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라는 제목을 보고 있으면 이 소설의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 배경이 '알링턴파크'라는 것, 내용이 절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은연 중에 파악할 수 있다. 중산층의 전형을 보여주는 영국의 어느 한 마을에서 하룻동안 일어나는 여성들의 삶을 소소하게 나열하면서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정리된 이 소설은 복잡하면서도, 아주 단순하다. 일단 여기에 나온 다섯 여자들은 삶에 대해 허무함을 드러내는데 이는 출산과 함께 시작된다. 아이들을 깨워 아침에 학교까지 부지런히 날라대고, 그 후에 직장에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수다를 떠는 일과을 보내다가 다시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하루... 그런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며 아이들을 데리고 데려오는 하루를 보내는 서양인들의 전형적인 드라마를... 그런 드라마를 보면 괜히 따스하고 아름다운 가정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모습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되풀이되는 삶의 허무를 드러낸다니... 참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에서만 보게 되는구나 싶었다.
 
하긴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이란 곳에서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는 풍경은 거의 볼 수가 없어서 그것이 특별한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영국이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아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니.. 그러려니 싶다. 그러나 아직은 결혼도 안한 내 처지에서는 다섯 여성의 모습은 어리광이나 허세를 부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크리스틴과 메이지, 스테파니와의 대화에서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해 죄책감이니 어쩌니 하고 떠들어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천은 없는 말 뿐인 행동이지 않은가. 다른 한 곳에서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곤 해도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이 불만족스럽고, 인생이 덧없음을 느끼고 있는 현 상황이 더 크고 아프게 다가오지 않는가 말이다. 실제로 먹고 살기 바쁘다면, 뭔가에 미쳐있다면 그런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 아이들에 대한 넋두리는 그저 살기가 편하다는 소리로밖엔 내 귀엔 들리지 않는다. 내가 너무 냉소적인가 하는 생각도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내 눈엔 그들이 든든한 남편도 있고, 자기랑 쏙 빼박은 자식도 있으니 하는 푸념으로 들린다. 아마 그녀들이 마흔이 다 되어가도 남편이나 자식 하나 없었다면, 치열하게 자신의 일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는 커리어우먼이었다면 또 그런 중산층의 - 알링턴파크에서 이웃과 수다를 떨며, 차를 마시며, 저녁 초대를 하는 - 삶이 부럽지 않았을까. 사람은 자신의 삶을 벗어나선 생각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보니 이런 허무나 불안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또한 그런 불안에 떠는 삶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역설적인 생각도 해본다. 다섯 여자들이 하나로 뭉치지도 못하고 수다는 떨지만 자신의 불안을 털어놓을 데도 하나 없는 단절된 삶을 묘사하는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은 아니였지만, 이런 게 - 다같이 떠들지만 제각각 고민과 불안을 안고 있는, 그것을 어디에 털어놓을 수도, 털어놓는다 해도 깊이 공감할 데가 없는 그런 게 - 인생이 아닐까 하는. 결국은 인생은 그런 거다. 크나큰 영광도, 크나큰 실패도 없는... 크리스틴이 줄리엣을 보며 느끼는 의아함과 반가움이 동시에 다가오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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