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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에 나는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서 오너에게 험담을 늘어놓고 다닌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의 인격이나 그 상황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도 못한 상황이라 그저 그에게 분노만 품었고,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한 번 만날 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뭔가 흠이 없을까 찾아내기에 바빴다.
점점 그 사건에 대해 집착을 하게 되면서 그에겐 나를 무너뜨리기 위한 음험한 동기가 있다고까지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실제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지 못했으므로. 그런 동기를 가졌든지 안 가졌든지 간에.
이 모든 일들이 내게 그리 좋지 못한 영향을 주었음은 당연하다.
내가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하기 보단 그를 더 깍아내리려고 했고, 그게 안 되니 그저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으니까.
그와 얘기를 나누게 된 것은 그로부터 2~3년이 더 지나서였다.
그가 이제까지 이루어냈던 성공과 업적을 축하까진 안 해도 나름 인정해줄 수도 있었고,
그래서 그에 대해 내 모든 분노가 사그라든 줄 알았다. 더 크게 말하면 내가 그를 용서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와 관련되었으나 그가 저지르지는 않은 또 다른 일이 겹치자, 내 안에 있던 분노가 다시금 비집고 나오려고 했다.
사실은 나는 그를 용서했던 게 아니라 그 사건에서 회피하고 덮어버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느낀 분노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다니..." "이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같은 유형이 아니라
"정말 내가 나쁜 걸까. 그래도 이런 일은 같은 동료로서, 특히 후배로서 할 짓이 아니야~"
"내가 원인을 제공했으니 나도 할 말은 없어. 그렇지만 뒷말을 한다는 건 하극상이라구~" 하는 종류였다.
이 책으로 말하면 사건을 폭넓게 보고 자신의 책임을 이해한다고나 할까.
그러니 내가 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이건 정말 그 사람 탓이야~"라고 전적으로 책임을 미룰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용서의 기술]이란 책을 보니, 내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런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정말 '용서'에는 '기술'이 필요하단 것을 다시금 느끼면서, 이것은 정말 과학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용서의 기술]이란 제목을 보면 그저 영성적이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란 자기계발쪽으로 보겠지만,
이 책은 행동건강학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쓴 아주 과학적인 책이다.
특히, 우리가 용서를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것부터가 아주 과학적이다.
분노는 심장병이나 고혈압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심장학회는 콜레스테롤, 운동, 영양 등 다른 기준 지표들과 함께 심장 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로 분노를 선정했다.
사람들이 조금만 덜 화를 낸다면 사람들이 심장마비로 죽을 확률은 지금보다 3배나 감소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연히 "살기위해 용서해야 한다."
그런데 알긴 알지만 그 방법은 누가 제대로 가르쳐주길 했나? 절대 아니다. 그저 화를 억누르는 연습만 해왔을 뿐이다.
여기서 말한 몇 가지 방법 중, 내가 써봤던 것은 단 두가지다.
하나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이다.
그에게 나를 끌어내리려는 음험한 동기가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보니 그런 말이 나왔다고 상상하는 것.
그의 숨은 동기를 찾아내려고 안달하는 게 아니라 그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마터 루터 킹 목사는 이런 말을 남기셨다.
"우리 중 가장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면이 있고, 우리 중 가장 착한 사람에게도 나쁜 면이 있다.
이것을 깨달으면 우리의 적을 덜 미워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겸손해지는 것이다.
나도 그런 똑같은 나쁜 짓을 다른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음험한 동기를 가지고 하든 그런 의도가 없든 간에)
잘 알기에 나의 모자란 부분과 나의 잘한 부분을 균형있게 인지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데 그렇게까지 큰 분노를 품고 있기엔 너무 미안하니까 용서해주고 넘어가야지~~~
나도 이젠 마음이 편해졌다. 알게 모르게 나를 갉아먹어왔던 분노라는 감정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