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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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별을 백만 개나 주고 싶다. 정말 올 2008년도에는 대박책들만 만나는 것 같아 행복할 뿐이다.

 

내가 책을 읽고 기록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작년 11월 정도이다. 이제 일 년정도 되어 가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 그나마 행복했던 건 한 권을 가지고 지지부진하게 읽지 않고 읽어야 할 책들은 재깍재깍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읽은 책이 올해 들어서 지금까지 120여 권이나 되었다. 예전에도 책을 좋아했고, 읽는다고 읽었었지만 그 때는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음에 더 말해봐야 무엇하랴. 하지만 지금은 책을 읽고도 다시 머릿속을 정리하여 서평을 쓰는 시간까지 합한다면 확실히 과거에 책을 읽었던 시간보다도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해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 120여 권이란 수치는 모두 서평을 썼던 것만을 말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유년시절이나 학창시절에는 책을 읽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 시절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은 지금까지도 기억나지만 그것은 재미있게 읽은 한 두권의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었던 탓일 뿐 절대 다독은 아니었다. 사실 내 성격상, 집에 틀어박혀 노는 것을 좋아하기에 집에서 책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부모님의 관심 부족이라고 해야 할까 주위에 책을 읽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텔레비전이란 영상에 열광하는, 다시 말해서 시각적인 정보에 너무나 약한 내 성향 탓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내 모습은 책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런 내가 책을 손에 들었던 것은 대학 졸업 후, 독서와 관련된 학원에 다니고부터이다. 입시학원에서는 책 읽기는 꿈도 못 꿀 일이었고, 그나마 좀 여유롭고 자기 계발이 가능했던 독서 관련 학원과의 조우는 내게 생각지 못했던 선물을 안겨주었다. 학원에 항상 좋은 책이 구비되었던 것도 한 몫을 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점차적으로 할 수 있게 한 활기찬 학원 분위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나는 어려서부터 책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이 너무나 부럽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항상 내 이야길 들려준다. 내가 하루에 몇 번이나 책을 보는지, 한 달이면 얼마나 책을 읽는지, 책이 왜 좋은지, 왜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너희들이 부러운지.... 내가 어릴 적 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온 사람들과 말을 섞을 수 있을 만큼 아직은 내공이 쌓여지지 않아서 어디가서 책을 읽는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다는 건 나만의 만족이 우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책을 부여잡고 놓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열규 교수님은 내게 신처럼 위대한 분이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나와는 아주 다른 사고방식으로 책 읽기를 하고 계셨으니... 그 분도 이제 이 연세(1932년생)가 되신 후에야 그 때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옛날이야기가 자신의 책 읽기의 시작이었음을 아셨을 테지만 엄마의 동화책 읽어주는 소리조차 들어보지 못하였던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어쩌면 나는 우리 가족 중에 돌연변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가족 중에서 책에 이렇게 파고드는 사람은 나 밖에는 없으니...

 

초창기에는 어느 정도 책을 읽었다고 하는 분들의 책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면 덮어놓고 좋아하기도 했지만, 내용이 내가 따라가기에는 너무 전문적이여서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지 못한 상황이 계속 되자, 이제는 덮어놓고 겁부터 집어먹고 보는 나인지라 이 책도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을 뻔했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사실은 띠지에 붙어있는 '어머니의 <언문 제문>에서 소로의 <월든>까지! 독서, 그 짜릿한 지식의 쾌락'이란 말이 나에게 크나큰 두려움을 주었다. 소로의 <월든>이야 읽다가 포기했을 만큼 어려웠지만 들어는 봤던 책이었는데 내게 문제가 됐던 것은 "어머니의 <언문 제문>"이었다. 여기서 어머니란 내게 젖을 물려주고 빨려주는 그 어머니를 말하는 게 맞을 터인데 <언문 제문>은 무엇이야~ 하는 생각에 또 내 무식이 들통이 났음을 아프게 인식하면서 도망가려 했었다. 그러나 이젠 절대 도망가지 않았음을 하늘에 대고 감사하다. 언문 제문이란 한글로 쓴 제문인데 '출가외인'인 딸이 친정 부모의 초상에 와서 상청에서 읽는 글을 경상남도 중서부에서는 그렇게 부른다고 한단다. 아이고~ 아주 명쾌하게 알려주는 김열규 교수님의 설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열심히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이 책은 이렇게 [서 _ 책, 내게로 오다][독 _ 읽기의 소요유]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것부터가 내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보통 라고 읽기에 '독'이 먼저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이 단순하지만 일상적이지 않는 표현에 나는 뻑~ 갔다. 참, 난 단순해~ ㅋㅋ 어쨌거나 김열규 교수님께 어렸을 때는 책이 먼저 다가왔고, 그 후 나이가 들어서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풀이해주셨는데 아직 나에겐 책이 다가오는 수준이니 김열규 교수님의 내공을 쌓기 위해서라도 절대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겠단 생각이다. 책은 처음엔 듣기로 오고, 그 후엔 보기로, 소리내어 읽기로, 마지막으론 외우기로 온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들려줘야 한다는데 정말 아쉬울 뿐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많이 듣고, 책을 많이 읽었다면 천재가 되었을지 누가 아랴. 이 부분은 나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직장이 독서 관련 학원이다 보니 이런 것은 이제 도가 텄다.

 

두번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시를 읽는 방법, 소설을 읽는 방법, 논설을 읽는 방법을 알기 쉽게 제시해주었는데 시 읽는 방법이 역시 어려웠다. 내가 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많이는, 아니 전혀 읽지 않고 좋아만 하고 있는 터라 그런지 몰라도 어렵게 느껴졌다. 시 읽는 방법 중 두 번째 방법, 뜯어보고 헤쳐보고 다시 한데 묶어 보고_ 에서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최근 유행하는 기호론에서 나오는 패러다임을 가지고 설명한다. 세 연은 같은 패러다임이니까 공시적으로 볼 수 있고, 그 세 연이 실제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되니 통시적으로도 볼 수 있단다. 맞나? 정말 어렵다. 같은 묶음 속에 속해있는 단어들을 옆으로 벌려놓은 것이라고 하는데 도통 모르겠다.

 

어쨌던 간에 김열규 교수님의 책 읽는 여정을 죽 따라왔는데 정말 멋있고도 아름다웠다. 나에겐 동경 그 자체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돌려놓을 수 없으니 그 분과 같은 경험을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나만의 책 읽기 여정을 만드는데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나도 열심히 책 읽기 세계에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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