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중 처세어록 - 경박한 세상을 나무라는 매운 가르침 푸르메 어록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한자라면 질겁을 하고 도망가는 나이지만 이런 책을 좋아한다. 으~음, 옛 성현들의 꾸밈없고 진솔한, 생활에 유익이 되는 말씀을 모아놓은 책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 때 꼭 알아야 할 처세술들을 간결한 글귀로 전달해주고 있다. 혹자는 행간이 깊은 책이라고 하는데, 그 말씀이 꼭 들어맞는, 울림이 깊은 책이다. 성대중 선비의 말씀에 정민 선생의 생각이 덧붙여져 구성되어 있는데 어떤 글귀는 그 글귀만으로 가슴이 가득 차버려서 정민 선생의 글을 읽지도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태반이었다. 단지 네 줄로만 이루어진 글귀를 보면서 살랑살랑하고 아련한 여운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둔탁한 줄글이 떠~억 하고 나타나니 가슴이 콱 막히는 걸 어쩌겠는가. 그래서 어떤 것은 그저 성대중 선비의 글귀만 보는 것이 훨씬 더 음미하기가 쉬웠다. 그렇다고 정민 선생의 글이 쓸모없다는 것은 아니다. 성대중 선비의 재기발랄하고 깜짝 놀랄 비유를 따라가지 못할 때는 당연히 해설를 봐야 하지 않겠는가. 고대 중국의 성현들의 이름이 나올라치면 꼭 봐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 그 글귀 그대로만 음미해도 충분하다. 그런데 서문에서 나왔듯이, 이 책은 원래 성대중 선비의 책 <청성잡기>에서 일부 발췌한 글인데, 원래 책에 있는 이덕무의 평어를 볼 수 없는 게 좀 아쉽다. <청성잡기>도 2006년에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국역했다고 하니, 꼭 봐야겠다.

 

이 책은 [처신] [화복] [분별] [행사] [언행] [군자] [응보] [성쇠] [치란] [시비]로, 모두 10가지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21세기에 읽어도 뭐 하나 어색하지 않는 내용들이다. 특히나 신기한 건, 이 내용을 보면 우리가 이제까지 우러러 보아왔던 위인 여럿을 비판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어떤 행동을 하면 왠지 안될 것 같게 여긴 위인들을 꼽은 적이 있었는데 왜 그 행동이 바르지 않는 것인지를 명쾌하게 풀어준다. 다음에 나온 부분을 읽으면 나는 청렴함의 대명사인 황희 정승에 대해 생각했다.

 

지나치게 청렴한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탐욕으로 몸을 망침이 있다.

너무 조용히 물러나 지내는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조급하게 나아가려다 몸을 망침이 있다.

                                                   

                                               -지나침의 폐단- (p. 38)


 

황희 정승은 대단한 청백리인데, 그의 후손들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뇌물을 받아 조사를 받을 정도라는 걸 들었을 때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했었다. 자신은 바를지라도 자식 농사는 못 지었다고 속으로 욕했다. 그런데 그것의 답이 바로 이 책에 있었던 거다. 황희 정승이 그렇게까지 가난했었기에 그 후손들이 재물 욕심이 과해진 것이라고~ 이렇게 후손을 망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성대중 선비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음미하면서 가만히 생각했는데 성대중 선비가 서얼 신분이었기에 작은 벼슬을 하면서 정치에 덜 신경을 쓰게 되니 이런 진리를 탐구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래서 이런 주옥 같은 말씀을 전해줄 수 있는 거란 깨달음이 문득 들었다. 그러니 하나가 주어지면 다른 하나가 빼앗기고~ 하나가 빼앗기면 다른 하나가 주어지는 것 같다. 내 입장으로서는 그가 서얼이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라오찬 여행기]란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제국주의에 휩싸인 청나라에 청렴결백하다는 명목으로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관리 둘이 나온단다. 그 관리들은 실제로 있었던 사람이라는데, 탐관오리만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줄로만 알았던 나의 무지를 여지없이 깨뜨려주는 이야기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후 난 이 부분을 떠올렸다.

 

사실 이 부분은 정민 선생의 해설을 참조해야 했는데, 왜냐 전혀 이런 경우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니까!!!, 원리원칙을 지킨다며 남을 괴롭히고 융통성 없이 구는 것은 의로운 것이 아니라 잔인한 것이라는 말에 확~ 깨달음이 왔다. 아하!! 어쩜 나도 이런 잔인한 짓을 했겠구나~ 싶은 게 조금 부끄러웠다.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이라 '무지'가 아니라 '조금'만 부끄러운 게 어디인지~~ ㅋㅋ

 

처신을 바르게 해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말 이런 식으로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정말 큰 수확이다. 이 책을 손에 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내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게 정말 흥분이 된다.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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