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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옥타비안 낫싱... 옥타비안은 아무 것도 아니다...란 의미의 책 제목과 "나는 고귀하게 길 러 졌 다!" 라고 도발적으로 쓰인 띠지를 보면 어느 정도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내용을 조금은 유추할 수 있었기에 더 의심하며 읽었던 탓에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책의 구성은 상당히 탄탄했고, 그 내용도 의미심장했던 거라 누구나 읽기만 한다면 재미를 느낄 것이다. 이 실험은 지금도 계속된다고 볼 수 있으니...
주인공 흑인 소년, 옥타비안은 큰 저택에서 물질적으로 아무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었다. 카시오페이아 공주라 불리는 엄마와 함께 시중들어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많은 학자와 시인과 화가, 음악가에 둘러싸여 겉으로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지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흘러넘치는 감정에 치우치는 대신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주의깊게 확인하고 감정을 절제하는 습관이 은연중에 두드러지는데 그런 균열 -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볼 수 없는 - 덕택에 옥타비안은 상당히 철학적인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아마도 사랑이 흘러넘치는 가정이었다면 고요하지만 안정적이고 곧은 아이로 자랐을텐데.. 그가 곧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 대한 의욕은 사랑을 받아야 커갈 수 있지 않나 말이다. 물론 엄마가 그런 역할을 어느 정도 해주었다. 하지만 현재의 삶이 거짓에 기초한 것이라는 일말의 불안감에 의지할 데가 없었던 엄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이지 않았을까. 지금에와 생각하니 아마도 옥타비안은 어릴 때부터 그런 불안감을, 그런 깨어지기 쉬운 거짓말을 느꼈던 것은 아닐런지.
처음부터 조금은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기 보단 관찰한다는 입장을 가진 옥타비안이라는 소년에게, 그래서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아름다운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었던 엄마에게조차 자신이 사랑을 구걸받아야 한다는 환상을 가진 소년에게 말이다. 다 읽은 지금은 마음 놓고 그에게 가련함을 느끼지만...
자신의 먹는 음식에서부터 배변까지 무게를 재고, 라틴어, 그리스어 등 여러 언어를 습득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읽으며 상상을 하고, 바이올린을 연습하며 음악에 심취하고, 오리나 닭이나 개구리나 배를 쫘악 갈라 실험을 하는 과정을 참관하고 배우는 일련의 과정들이 사실은 어느 실험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에 깨닫는다. 들어가지 말라고 한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시중을 들어주는 다른 흑인들처럼 카시오페이아 공주라 불리는 엄마와 엄마의 뱃속에 있었던 옥타비안은 이런 연구회 대장인 기트니 씨에게 팔린 것이었다. 그것을 깨달았다면 크나큰 충격이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옥타비안은 아프리카인의 능력을 측정하는 이 연구에 최상의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새로운 포부를 갖게 된다. 이 얼마나 가련한지... 하긴 그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그리고 새롭게 깨달은 자신의 위치가 어떤지도 잘은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긴 한다.
그런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자각하게 된 사건이 일어난다. 이때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특히 카시오페이아 공주에게... 지금은 없어진 나라의 공주이지만 기품과 우아함이 흘러넘치고, 세련된 교양을 갖춘 나무랄데없는 여성... 카시오페이아... 그녀는 이 협회를 후원하는 새로운 백작이 되었던 첼소프 백작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한낱 노예로만 생각하고 있던 그에게 정부가 되라는 제의를 받자, 뿌리치려는 그녀와 백작을 막으려 백작에게 달려든 옥타비안은 이제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다같이 웃고 떠들고 했던 손님들 앞에서 옷이 벗겨지고 채찍으로 등을 맞게 된 것... 원래부터 자신의 신분이 자유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피부로 체감했던 옥타비안은 아마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카시오페이아 공주는 한없는 매력으로 사람들의 꽃이 되었다가 자신의 위치가 노예임을 만천하에 알린 후부터 그녀의 안에 있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아마도 그녀의 나라가 사라졌을 때 이미 잃어버렸어야 했던 긍지와 자존감... 아마 이때부터 카시오페아의 죽음은 내재된 것은 아닐까. 집안에 있던 많은 흑인 노예들도 그 참혹함을 눈으로 마주 보지 못했다. 형 같이, 아버지 같이 옥타비안을 이끌던 보노의 표정은 더 참혹했을수도... 또 한명, 그 모든 연구를 지휘했던 기트니 씨는 옥타비안의 눈을 한번도 마주 보지 못했을 정도다. 물론 냉정하기 이를 데 없이 공부를 강요했던 그이지만 그를 한 명의 인간으로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 명의 인간이긴 한데 자신의 신념을 삼을 만큼 대단한 의지를 가지지는 못했던 가련한 인간이었을 뿐!!
그 일이 있은 후, 새로운 후원자를 맞아들인 기트니 씨는 좀 더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샤프 씨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바꾼다. 특히 옥타비안은 샤프 씨의 시중을 들게 되었는데 그것을 보노가 새로이 가르쳐주었다. 다양하고 실용적인 것들을 가르치면서 또한 보노는 가장 중요한 처세술에 대해서 알려준다. 백인들은 흑인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을 원한다고,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절대 하면 안된다고 알려주었다. 현명하게 모든 것을 조율하는 그를 옥타비안은 잘도 따랐다. 처음에 고통이 무엇인지 알려주던 보노를 볼 땐 질투가 나서 그런다고 생각했던 내 속좁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보노는 그보단 좀 더 높은 것을 바라보는 사내였을 뿐이다.
그러다 상황이 바뀐다. 영국이 세금을 거두려했던 것에 대해 반발한 미국 땅 자체내에서도 왕당파를 몰아내려는 폭동이나 소동이 연일 일어나고 영국에서는 미국 사회에 있는 노예를 포섭하고자 노예 해방론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불안한 가운데 샤프 씨와 기트니 씨는 '천연두 파티'를 연다. 외부와 철저하게 격리를 시켜 안에서만 지내기 위해 오락같은 파티를 연 이면에는 흑인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 잡아둔 흑심이 있었다. 그래서 머리가 좋은 보노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사랑하는 보노를 잃게 된 옥타비안은 그에게 가장 두려워한 일이 일어났을 때, 그가 남긴 선물을 사용해 도망을 가버렸다. 그러다 미국군에 들어가 영국군과 대항해 싸운다는데...
그는 노예가 있는 사람들이 군대를 안 가는 대신에 노예를 대신 보내고 싸움이 이기면 노예를 자유인으로 풀어준다고 거짓 약속을 해온 것에 대해서도, 실제로 미국이 독립을 하더라도 노예 해방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서서히 깨달아간다. 세상에 나가서 실제로 육체노동을 해보니 오히려 더 성장하고 더 의지가 생겨버린 그에게 또다른 위험이 닥쳐오는데... 그 위험도 나중에 벗어나지만..
실제로 이런 실험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흑인들이 지능이 어떤가 보기위해 대학에까지 후원한 사람들이 있었다는데 실제로 훌륭한 시인이자 학자가 되었다고... 그러나 오만한 백인들은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고... 법률에서도 인종차별을 금지한 조항이 있지만 그런 차별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1863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한 지 145년 만의 일이다. 과연 끊임없는 인종차별의 고리가 이제 끊어질 것인지 가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