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왜 난쟁이 집으로 갔을까?
모봉구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모봉구 씨의 전작 <설화의 재발견>이란 책을 읽었었다. 그런데 그 때의 내 생각은 뭔 소리인지~ 였다.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좀 어려웠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사실 2년 전에 읽었던 책이라 지금 읽고 있는 책 수준과 그다지 차이가 없었을 것인데 왜 이해를 못 했을까 의아할 뿐이다. 그만큼 이 책이 너무나 재미있기도 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열 편의 동화 속에 숨겨진 키워드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 신선했고,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반면, 이런 새로운 생각을 하기 위해서 모봉구 씨가 얼마나 많은 창작의 고통을 겪었을지는 상상이 안 갈 따름이다.

 

[백설공주]편에서는 [긍정]이란 키워드로 설명한다. 백설공주의 눈처럼 하얀 피부와 피같이 빠알간 입술, 숯처럼 까만 머리칼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편견없이 순수한 마음을 하얀 피부로 나타내고,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빠알간 입술로 표현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적인 마음을 새까만 검은 머리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그래서 마녀가 여러 차례 백설공주를 죽이려 했던 것도 사실은 긍정적인 생각을 죽이려고 했던 것이란다. 백설공주가 난쟁이에게 몸을 의탁한 것도 '열등감'을 의미하는 난쟁이가 숲속에서 자신을 계발하는 것을 상징하기에 백설공주가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곳에서 자신을 계발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야 나중에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왕자가 상징하는 것은 낯선 새로운 행동과 실천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사람들과 원만하게 살아갈 수가 없다. 열등감으로 표현되는 난쟁이에게 벗어나서 덤불을 넘다가 비틀거리는 것으로 표현되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넘어서면 드디어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나타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동화와는 달리 여기선 왕자의 입맞춤이 없는 것도 그래서이다.

 

요렇게 딱딱맞게 설명되는 게 참으로 놀랍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자의적인 해석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길 이런 동화는 옛날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던 것을 그림 형제나 페로가 글로 옮긴 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라는데 오랜 시간을 통해 이어져내려온 것인 만큼 그 안에는 '인간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 축척되어 담겨있다고 한다. 내가 예전에 아이들의 교과서에서 본 <설화 속의 호랑이>에서도 호랑이가 신성함을, 무섭고 사나운 압제자를, 어리석은 관리를, 정이 많은 이의 모습 등 네 가지의 모습을 담아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때도 딱딱 맞아떨어져서 신선해했던 경험이 있다. 과연 설화나 구전된 동화 속에는 오래 전부터 살아온 조상들의 생각이 축척되어 있을 수 밖에 없나보다. 그래서 이 책은 설화나 동화가 조상들의 생각을 전달해주는 통로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 것은 틀림이 없다.

 

사실 내가 어렸을 적부터 읽어왔고 생각해온 백설공주는 아주 순수하고 아리따운 비련의 공주였는데 '키류마사오'의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나 로렌 슬레이터의 <루비 레드>라는 책들 덕분(?)에 내가 어릴 적부터 생각했던 순수했던 동화가 성적인 게임으로, 모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왜곡된 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했었다. 그리고 이런 책을 어린 아이나 청소년들이 멋모르고 읽게 되면 그들이 어렸을 적 느꼈던 순순함이 퇴색되어버릴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요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게다가 아주 긍정적인 시각으로 동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준 책이 나와서 너무나 반가울 따름이다. 이 책을 아이들이 많이들 읽고 동화나 설화에 대해 그저 단순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많은 상징성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모든 것을 성적으로 표현하려는 상업성의 논리에 아이들이 아직은 물들지 않고 그 내면의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다른 동화에서는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조금 소개해보면,

 

[백설공주]에서는 [긍정]의 선물을,

[금도끼 은도끼]에서는 [결단력]의 지혜를,

[황금 거위]에서는 [잠재력]이란 보물을,

[신데렐라]에서는 [시련]이란 성공으로의 담금질을,

[브레멘 음악대]에서는 [조화]이란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를,

[개미와 비둘기]에서는 [일]에 대한 근본적인 마음가짐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에서는 [양육]이라는 인생의 키워드를,

[벌거벗은 임금님]에서는 [허위]라는 욕망의 껍데기를,

[인어공주]에서는 [성윤리]의 단단한 통제를,

[늑대와 일곱 마리의 양]에서는 [개과천선]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동화에서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보이는 것이 그 내면에는 인간의 성욕에 대한 경계[인어공주]를 나타낸다니, 참 어이가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이야기가 구전되어 온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그냥 단순히 애절한 이야기만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거라는 저자의 인식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이다. 다양한 관점을 알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이 책을 들여다보면 아주 큰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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