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2 Medusa Collection 8
제프 롱 지음, 최필원 옮김 / 시작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앨리와 아이크가 참가하게 된 과학 원정대 이야기는 사실 1권의 중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앞서 쓴 서평이 너무 길어져서 어쩔 수 없이 2권에다가 부연설명을 한다. 회사라기 보단 수십 개의 주요 산업으로 구성된 다국적 카르텔에 가까운 헬리오스가 후원하는 과학 원정대는 태평양 바닥을 통해 나스카 판 터널(남아메리카)로 들어가 아시아로 나오게 되는 1년 짜리 과정이었다. 헤이들이 발견되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거의 전멸되었을 거란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라 이런 과학 원정대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그래도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라 헬리오스 측에선 용병까지 구해서 철저하게 관리하였다. 나스카 병참부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곱 시간을 버티는 중에 앨리는 이상한 고글을 쓰고 얼굴에 심한 상처가 나있는 남자에게서 오렌지를 받았다. 태양을 사랑하는 그녀는 오랜 지인의 부탁으로 지하로 내려가지만 사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악몽을 한 두번 꾼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두려운 순간에 낯선 이방인의 호의가 그녀에게 아주 깊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 러브 스토리라는 건가. 물론 사랑하는 여성에 대한 아이크의 헌신은 익히 알고 있지만 내가 러브 스토리라는 범주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아이크의 속내가 많이 드러나지 않아서일 것이다. 앨리의 속내도 그렇고. 분명 그가 이 때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텐데 싶은 상황에도 속시원히 말을 해주지 않고 앨리가 이런 오해를 하고 있으면 해명을 해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 소리없는 절규를 하고 있어도 아이크는 그저 물러나기 때문이다. 특히 앨리가 낯선 그에 대해서 최악의 상황을 상상할 때부터 말이다. 다른 과학자가 잡아온 처음 보는 지하 생물을 풀어주자는 앨리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 생물에게 미안하다며 죽일 때와 아이크가 문자가 새겨진 인간의 가죽을 여러 개 보여주었는데 그 가죽을 살인을 해서 얻었냐고 소리칠 때, 앨리에게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던 아이크는 다시 수천 광년 만큼이나 떨어져버렸다. 아무리 수녀이라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그런 상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거다. 하지만 이제껏 숱한 오해를 받아왔던 아이크에겐 상처뿐이니~

 

어찌 되었던 도착했던 나스카 시티는 상당히 밝고 북적거렸다. 마치 베이징같을 정도로. 이렇게까지 성장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헤이들이. 사실 헤이들이란 종이 악한 건지 선한 건지도 모른채 인간을 공격한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학살하기도 하고 그들의 주거지를 불법 침범까지 하는 인간들을 보면 옛 생각이 난다. 단순히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가 되었던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아시아처럼 그렇게 점령되어 가는 약소국의 처참함이. 이 책이 끝날 때까지 헤이들과 인간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화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2, 3권이 더 나올 예정이라는데 그 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저 적으로만 규정하고 그들을 연구한다는 미명 하에 얇게 저며서 데이터화시키는 등 그렇게 모질게 군다. 물론 아이크의 등반 손님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것도 그들이 먼저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다르다. 지하엔 태양이 없기에 식물은 전혀 자랄 수가 없고 초식동물도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럼 헤이들은 무얼 먹을까. 그들은 지하 동물이나 곤충도 먹었겠지만 간혹 조난당한 사람도, 병사도 먹지 않았을까. 그러니 헤이들에겐 인간이 생존을 위한 먹이일 뿐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는 것,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을까. 하지만 또 이렇게 생각하면 미개하고 야만적인, 옛 문자는 있지만 지금은 쓰지도 못하는 원시적인 생물과 인간을 비교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법도 하지만.

 

과학 원정대는 사십 여 명의 과학자와 용병, 일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언어학자, 생물학자, 지질학자 등 여러 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원정을 한다는 게 상당히 힘든 일이다. 자기를 지키는 데 전문적인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격성이 대단한 헤이들의 집으로 가게 만들다니~ 이건 처음부터 뭔가 잘못된 것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한 놈 있는데 그의 눈으로 본 인간의 모습이 상당히 몰지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그렇다. 터널 전체가 유적은 아니더라도 지하의 생태계에 망가지지 않도록 가져온 물건과 쓰레기는 알아서 수거해야 할 것인데 그러지 않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한심하기까지 하다. 정말 전문가 맞아~ 그런데 또 하나 이상한 것은 아이크는 자신이 섬겼던 주인, 즉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을 꼭 만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가 경외했던 인물, 즉 사탄을 만나서 뭘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만났던 사탄에게 순순히 무릎을 꿇었던 아이크를 보면 정말 신기했다. 포로였고 희생자였고 노예였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때의 기억이 엄습해서 그런 것일까. 실은 주위의 헤이들만 없었더라면 총이나 칼로도 쉽게 죽일 수 있을 인물일 텐데. 아닌가...? 하긴 1탄에서의 사탄은 그저 모습만 드러냈을 뿐이니 그에게 어떤 능력이 또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과연 우리가 지하에 그런 터널이 있다고 치고 8년 정도 거기서만 살면 정말 햇빛이 아플까? 여기에선 지하에서 일한 노동자나 군인들에게서 비정상적인 뼈의 성장이나 안구 확대, 생소한 암, 꼬리의 흔적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고 나온다. 특히 아이크는 평상시에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항상 끼고 다니는데 그것이 바로 눈이 약하기 때문이다. 등불같이 약한 빛조차도 보면 반사적으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그럼 인간 종과 헤이들 종이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인류인가? 변형된 인간과 헤이들의 모습이 놀랄 만큼 흡사하니 말이다. 조난 당했던 과학 원정대가 발견한 성이 있는데 그곳엔 테라코타로 만든 군인상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모습은 지금의 헤이들보단 현생 인류와 더 닮은 모습이었다. 헤이들은 목이 툭 튀어나왔고 키도 작은데 테라코타상은 177센치가 평균 신장이었는데다가 곧은 턱을 가지고 있는 위엄있는 종족이었다. 그러니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헤이들에겐 역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예술품과 언어를 사용하며 강성했던 종이 어떤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절멸해가고 있었던 것은 아마도 헤이들의 비극적인 역사를 풀어줄 지 모른다. 그런데 난 말이지, 헤이들의 지도자, 즉 사탄은 증오스러운데 헤이들은 왠지 불쌍하다. 내가 햇빛의 아름다움과 유익함을 알고 그것을 누려봤기에 어둠 속에서 비참하게(단순히 내가 생각한 표현이지만)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2권의 끝 부분을 보면 이 책이 시리즈로 나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확인해보니 그 예감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져서 정말 앞으로 2, 3탄엔 또 어떤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겁이 난다. 앨리와 아이크를 그만 내버려두란 말이야~ 허 참, 왜 난 이다지도 겁이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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