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교와 만나다
유응오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불교는 나에게 무속신앙과 동급으로 생각되는 종교다. 그만큼 나는 불교에 무지하다. 그러나 우리네 삶 속 어딘가엔 불교의 진리가 살아 숨쉬기에, 그리고 불교의 교리를 백퍼센트 찬성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하기에 만만하지만 절대로 만만하지 않은 영화로 보고 싶어졌다. 빳빳한 광택 종이를 사용해서 그 내용만큼이나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 책은 처음 봤을 때 정말 쉽게 넘겨볼 수가 없었다. 뭔가 아주 심오할 거란 예상을 하게 했기에.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 내 예상대로 아~~주 어려웠다. 아마도 이 책의 반은 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진흙 속에서 연꽃은 피어나고, 관세음보살은 바세계- 사바세계가 도대체 뭐야?음..고통의 세계라네..내가 살고 있는 현 세상을 말하는 건가? - 머문다. 평상심시도. 울울창창한 숲에서 대자연의 모음- 도대체 모음은 무슨 뜻? - 배운다. 인간의 시간, 혹은 일념즉시무량겁 - 오호, 요건 찾아봤다.. 단 한 번 망상을 일으켜도 헤아릴 수 없이 오랜 동안 걸쳐서 그 응보를 받는 일이라고 하네? -

 

요런 말을 들어는 보셨는지.. 이게 제목으로 나와있는데 정말 무슨 뜻인지...도통 모르겠다. 고교시절에 윤리과목을 배우면서 불교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도 깜짝 놀랐었다. 평소 많이 접하던 것이었기에 만만하게 여겼는데 이게 왠걸~ 오히려 서양철학보다 더 어렵단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궁금한 질문 한 가지!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그냥 알아들을 수 있나? 진짜 궁금하다. 이걸 다 이해하면 웬만한 윤리교사는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어쨌던간에 나는 영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영화 몇 편만 말하고 말아야겠다. 아무래도 내 무식만 통통 튈 것 같기 때문에..ㅋㅋㅋ

다른 것은 다 필요없고 내가 여기에 나온 많은 영화에서 가장 열광했던 것은 애니메이션이다. 바로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다 보니까 요 영화 두편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두말하지 않고 이 책을 고르게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읽다보니 내가 이 두 영화를 끝까지 다 못봤단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다 못봤던 건지 아님 기억을 못하는 건지...<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집에 소장하고 있는데 이 두 개의 애니메이션은 미처 소장하지 못했으니 이런 불충이.. 어쨌거나 두 영화 모두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인데 미야자키 감독이 말하길 자신은 '자연친화적'인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 행위의 선악 너머에 있는 자연의 생명력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니 이 영화의 결말이 이해가 된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서 공주인 나우시카가 희생을 해서 멸망을 막고 자연은 희생은 나우시카를 되살려주는 내용인데 이것은 인간의 어리석은 환경 파괴에 대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맞아들어가지 않나. 또 박규태 교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하는 숲의 모습을 physis (피시스, 그리스 철학에서 자연 자체나 자연의 힘, 사물의 본성을 이르는 말)라고 정의한다니 그것도 어째 맞아들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미야자키 영화에 드러난 여성상을 보자면 인도 여신인 '칼리'나 한국 불교의 '지장보살'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것은 칼리 여신이 죽음과 재생을 관장하고, 지장보살의 사전적 의미가 어머니 대지의 자궁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이쯤되면 자연에서의 생태계의 상호 의존성과 불교에서의 연기사상의 합일을 연관지어 볼 수가 있다. 연기사상은 세상의 모든 것이 무수한 조건이 서로 화합해 발생한다는 것을 가리키기에 그 속에 이미 상호 의존성을 간직하고 있고, 상호 의존성으로 성립된 생명체를 볼 때 서로 그물망으로 얽혀있기에 우주를 연화장세계(불교에서 그리는 세계의 모습. 연꽃에서 태어난 세계 또는 연꽃 속에 담겨 있는 세계라는 뜻)로 표현한다니 불교를 숲의 종교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숲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사실 자연은 선과 악을 넘어선 생명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기에 오히려 선은 악의 선이고, 악은 선의 악이다라고까지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 숲에 대해 그렇게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불교는 울창한 산 속에 절이 있어서 그런지 중요하지만 가까이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게 되는 존재에게도 따스한 관심을 주는 것 같다. 내가 평소에 불교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자연을 소중히 하고, 타인을 타인으로 여기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인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내가 개종을 하겠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와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가장 잘 실천하는 종교가 바로 불교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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