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시네 - 르 클레지오, 영화를 꿈꾸다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이수원 옮김 / 글빛(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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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7년 칸 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여, 칸 영화제 조직위원장이자 세계 영화계의 '황제' 질 자콥이 프랑스 대표 작가 르 클레지오에게 자유로운 형식의 집필을 부탁한 에세이집이다. 그 유명한 질 자콥이 서문을 썼다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책은, 한국어판이 나오면서 르 클레지오가 쓴 한국어판 서문도 실려 있다. 그런데 내가 르 클레지오가 자유롭게 쓴 영화 에세이보다도 질 자콥의 서문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면 이상한 일일까. 상당히 개인적인 사연과 감상이 숨어들어간 이 영화 에세이는 1980년대 태어나 그가 본 영화를 하나도 모르는 나에겐 너무 어렵고 모호했다. 하긴 빛을 만나야만 그제서야 살아움직이는 영화를 단순히 종이에 나열된 글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러나 진정한 시네필이라면, 요즘에 나오는 현란한 영상이 돋보이는 영화에서부터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오는 흘러간 옛 영화까지 모든 영화를 사랑하는 마니아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은 에세이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밖에 없지만 그런 이야기에도 나와 같은 감성이 스며들어가 있는 부분이 있기에 찾아볼 수 있는 은신처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나는 이제 나의 영화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영화를 처음 접했던 것이 언제일까. 극장에서 영화와 처음 조우하기도 전에 나는 금요일인가 토요일쯤 했던 주말의 명화로 영화를 처음 대면했을 것이다. 주말 밤이면 어김없이 울렸던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기대 반 흥분 반으로 화장실에 후다닥 뛰어갔다 오곤 했다. 그 때 나왔던 수많은 영화를 보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정말 현실을 잊고 영화에 빠져들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돌아가야 할 현실이 어찌나 암담하게 느껴지던지... 아직 다 못했던 숙제들과 시험을 피해 영화 속에 몰입했던 시간이었다. 그 때 보았던 [카사블랑카]라던지 [로마의 휴일] 같은 영화는 언제봐도 멋졌다.

 

처음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것은 동생이 열렬히 사랑했던 [우뢰매] 덕분이었다. 처음 [우뢰매]를 보러 극장에 간 이후에도 더러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보았던 것은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쯤에 내가 살던 곳에 극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을 것이다. 그 전에는 영화를 보러 갈라치면 시내에 들어서야 했는데 그 후엔 우리 동네에도 극장이 생겼으니깐. 처음 극장이 문을 열었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영화를 자주 보러가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데에서 영화를 항시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화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난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을 대신 만들어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통로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소망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았을 때부터 더욱 강해졌다.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마음껏 상상했던 영상을 실제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다 늦은 시간에 틀었던 TV에서 흘러나오는 예술 영화나 흑백 영화보다는 나는 현실에 없는 것을 이뤄내주는 마법 상자 같은 영화의 모습을 많이 즐긴다.

 

책의 말미에는 작가가 박찬욱, 이창동, 이정향 감독과 한 인터뷰 내용이 수록되어 있어서 참 흥미롭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 세 영화 감독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니. 사실은 나도 그들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그들의 영화를 하나라도 보지 않을 순 없을 거라는 말에는 확신이 든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이나 [오아시스]로 유명한 - 나는 배우도 좋아하는데 배우 문소리 씨의 팬이다 - 이창동 감독, [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 - 이 두 영화가 같은 감독의 것인 줄은 몰랐었던 내 무지를 용서하길^^ - 으로 유명한 이정향 감독은 한국 영화 역사상 한 획을 그은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르 클레지오가 그들을 만나 물었던 내용 중에는 이것이 있었다. 왜 문학이 아니라 영화였나고. 왜 자신의 생각하는 것을 문학으로 표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영화를 선택했냐는 말이다. 그것에 대한 감독 자신의 나름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마도 앞으로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영화도, 예술적인 영화도 많이 나올테지만 영화의 인생은 쭉~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영화는 앞으로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테고, 많은 이들이 또 이 영화를 가지고 꿈을 이루겠지. 영화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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