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하지 무라드 - 톨스토이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슬픈 영웅 이야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조윤정 옮김 / 페이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고전에 약한 편이다.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당연히 읽었을 법한 책 근처에는 전혀 가지 않았을 정도로 편식도 심하고 문학에는 완전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게도 좋아하는 작가는 - 그 작가의 범주가 얇긴 하지만 - 있다. 러시아 소설 중에는 유일하게 읽어본 작가 - 그것도 단편이지만^^; - 가 바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다. 그의 작품은 아주 오래전 언니가 학교 숙제로 읽던 <사람은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에서부터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장편 소설에는 손도 대지 않았음은 여기서 고백해야 겠다. ㅋㅋㅋ

 

그래서 내가 접한 톨스토이의 장편소설은 <하지무라드>가 처음이다. 이 소설의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실제 영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는데 사실 이런 전쟁 소설도 읽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 만난 전쟁 소설은 참 느낌이 괜찮았다. 본격적인 전투씬이 별로 없긴 했지만 박진감 넘치면서도 전쟁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어투가 마음에 들었다. 또한 서문에 나온 것처럼 인물에게 고유의 생생한 성격을 부여해준다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이제라도 접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하지무라드 외에도 그를 수행하는 네 명의 병사 즉, 엘다르,  감잘로,  하네피,  한 마호마와 그가 러시아로 투항할 때 만났던 세묜 미하일로비치 보론초프 공작 내외,  그의 아버지 미하일 세묘노비치 보론초프 총독, 러시아 병사인 아브레프, 피노프, 니콜라이 황제 등등 여러 인물들이 나왔지만 어느 한 명도 똑같은 성격을 가지거나 하지 않고 독특한 그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각자 자신들의 삶을 살아나갔다. 마치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제 스스로 의지가 있어서 삶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무라드는 러시아 편에 가담하였는데 어떤 오해 때문에 샤밀의 편에 들어가서 혁혁한 공을 많이 세웠다. 원래부터 - 젖형제를 죽인 복수심 때문에 - 샤밀에 대해 강한 증오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러시아에게, 자신도 믿지 못해 샤밀에게로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샤밀에게 미움을 사서 러시아 편에 가담을 하려고 한 과정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소설에서는 하지무라드가 카프카스에서의 영웅이라는 상황을 먼저 설정해놓고 시작했는데 과거 그의 영웅적인 모습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고뇌가 더 많이 담겨있었다. 러시아에게 피해를 많이 입힌 하지무라드가 자진 투항을 해온다면 아무래도 전략상 상당히 유리한 것이 틀림없을 텐데도 하지무라드의 가족을 구해서 그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생각보다는 간만 보며 밍기적거리는 러시아를 보고도 실망을 많이 했었다. 과거에 아무리 혁혁한 공을 세웠을지라도 지금 이순간 자신에게 아무 힘이 없어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니 정말 지금 이 시대에 돈이 있을 때나 사람이 붙고 돈이 없으면 다 사라지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특히나 하지무라드가 왔단 소리에 어린 아이들까지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를 구경하러 오는데 그 모습이 정말 위대한 사람을 맞이하러 온다기 보다는 동물원에서 원숭이를 구경하듯 도대체 하지무라드는 어떻게 생겼을지 호기심에 오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인간적인 호의를 가지고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의 인간적 고뇌와 어려움을 진실로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단 것이 이 소설의 결론이다. 마지막에 안타깝게 끝을 내버린 하지무라드를 보며 정말 그를 존경하고 추앙하진 않았구나 하는 걸 느껴 러시아 인들이 너무 야속하기만 했다. 샤밀의 편에도 러시아의 편에도 설 수 없는 그의 모호한 입장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쿠낙(친구)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지...

 

옮긴이의 서문을 보면 톨스토이는 말년에 명성이 높아지고 작품이 대단해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긴 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한 명이 없어 외로워했다던데 마치 하지무라드가 바로 그처럼 보인다. 이게 바로 풍요 속의 빈곤인가? 말년에 힘들었던 톨스토이를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