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가이도 다케루의 책은 먼저 [나이팅게일의 침묵]으로 만나보았다. 청각과 시각의 공감각적인 효과를 중심에 놓고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이용해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그 작품을 보다가 이번의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이란 책을 보니 참 화통했다. 약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물론 있었지만 그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라 전혀 미스터리적인 요소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제까지 나왔던 출판사에서 나오지도 않고, 표지 디자인이나 종이 재질이 다르게 나와서 좀 아쉽다고 여겼었는데 그 유명한 도조대학병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라서 변화를 준 것이 오히려 좋았다. 일부러 이렇게 했는지, 아니면 앞으로 나오는 가이도 다케루의 책은 다 은행나무에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의 시도는 좋았단 생각이 든다.

 

먼저 이 책을 잘 보려면 제목을 음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서평을 쓰려고 옆에다 갖다 두고 멍~하니 표지를 보고 있으려니까 떠오르는 것인데, 제목에 결말이 나타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결말을 다 알려주진 않겠지만, '마리아 불임 클리닉'이 산시 마리아 원장님의 병으로 문을 닫아야 했는데 나중에 극적인 사건으로 '부활'되는 것만은 알려줄 수 있다. 이제는 이런 생각까지 든다. '부활'이란 말을 쓰기 위해 불임 클리닉의 이름을 '마리아'로 설정하고, 그 원장님의 이름도 '마리아'로 한 것은 아닌지. 뭐, 중간 제목에 <수태고지>란 말까지 나왔으니 분명 의도적이었을게다. 흐~음 그러니까 작가는 마리아를 아는 인물이로군.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난 서평을 쓸 땐 책을 참고하지 않아도 꼭 옆에 책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게 글이 잘 써진다. 이건 왜 그러는 걸까?

 

어쨌거나 여기의 주인공은 아름답고 불의를 참지못하는 여전사이다. 여기서는 '얼음 마녀'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대단한 여성이다. 불임치료의 전문가 소네자키 리에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그녀는 도쿄의 잘나가는 데이카 대학병원에서 조그만 강의를 맡고 있으면서 별도로 마리아 불임 클리닉에 다니며 원장님이 계시지 않는 자리를 열심히 메워가려고 있다. 사실 이곳은 기요카와 고로 부교수도 같이 아르바이트로 나왔던 곳인데, 새롭게 시행된 여러 정책 때문에 그는 나오지 않고 리에만 독립투사같이 홀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대학병원 월급쟁이 의사의 박봉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도 묵인해주었던 것이 대학이 독립 행정법인화되면서 파기된 것이 키요카와가 안 나오게 된 이유다. 데이카 대학의 부교수나 되면서 아르바이트를 나갔다가 윗선에서 노하시기라도 하면 큰일나니까. 그리고 이 소설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문제, 즉 지방에 있는 의료현장이 다 무너지게 된 것은 신 의사 임상연수제도의 도입 때문인데, 이것 때문에 지방에 있던 중견 의사들이 대거 대학병원으로만 몰려갔기에 지방에는 더 이상 진료를 받을 수가 없게 되었다. 바로 이것을 고발하기 위해 다케루는 움직였던 거다.

 

리에는 자신을 키워주었던 마리아의 은덕을 저버릴 수 없어 폐원할 때까지, 그러니까 마지막 네 명의 임부들이 출산을 할 때까지만 마리아 불임 클리닉을 운영하는데 그것을 하는 중간 중간 무너져가는 의료 현장을 되살리기 위해 여러 곳을 찔러댔다. 우선 손글씨로 쓴 편지로 공무원들에게 투서를 하기도 하고, 정원의 20% 이하밖에 나오지 않는 수업에서도 열정적으로 의사로서 자신의 권리를 찾으라는 말을 외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윗선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한번 기요카라 고로에 대해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실력좋은 의사인 그는 여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로서 문제가 될 만한 자질은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과 잘 지내는 터라 상황을 잘 처리한다. 사실 대쪽같은 리에 옆에는 유들유들하게 상황에 따라 요리조리 잘 피하는 이런 사람이 한 명은 꼭 있어야 할 법하다. 그래서 리에에게는 조직의 편을 들거라곤 했지만 때에 따라 그녀를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막판에 가서는 어떻게 될까...?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러냐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대리모 출산의 의혹을 리에가 받아서 그렇다. 이런 중요한 사건도 철통같은 리에 앞에선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무사히 상황 종료되는가 싶더니만 결국 대쪽같은 우리의 리에가 일을 낸다. 공식석상에서 공무원과의 전면돌파를 선언한 것!! 소비자를 위해서 마리아 불임 클리닉은 폐원하지 않고 적극 도와주겠다고 선언하면서 그것을 24시간 밀착 취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저 당돌함은...! 정말 속이 시원했다. 저출산 때문에 일을 벌이고 싶다면 정부에서 불임에 보조를 해줄 일이지, 그런 실질적인 일은 하지 않고 쓸데없는 설문조사를 하고, 뭔가 문제가 생긴 것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이상 조사를 하는 작태를 보이는 공무원들은 당해도 싸다!! 의료 개혁이니 뭐니 하고 떠들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지 않는 정부가 무슨 정부이고, 무슨 공무원이란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바르게 서야 나라가 잘 되는 법이다.

 

정말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우리에게 경종을 울려대는 이 소설은. 우리나라도 일본과 꼭 같지는 않아도 지방엔 갑자기 병이 났을 때 찾아갈 병원이 없다는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아프지 않을 때는 병원은 없어도 된다. 하지만 응급 상황일 때 가야 하는 곳이 바로 병원 아닌가. 그런데 정작 아플 때 찾아갈 수 없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문제를 현 대통령 이하 모든 공무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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