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뒤집어 보는 재미 - 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자연생태이야기
박병권 지음 / 이너북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자연을 뒤집어본다? 처음에는 무엇을 말하나 싶기도 했는데, 우리가 은연중에 알고 지나쳐갔던 것들을 다시금 뒤집어보고 그게 어떤 것을 상징하는지에 대해서도 마구마구 비판의 작대기를 쏟아붓는 내용이었다. 박병권 교수님은 원래 환경 강의도 많이 하시고 MBC 느낌표 너구리 박사로도 나왔다고 하던데, 난 전혀 몰랐던 분이시라 좀 미안했다. 어쨌든 환경을 위해 애쓰시는 분이라니까 참 반가웠다. 특히나 서문에서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자" 주장한 것에 "맨발로"을 덧붙인 것으로 보건대 밑바닥까지 자연을 생각하시는 분이신가보다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자연이 좋고, 귀농도 좋은데, 정말 "맨발로" 되돌아가라고 하면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할 것 같으니 말이다. 내가 도시에서 자라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 밖엔 알지 못하는데 어찌 자연으로 냉큼 돌아갈 수가 있겠나 말이다. 아마도 이런 내 생각은 저자의 그 말에 내심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단 뒤집은 자연을 구경하러 가 볼까? 아직 직접 뒤집을 깜냥은 안 되니~~~

 

일단 꽃이 아름답지 않고 심지어 은밀하기까지 하다는 뜨악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우리의 눈을 형형색색으로 즐겁게 만들어주는 꽃의 생물체에게서 어떤 부분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자연히 나온다. 바로 꽃은 생물체의 생식기에 해당한다. 헉스~ 게다가 꽃잎과 꽃받침, 암술, 수술로 이루어진 꽃에서 진짜 생식기는 암술과 수술이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부분을 우리가 보드랍다고 쓰다듬고 한 장씩 떼서 책갈피에 끼워놓는 바로 그 꽃잎이라는 거다. 허~ 참, 완전 뒤집어지지 않았나. 아름답다고 한 두 송이씩 꺽어다녔던 걸 생각해보면 사실 꽃은 은밀하게 다루어야 할 가장 소중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생물체가 존재하기 위한 가장 큰 목적이 후손을 남겨놓는 것이라고 했을 때, 꽃은 함부로 꺽으면 안 된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자연 교육을 한다면 그냥 "꺽지 마세요~" 할 때보다 "은밀한 '거시기'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야 해~" 라고 할 때가 훨씬 더 각인이 되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저자는 그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강의를 한다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쉽사리 그 말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단순히 외면적으로만,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만 평가하고 생각했던 무지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실제로 꽃은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님은 자명한데 말이다.

 

인간의 편견 때문에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생물이 또 있다. 찾아보면 숱하게 많겠지만 여기에 나온 것은 칡과 아까시나무이다. 우리가 보통 아카시아라고 생각하는 나무는 아프리카에 사는 나무이고, 우리나라에서 향긋한 냄새를 가져다 주는 건 아까시나무이다. 아까시나무는 일제시대에 들어왔다고 하여 상당히 모진 대접을 받았다. 특히나 조상님들이 잠들어계신 선산에 아까시나무가 자랄라치면 재생력이 강해 묘소를 다 망친다며 진저리를 치며 싫어했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많은 꿀과 좋은 땔감을 제공할 뿐더러 수명을 다하면 스스로 넘어져 다른 나무들이 차지한 공간을 육중한 자신의 몸으로 밀어내어 햇살이 비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는 후손을 위한 사랑이 지극한 나무이다. 게다가 질소를 고정하는 미생물과 공생을 해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며, 땅에 떨어지면 바로 부식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만하면 청빈의 덕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칡은 죽어가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광합성을 하면서 죽어가는 나무의 호스피스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가뭄이나 홍수, 산불과 같은 위기 상황에도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고, 넓고 큰 잎은 초식동물의 맛있는 먹이가 되고, 껍질은 인간의 의복 역할을 하였고, 줄기는 독이 없어 다른 생물체가 먹어도 탈이 없는 아주 고마운 존재이다. 그런데 칡이 건물을 감아올리면 건물이 상한다고 모조리 제거하는 악행을 벌이고 있다니~ 실제로 산성비에게서 건물을 보호해주기도 하고 일사광도 막아주어 건물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데다가 인간에게 삭막한 콘크리트 벽 대신 아름다운 녹음을 보여주니,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인간의 잣대로만 평가하여 다른 생물을 침범해선 안 될 일이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여러 나무들의 이야기, 일자형으로 변신해가는 아픈 강의 이야기, 말이 필요없는 늪의 이야기, 생물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등등 관점을 바꾼 여러 이야기가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나 나들이 가서 해로운 살충제로 뿌려댈 게 아니라 누리장나무 잎사귀를 몇 장 따다가 상처만 내면 자연적으로 곤충을 물러가게 할 수 있다는 정보는 과거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자연을 뒤집어보는 재미에 맛을 들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제까지 골치 아프게만 여겨졌던 해로운 잡초나 곤충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복을 가져다 주는 생명으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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