레이션"이나 비유한 내용이 이해가 안되서 솔직히 읽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내용은 정말 체계적이고 심도가 있지만 말이다. 아마도 아직 내 지능지수는 내가 원하는 곳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나 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플라시보 효과'가 언제 긍정적인 의미로 의학계에 적극 수용되었는지 알 수 있고, 막연히 정신치료의 한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던 '최면'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지금은 최면을 그저 정신과치료의 한 방법으로 여기지만 과거에는 그것이 악령을 물리치거나 혹은 신내림을 받은 증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는 걸 알면 훨씬 더 의미가 깊을 것이다. 그런 최면이 어쩌면 권위있는 자에게 복종하는 환자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까지도 알 수 있다. 그것이 악령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가 하는 명상에서 우리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고도명상을 하면 뇌에서 감정을 일으키는 위치를 변화시킬 수 있고, 심장박동 수를 줄이거나 혈압을 낮출 수도 있다는 것이 과학으로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었다고~~ 그 다음에 명상을 특정 종교와 분리시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니 이제는 불교에 귀의하지 않아도 죄의식에 빠지지 않고(타 종교를 가졌을 때)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 서양의 종교에서부터 시작된 '최면요법'에서 마음의 의미를 찾았다면 점차적으로 동양 종교에서 마음의 의미를 찾게 되는 건 정말 놀랍고도 놀랍다. 그러나 이건 서양이나 동양이라는 구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마음'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 환원주의 의학(복잡하고 추상적인 사상이나 개념을 단일 레벨의 더 기본적인 요소로부터 치유하려는 의학)이 대세인 이 시대에서 마음이라는 비물질적인 것이 몸을 치유할 수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증거를 찾았고, 또한 그런 증거를 아무 거리낌없이 믿는 것이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이 책을 받아들기 전부터 난 마음이 몸을 병들게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마음을 좀 더 평안하게 갖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가도록 하는 게 좋겠다. 그래도 이 책은 아무래도 과학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해는 되었으나, 중간 중간 내가 파악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질주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문맥들이 나를 좌절감에 싸이도록 방치했기에 내게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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