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1 Medusa Collection 7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을 쓰기 전엔 항상 책의 종류를 구분짓고 시작하곤 하는데 이 책은 도대체 어떤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도통 모르겠다.

2권 마지막에 실려있던 작가와의 인터뷰 내용을 참고해서 '서사시적 모험소설'이라고 일단은 분류를 해놓았지만 작가는 미스터리 소설, 러브 스토리, 서부 소설로도 생각하던데 내가 보기엔 러브 스토리이기엔 너무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본다. 그 외의 범주는 나름 다 맞지 않을까. 그 중 가장 와닿았던 것은 미스터리 소설~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도 그 미스터리한 존재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 아마도 그게 내겐 가장 크게 와닿았나보다.

 

책을 보는 속도가 내심 다른 사람에 비해 느리지는 않는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그렇지가 못했다. 첫장에 나오는 <아이크>라는 에피소드만 보고도 계속 진도를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고백하건데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내 방에 있는 창은 앞베란다로 바로 나갈 수 있는 통유리문이기에 항상 커튼을 쳐놓는다. 그래서 잠을 자려고 누우면 지나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한 번씩은 비춰주는 자기가 상당히 밝은 방이다. 그래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싫어하는 나는 별 문제없이 잤었는데 그런 방에서도 그림자가 하나 움직일 때마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면 믿으실런지. 사실 어제 새벽에 디센트 두 권을 다 읽고 자려는데,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몸은 상당히 피곤한데도 감겨지는 눈꺼풀을 집요하게도 잡아끌어올리면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더 웃긴 것은 잠을 자지 못했던 이유가 무서워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한 공포 때문에 잠을 이루었던 것이 아니라(물론 처음 <아이크>를 보고 나선 동생을 옆에 데려놓고 책을 읽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그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것을 보고는 나를 순진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미스터리한 존재가 실제로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왠지 정말~~ 정말로 그런 존재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 무섭고 잔혹하며 신이할 정도로 경외감을 갖게 되는 존재...사탄...

 

사탄을 경외한다....? 이런 말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나에게 '경외'라는 단어는 신, 아니 하나님을 생각할 때도 많이 쓰지 않는다. 그건 하나님이 기본적으로 '사랑'의 하나님으로 내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경외'란 무섭고 대단하지만 그것을 내가 따라하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 존경의 표시다. 하지만 한 편으론 자비심이라곤 전혀 없는, 그의 뜻에 맞게 사용될 때만 이용할 가치가 있는, 뭐 그런 뉘앙스도 풍긴다.(이건 시기를 같이 해서 보게 된 <이드>란 만화책의 영향이다.) 사람이 자신의 부족한 한계를 알게 되면 두 가지로 반응할 수 있다. 그저 순응하며 살 의지를 잃어버리거나 완전히 상대편에 매혹되어 따르거나.... 여기에 나오는 '아이작'이 그랬고, '아이크'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은 사탄에게 매혹된 것이겠지. 정말? 진짜로?

 

이 책의 처음 부분에는 <아이크>, <앨리>, <브랜치>, <시체와 같은>이라는 네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이 에피소드가 소설의 줄거리를 끌고가는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 앞의 세 개는 각각 사람의 이름을 가리킨다. 먼저 아이크는 1988년 히말라야 산맥으로 등반 가이드를 하다가 큰 사건을 겪게 된다. 평생을 산을 타며 지내왔기에 산에 있어서는 전문가이고 거의 본능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조율할 줄 아는 멋진 인물이다. 아마도 작가의 분신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히말라야산을 등반하다가 조난을 당한다. 먹이와 장비를 일꾼들이 가져가 버리고 동굴 속에서 폭풍을 피하고있을 때 한 시체를 보게 된다. 발가벗겨져 끔찍하게 훼손을 당한 데다가 온 몸에 문신을 까맣게 새겨둔 시체를. 가장 중요한 문신은 바로 이거다. "사탄은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깡그리 죽임을 당한다.  도대체 왜?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 도대체 누구에게?

 

앨리는 1995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나병 환자촌에서 봉사하고 있는 수녀다. 어딜가나 급진적인 생각으로 분쟁을 일으켜 윗 사람들에게 눈엣 가시가 되어 이런 오지에 와서 일을 하게 된 것! 하지만 그녀는 성실하게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과 애정을 받는다. 그럼에도 다시 발령이 나서 이동하게 되었지만. 마을에서 헤어지게 된 날, 한 소녀에게 목걸이를 선물받고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원로 지미 샤코를 그에게 내려 보냈다고.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 신, 굶주린 신에게. 데리고 들어가서 잘 손질한 후에 남은 부분을 돌려주었다는 소녀의 말을 듣고 섬뜩한 느낌을 가진 그녀는 그저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악마가 땅 속에 산다고 믿었던 아프리카사람들이라 그런지 그저 전설로 치부했는지도 모르겠다.

 

브랜치는 1996년 나토 평화 이행 부대에 소속된 군인으로 분쟁 지역에 이상하게 짙은 농도의 질소가 검출되는 것을 보고 박사들의 요청으로 헬리콥터로 정찰을 나갔다. 공기 중에 78.2% 정도 있어야 할 질소가 90%를 훌쩍 넘겨 96%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기에 자욱한 안개 같은 모습과 암모니아 냄새로 무장된 분쟁 지역을 제대로 정찰하지 못했다. 그래서 착륙을 시도했던 브랜치는 질소가 원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대로 추락을 했다. 추락을 하면서 무릎에 이상이 생겼는데 더 큰 일은 부조종사 라마다가 없어져버린 것이었다. 질소로 의식도 흐려지는 상태에서 본 라마다는 눈알이 뽑히고 혀도 잘리고 발목과 왼쪽 팔에 살점이 다 뜯겨나간 모습이었다. 추락할 때 튕겨져 나가서 없어질 수는 있다지만 인간을 그렇게 만든 놈은 과연 누구인지...

 

여기까지 읽어도 정말 섬뜩하지 않은가. 이러니 내가 잠을 못 자지~ 잔혹한 짓을 하는 존재를 몰랐을 때는 미스터리 소설이었지만 전모가 밝혀지고 나니 모험 소설로 급반전된다. 몸에 잔뜩 화상을 입은 브랜치가 몸이 회복된 후에 몇 명의 병사들을 끌고 지하로 들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터널과 희한한 발자국을 찾아냈다. 그로써 지하에 어떤 생물체(헤이들)가 산다는 것까지 알 수 있었다. 그로써 대대적인 훈련과 예산이 투입되어 땅 속에 군대를 파견했다. 한참을 찾아도 아무런 단서를 얻지 못했던 어느 날, 25만 명의 병사들이 죽임을 당하고 결국엔 미국대통령이 사실을 공표하기에 이른다. 지옥은 존재하며 우리는 그들에 대항해 싸울 것이라고. 그러다 극적으로 브랜치는 아이크랑 조우한다. 인간 노예를 데리고 가던 중 브랜치의 군대와 맞닥뜨려 총알세례를 받았음에도 기민한 본능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난 아이크!! 아! 너가 주인공이었구나~~ 8년간 헤이들에게서 노예로 살아왔던 아이크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브랜치 덕분에 아이크는 인간존엄성과 인간적인 감정을 회복하고 결국엔 지하 터널을 탐험할 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무한한 강함 앞에서 무력하게 순종하고 오히려 경외까지 했던 아이크는 처음엔 인간의 감정을 버렸었다. 그가 만난 많은 인간 노예들도 인간이길 포기하고 그저 수동적인 가축같은 일생을 보내왔던 것처럼~ 그도 그럴 것이 헤이들에게 잡히고 나서 먹히지 않으면 온 몸에 헤이들의 문자로 문신을 새기고 거기에 소유권을 표시해두는 입문식을 거쳐야 하는데 그 입문식에서 회복되려면 일,이년이 걸릴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처음 진짜 사탄이란 놈이 있는 줄 알았을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르지만 정말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노예의 삶을 생각하니까 무섭긴 매한가지다. 그러고 한 단체가 나온다. 아주 중요한 단체가. 앨리를 친자식같이 여겨 보살펴주는 재뉴어리와 사제였지만 급진적인 사상으로 파문당한 드 로름, 사제인 토마스, 드 로름의 피보호자 산토스, 중세 연구가 데즈먼드 린치, 의사 베라 월럭, 수학자 혹스, 불가촉천민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 라우, 이슬람법 전문가 무스타파, 사업가 폴리, 우주 여행사 버드 파르지팔, 브랜치까지.. 이들 단체의 이름은 베어울프 서클로 산토스랑 브랜치를 제외하면 상당히 고령자들이었다. 이들은 서로 연구한 것을 가지고 발표하고 토의하는데 그들이 찾는 사람은 바로 ... 사탄이었다. 언어학자로 모어를 연구하려는 앨리에게 헤이들의 상형문자를 해독할 수 있게 핼리오스사가 주최하는 지하 탐사에 따라가달라고 부탁했다. 거기서 앨리는 아주 운명적인 상대를 만났다. 많은 문신으로 뒤덮인 .... 그, 아이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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