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홈리스 중학생
타무라 히로시 지음, 양수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정말 인생에서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뜻한 목욕물도, 비가 들이치지 않는 잠자리도, 따스한 음식도... 이런 모든 것들은 다 수고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인 것이다. 그것을 깨닫게 해준 책은 바로 <홈리스 중학생>이다. 말 그대로 중학교 2학년 때 집이 없어져 버린 한 아이의 인생이야기를 보노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얼마나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틀면 바로 나오는 따뜻한 목욕물이나 추울 때 덮을 수 있는 이불, 밖에는 비가 와도 피할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나는 이 이야기를 눈물을 글썽이다가 웃다가 노하다가 하면서 읽어내려갔다.
방학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집에는 압류 테이프가 붙어있고, 집안의 가구란 가구는 모조리 내버려져 있었다. 다섯 살 많은 형과 그보다 한 살 어린 누나와 함께 아버지가 오시길 기다렸는데 아버지는 "해산"이란 단 한 마디로 이 상황을 종료해버렸다. 각자 자기 갈 길을 가라고 하면서 홀로 어디론가 떠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형과 누나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친구집에서 잘 거라고 하고는 도망치듯 벗어난 것이 우리의 주인공 타무라의 홈리스 생활의 첫 시작이었다. 그러나 평소 성격이 명랑 쾌활해서 친구가 많아도 대뜸 집에서 재워 줘! 라고 할 수가 없었던 타무라는 정처없이 걷다가 똥처럼 생긴 미끄럼틀이 있는 마키훈 공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처음 며칠은 있던 돈으로 빵을 사먹었지만 그 다음엔 먹을 것이 없어서 자판기에서 동전을 줍거나 도서관에서 물을 먹거나 공원에 있는 풀을 뜯어 먹었다. 그래도 배고픔이 가시질 않자, 박스를 물에 불려 먹어보기까지 했으나 당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배고픔에 찌들어 가던 어느 날, 학교에서 단짝이던 요시야를 만나 밥을 구걸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봐 전전긍긍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배고픔에 부끄러움을 잊고 부탁을 했던 그에게 요시야는 선뜻 집으로 데리고 가서 어머니께 소개해주었다. 정말 한 가족처럼 밥을 주시는 것은 물론 목욕을 하라고 속옷까지 준비해주시는 그 모습에 주뼛하던 그는 마음 편히 그에게 제공된 호의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수건이나 비누도 없이 샤워를 하곤 했던 그에게 따스한 목욕물은 그야말로 천국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요시야네의 호의를 받아들여 내막을 알게 된 어머니 덕분에 그 집에 눌러 살 수 있었다. 나중에는 세 남매가 같이 살 수 있도록 적은 돈이나마 보태고 정부보조금을 받아서 집을 한 칸 마련해주셨다. 그래서 세 남매는 감격적인 재회를 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중학교 2학년을 다니고 농구부를 계속 할 수가 있었다.
여기서 잠깐, 타무라의 아버지에 대해서 한 번 볼까? 자식들을 그렇게 방치해버린 그에게 손가락질할 사람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나 역시 처음에 타무라 이야기를 읽었을 때, '세상엔 정말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많지~' 했었으니까. 그러나 타무라는 그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타무라가 5학년 때 어머니가 직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항상 다른 사람에게 배려만 해주고 양보하던 모습만 보아왔던 - 특히, 아버지에겐 절대적이었다 - 그는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가 어머니 곁에서 시중을 드는 것을 보곤 아버지가 표현을 잘 못하는 분일 뿐, 어머니를 사랑하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아버지에게도 큰 충격이었는지 아버지도 같은 병을 얻고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그동안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면서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치료비에다가 큰 형의 대학 등록금, 누나의 대학 입시준비를 척척 준비하다가 압류라는 상황에 오게 된 것이었다. 한 번도 힘들다, 어떻다 말씀을 안 하셔서 알지는 못했지만 타무라의 아버지도 죽을 만큼 노력했으나 결과가 없어서 아이들을 그렇게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타무라는 이제까지 아버지가 자기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해오셨으니까 이젠 자신들의 효도를 받기 위해서 다시 한번 돌아오셔야 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얼마나 따스한 이야기인지, 사실은 13살짜리가 혼자서 살려고만 한다면 음식을 훔치고 삥이나 뜯고 하면서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 법적인 제재를 받긴 하겠지만 그게 뭐 대순가. 지금 굶어죽게 생겼는데. 타무라도 편의점에서 빵을 훔칠까 하는 유혹에 빠졌다가 엄마가 하늘에서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볼까 하는 생각 때문에 겨우 참았었는데 그런 양심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배가 고프다면 사람은 또 모르는 일이다. 칼이라도 집어 들고 강도짓을 하게 될런지도... 그런데 그가 그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그에게 양심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어머니나 선뜻 아들의 친구를 받아들여주고 나중엔 집까지 마련해준 요시야의 부모님, 학교에서 타무라의 사정을 알고 봐준 여러 선생님들까지... 그가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 세상이 살 만하다고 하는 거겠지. 이렇게 추운 겨울날, 우리도 우리 주위에 있는 이웃들 중 힘든 사람이 없는지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