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 남자 - 농부 김광화의 몸 살림, 마음 치유 이야기
김광화 지음 / 이루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여러 모양의 남자들이 산다. 강하고 패기가 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성스럽고 사려깊은 사람도 있고,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행복을 꾸려 나가는 사람도 있고, 자신감이 부족하고 소심해서 잘 삐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통 남자라고 한다면 강하고 패기가 넘치길 바라는 건 어디 나만의 바람일까....?

요즘 여자보다도 더 예쁜 남자들도 대세라고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남자라면 자기 여자 하나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대부분일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생각이 일반적인데 나이 사십을 바라보는 남자의 입장에서 강하지 못한 남자, 능력 없는 아버지, 못된 남편의 모습으로 가족에게 비춰진다면 그 기분이 얼마나 참혹할까.

가족에게서 자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느낀 순간, 그에겐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것이다. 마치 [옥상의 민들레꽃]의 할머니들처럼~

 

그런 한 남자가 결단을 내렸다. 땅에서부터 나왔으니 이제 다시 땅으로 돌아가자고.

미련하고 능력없는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듬어줄 땅으로.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농촌에서 어떻게 살까 죽을 만큼 불안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땅으로 돌아갔다. 가족들이 따라와주었기에 다시 한번의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무척 힘들었다. 무리를 하면 금방 지치는 약한 체력 때문에 그리 녹록치 않았던 농사일이었다.

가을걷이를 할 때까진 돈을 만져보지도 못하는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는 달라졌다~~~~

아침부터 일어나 머리에 베개를 댈 때까지 쉬지않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삶이니, 일단 잠이 잘 왔다.

불안하고 답답하고 자괴감에 숨을 쉬지 못할 것 같던 도시 생활에 비해 훨씬 단순한 삶이었다.

잠이 잘 오니 당연히 잠이 일찍 깨졌다. 일어나도 찌뿌둥하는 몸이 아니라 햇살을 보며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몸이 고되니 밥이 잘 넘어갔다. 밥을 잘 먹으니 똥도 잘 누웠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이 잘 돌아가니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그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기회를 땅이 주었다.

도시에서는 선택당하는 삶이었지만 시골에서는 자신이 전부 선택해야 하는 삶이었다.

무엇을 심을지, 언제 심을지, 언제까지 일할지, 얼마나 심을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이니 고된 일이 무엔가.

그리고 또 하나, 집을 지었다. 자신의 손으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고, 벽을 만들고~~

처음엔 화장실을 시험삼아 지어보았다. 화장실의 성공으로 그는 집을 지어보고 싶은 맘이 생겼다.

1년 동안 책도 보고, 다른 집도 보고, 땅도 다지고, 자재도 구하고.... 정말 바쁘게 지내며 아내와 힘을 합해 집을 완성해냈다.

실은 아내와 갈등이 없지 않았다. 시골로 내려온 것도 갈등, 아이들 교육도 갈등, 뭐 하나 맞는 게 없었다.

일단 자신이 아팠으니까~ 도시에서 돈을 벌어왔던 아내였으니 당연히 주눅이 들었으니까~~

그런 공동의 목표가 생기자, 다툼도 잦아들었다. 싸울 일이 없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그냥 들어주었다.

도시에서는 자기가 아파서, 자기가 못났단 생각에, 자기가 힘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시골에선 그게 가능했다.

아이들이 보이고, 아이들의 말이 들리고, 그래서 같이 살아갈 수가 있었다.

 

이 책은 한 남자의 몸 살림과 마음 치유 이야기를 묶어낸 책이다.

몸이 낫고 마음이 나으니까 뭔가를 쓰고 싶어 쓴 것이 나중에는 칼럼으로, 이제는 책으로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자신이 얼마나 재미있게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지 자랑하고 싶어서 쓴 책이다.

정말 책을 잡기가 무섭게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나도 내려가면 이렇게 살까 싶은 마음이 들게끔, 상당히 부러운 맘으로 읽었다.

특히 우리 아버지가 보시면 많이 부러우실 게다. 땅을 떠나서는 살기가 쉽지 않은 양반이시니~~~

땅과 호흡하며 그렇게 기본에 충실한 삶, 단순하면서도 올곧은 삶, 그것이 우리가 잃어버렸으나 잃어버린 줄 알지 못하는 삶이 아닐까.

정말 기회가 닿는다면 시골에서 마음껏 원초적으로 살아보면 좋을 듯 싶은데~~

그런데 과연 그런 기회가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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