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Miracle 2
김재한 외 지음, 김봉석 해설 / 시작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에 <해리포터>를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조금 아쉽고 재미없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 하나의 단편을 꼼꼼히 읽고 그 나름의 의미와 내용을 음미해보니 아~ 내 생각이 짧았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판타지라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엘프나 나오고 마법사가 등장해야 한다는 막연한 서구 동경주의가 있었던 것인지 뱀파이어나 인조인간, 악마와의 계약, 귀신 쫓는 사람, 그리고 민담 같은 우리네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의 환상문학을 접하고 나니 그 모든 것이 환상문학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설을 막 읽고 났을 때는 막연히 재미있기만을 바랬던 내 마음을 무시한 이 책이 너무나 야속한지라 뻗대면서 서평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머릿속에 맴돌던 재미난 이야기에 헤어나올 수 없었음을 고백해야겠다. ㅋㅋㅋ 그런 부름을 잊을 수 없어 다시금 손에 든 책을 다시 훑어보니 정말 다재다능한 소설가들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만날 수 있었음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총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대부분 너무 재미있다. 그런데 처음 부분에 너무 안타깝고 묘한 이야기가 실려있어서 진도가 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 묘하고 감정의 흐름이 더디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지원 씨의 <카나리아>를 먼저 읽어도 좋을 듯 하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것을 제일 마지막에 봐야 덜 힘들 것 같다.

 

김철곤, <상아처녀>

교육학을 공부하다보면 한번쯤 듣는 소리가 있다.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가 그것인데 이는 교육자가 기대한 만큼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향상된다는 이론이다. 아마도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정말 진실로 그 효과를 믿는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다. 배양액 속에서만 사는 인간을 창조해서 실험하는 곳이 배경이다. 거기서 일하는 한 남자는 그녀가 일반 환경에서는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관찰하는 임무를 맡아서 그녀를 몰래 빼돌린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의 말만 믿고 따뜻한 배양액에서 바깥 세상으로 한발 내딛은 그녀, 갈라테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쩜,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비정해지는 인간을 보여준 것 같아 좀 아팠다...

 

정지원, <카나리아>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한다.

노래를 잊은 카나리아는 보름밤에 은으로 만든 배에 띄워 보내면 잊어버린 노래를 기억해낸다. 농담이겠지. 노래를 잊은 카나리아가 기억해낼 리 없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잊은' 것... 인간이라고 하기엔 뭔가가 빠져버린 주인공에게 그것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자신이 인간임을 잊지 않고 사는 것, 자신이 정상일 수 있다는 것... 정상이 아니면서 정상임을 굳게 붙들고 사는 그녀에게 이 세상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날 아무 이유없이 한 여자를 죽인다.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머리카락을 뜯어버리면서... 그렇게 멍하니 있는 그녀에게 뱀파이어인 그가 다가온다.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그녀의 인생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이 소설은 정말 어려웠다. 뭔 말을 그렇게 빙빙 돌려서 하는지 정말 못 알아먹었다. 느와르 영화에서 출구도 없고 입구도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 바로 그런 걸까. 하여튼 내 취향은 아닌 소설이다.

 

최지혜, <용의 비늘>

내가 상상했던 환상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배경은 용이 사는 중세의 어느 왕국, 레첸이라고 하는 없어져야 할 저주받은 왕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왕국에서 눈의 가시 같은 존재였던 레첸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난다. 거의 죽음에 이르는 길, 바로 용의 비늘을 구해와야 하는 길.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에 의하면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속 이야기는 다르다. 레첸은 길을 떠나다 시헬이란 인물을 만난다. 푸른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푸른 옷만 입는 그를. 그가 용을 찾는데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하곤 그를 쫓아다니면서 방법을 구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도 글썽거리고, 아아~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성체가 된 레첸의 이야기를 즐기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방지나, <윈드 드리머>

이 소설도 마법사가 나오는 어느 중세 시대의 한적한 마을이 배경이다. 그 시대에는 꼭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에 나올 것 같은 비행물체가 등장한다. 비공정은 비행석이란 돌로 날 수가 있었다. 그래서 비행석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권력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여기 주인공 아시타르는 황제의 사촌으로서 그런 물체를 만드는 과학자였지만 비행석을 얻기 위해 벌어지는 착취에 넌더리를 내고 이름없이 어느 시골로 왔다. 신분이 낮은 자가 귀족의 아이를 낳는 것은 사형이라는 중죄에 처해지기에 자기 눈앞에서 엄마가 처형당하는 것을 보았던 아시타르는 자기와 똑같은 운명에 처한 두 모자를 구하기 위해 비행석이 없이 나는 비행물체 윈드 드리머를 만들기로 한다. 여기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한 명 등장했으면 더 좋았을텐데...쩝..아쉽다~

 

홍정훈, <사육>

이건 상당히 웃기다. 매혹적일 정도로 소름끼치는 존재인 뱀파이어가 오히려 인간에게 사육당하면서 피를 빼앗긴다는 내용... 인간의 불로장생의 비밀이 밝혀질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류형석, <목소리>

요건 우리나라의 민담 같은 느낌이 드는 환상문학이다. 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옹고집전처럼 못된 주인 영감이 뭔가 잘못했는데 그것을 복수하려는 나쁜 사람이 도술로 해코지를 하지만 결국은 착한 사람이 이겨낸다는 이야기, 아주 구수한 옛날 이야기... 여기에는 정말 이쁘장한 아가씨들이 나온다. 오히려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을지도...

 

이성현,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이것은 한 남자의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으로 시작했다가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로 끝을 내는 이야기이다. 마법이 있는 중세 시대에 남주인공이 적국의 마법사를 베었는데 그가 내린 저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친한 친구와 그는 한 사람이 행복하면 다른 사람은 끝없는 불행을 갖게 된다는 저주... 그래서 사랑하는 여자가 친구와 결혼하고 자신은 좌천되고 친구는 거대한 영지의 영주가 되었다. 너무나 쓰라린 불행에 친구를 죽이러 가는 한 남자 이야기인데 정말 안타까웠다. 여기까지만. 끝까지 읽으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내용도 그 내용대로 안타까웠던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말이다.

 

김재한, <세계는 도둑맞았다>

마법사라는 족속들이 세계를 점령하고 이 세상을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 마법으로 전 세계를 통솔한다는 이야기. 정말 온갖 것이 다 나온다. 악마와의 싸움, 외계인이란 존재 등등 다 나오는데 재미있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 <매트릭스>와 비슷하게 끝이 나서 더 마음에 드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23살의 일필휘지는 16살의 이자벨이란 어린 소녀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 그는 어릴 때 동생이랑 계약한 악마를 찾아서 동생이 무엇을 그리 알고 싶어했는지를 찾고 싶어했기에 데몬 슬레이어로 연수입이 1억달러가 넘는 대단한 마법사인 이자벨을 스승으로 두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 외계인이 침략하고 일필휘지는 일생 일대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자기가 찾던 악마가 홀연히 나타나서 과거와 미래 둘 중에 한 곳을 선택하라고 했다. 과거는 동생이 악마랑 계약을 맺던 장면이고 미래는 이자벨의 절대 절명의 순간이었다. 과연 일필휘지는 무엇을 선택할까. <매트릭스>를 본 사람이라면 그 답을 알 것이다. ㅋㅋ

 

이상민, <과거로부터의 편지>

요건 완전 퇴마록이다. 안타까운 이야기. 산장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같이 있다가 그 여인이 귀신에 씌여 삶의 의미를 모르고 살아가는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 현지에게 편지가 온다. 그 죽음의 산장에서...흐흐흐 완전 공포물이군.

 

일일히 다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졌다. 처음엔 내 기대치에 못 미쳤는 줄 알았었는데 다시 보니 정말 하나같이 매혹적인 소설이었다. 또 요런 책이 있으면 모조리 읽어보고 싶다. 아~ 환상문학이란 바로 요런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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