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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청소년기의 뇌 이야기 - 교육과 미래 2 ㅣ 아로리총서 2
S. 페인스타인 지음, 황매향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보통 ‘청소년기’하면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를 말할 텐데 나는 중학생 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어서인지 심하게 사춘기를 겪진 않았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자 완전히 개망나니가 따로 없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참을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정말 사소한 것에서부터 짜증을 내는 날, 끊임없이 참아주셨기에.
실례를 들어보면, 한번은 학교선생님한테 열 받는 일이 있어서 집에 오자마자 엄마한테 일장연설을 하면서 막 흥분을 했었다. 어떻게 선생님이 그럴 수가 있냐면서... 열심히 들어주시던 우리 엄마, 마지막에 딱 한 마디를 했다. “얘, 그래도 선생님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셨을 거야. 너무 열 내지 말고 참으렴.” 그 말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다 꺼져들어가는 흥분을 한순간에 되살리면서 어떻게 엄마는 선생님 편만 드냐는 둥, 엄마가 이러면 안 된다는 둥 정말 호되게 엄마를 몰아댔다. 얼마 후에, 이와 똑같이 선생님의 험담을 했을 때는 엄마가 내 편을 들어주셨다. 그러나 내 반응은 또 달랐다. 어떻게 선생님의 험담을 할 수가 있느냐는 둥, 엄마는 사람이 왜 그러냐는 둥...정말 가관이 아니었다. 아마 내 모습을 녹화해서 보여주었다면 나도 나를 보고 왜 그러냐고 물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변명을 하자면, 그 땐 그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청소년의 뇌를 들여다보면, 그 당시 내가 한 말이 맞다. 성인들은 정보를 파악할 때 논리적이고 반성적인 영역인 전두엽을 사용하는 반면, 청소년들은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같은 내용이라도 상황에 따라서, 감정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파악한다. 그러니까 아까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선생님의 험담에 동조하거나 아이를 훈계하기 보다는 그저 아이의 감정에 공감을 표시하기만 하면 된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인정하고 있다는, 그것 하나만 바라기 때문이라니까 과도한 친절을 베풀지는 않는 것이 낫겠다.
청소년은 자칫 잘못하면 깨져버리는 유리컵처럼 아주 예민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아기 때 만지고 물고 빨고 하는 모든 물건으로 사물에 대해 알아가는 것처럼 청소년기에 행하는 비이성적인 행동들은 모두 두뇌를 사용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도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청소년기에는 비이성적인 판단으로 영아기 때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한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발끈 화를 낸다거나, 눈물을 글썽거린다거나, 극단적으로 생각해버리는 통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그렇기에 방긋방긋 웃거나 울기만 하는 영아기 때와는 극단적으로 다르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시기를 거쳐야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더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하니 부모님들은 미리 포기를 해버리고 무조건 참아주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청소년들을 대하고 방법이라고 하는 게 “참아주라”는 아주 수동적인 방법 말고는 없기에 책을 보고나서도 암담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사춘기’라는 병에 걸렸다는 생각을 미리 해버리면 다른 가족들이 당하는 고통이 그나마 줄어들 테니 그렇게 조심스레 지나가야겠다. 하긴 내가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난 정말 할 말이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