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금나나 외 지음 / 김영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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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언젠가 TV에서 '금나나'란 인물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잠깐 본 것이라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과학고를 나왔고, 경북대 의예과에 들어갔는데, 살을 좀 빼니까 이쁘다며 아빠가 미스코리아에 나가보라고 하셔서
얼결에 나갔다가 '진'이 되었고, 그래서 내친 김에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준비하던 차에
세계 무대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 개월만 준비해서
하버드에 들어간 이야기정도를 알게 되었다.
 
우리 인생살이가 공평하려면, 공부를 잘 하면 얼굴이 못 생겼던가, 얼굴이 예쁘면 공부를 못하던가
좀 이런 균형이 맞춰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금나나 씨는 참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많이 살 수 밖에 없을 거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천재여서 아무런 노력없이 그 자리에 올랐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학고 시절 때부터 생겨난 폭식 습관이나 초콜릿 중독은 공부에 대한 엄청난 압박에 대한 부작용이니,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녀가 걸어온 길은 참으로 많은 찬사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매년 미스코리아를 유심히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과학고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녀를 어찌 알 수 있으리오.
다만 이런 텔레비전에 간혹 나오거나 이렇게 책을 좀 내줘야 우리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책에는 앞서 내가 소개한 이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에서 공포스러웠던 첫 시험 결과는 올 A였고, 졸업을 할 땐 성적 우수자에게 주는 '쿰라우데'를 받았으며,
한동안 미국 시민권자가 되지 않고서는 의사의 길을 갈 수 없는 미국의 현실에 부딪쳐 좌절하지만,
결국에는 그 시련을 이겨내고 컬럼비아대학원으로 다시 도전하게 된다.
 
사실 한국에서 몇 개월 공부하지 않고 하버드대에 붙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내공을 지닌 사람, 대단한 기본기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니 하버드엘 다 가지~ 하며, 아주 당연한 기정사실로 생각했었던 게 내 첫 느낌이었다.
그런데 하버드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주 지옥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좀 신기했다.
나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야기이기에 나보다 조금만 잘 해도 대단해보이는데 그런 사람이 힘들다고 하다니~~
듣는 영어 때문에 큰 고생을 했고, 이과 계열이다보니 에세이쓰는 숙제와 시험이 거의 공포물이었다고.
그런 것을 룸메이트에게, 담당 조교에게, 교수에게 매일같이 어떻게 하는 것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사생결단으로 매달렸단다.
그러니 그녀가 동아리 생활을 제대로 했겠나,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나 있나, 심지어 한국인 유학생 모임조차 갈 수가 없었다.
남들은 두세 시간이면 뚝딱 써내는 에세이를 그녀는 한달에 걸쳐서 했으니까.
처음엔 관련 참고문헌을 단어를 찾아 읽고, 어느 정도 파악했으면 다시 비판적으로 읽고, 그 다음에 띄엄띄엄 쓰다가,
그것을 친구들에게 문법 오류를 지적받은 다음, 그제서야 조교에게 가서 다시 헛점을 지적을 받은 식으로 한 문단씩 진행해 나갔단다.
절대 그녀가 겉모습처럼 우아하게 갔다가 우아하게 졸업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하버드 유학은 그런 삽질정신으로 만들어간 그녀의 생존기였으니.
 
'은근'과 '끈기', 한국인을 설명할 때 많이 붙이는 수식어이다.
끈기라...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할 땐 그렇겠지만, 금나나, 그녀에겐 한계가 없다.
은근이라...에너지의 소비가 심한 뜨겁고 열렬한 열정보다는 꾸준히 노력하고 꾸준히 성장하는 '은근'이 더 좋은 것은 아닐까.
어렸을 적부터 목표가 살아온 낙이었던 금나나 씨에게 이번 하버드 생존기는 아마도 '은근'을 배울 수 있게 하지 않았나 한다.
자신의 목표에 무작정 달려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목표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지 재조정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니까. 
그녀가 의과대학원에서 제일 처음 면접을 봤던 보스턴 의대 면접관이 말한,
"당신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네요~" 이 말은 나도 하고 싶은 말이었기에.
그녀가 아무리 열심히 설명하고 다짐을 하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을 살려서만은 아니라
그 어떤 직업을 가질 때도 그것에 대한 자신감, 그것에 대한 광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그녀에게 있었던 것이라고는 자신감과 기쁨, 그것을 찾았다는 벅한 희열이 아니라
빨리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해봐야 겠다는 도피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한 달만에 무리하게 써써 낸 70개의 에세이도 그렇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준비된 학생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많은 노력과 시간과 돈을 그것에 올인했으니, 아쉬움이 클 수도 있지만, 지금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실패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이런 기회를 맞아 금나나, 그녀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람으로, 인재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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