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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과학 에세이 - 과학, 인간과 사회를 말하다
홍성욱 지음 / 동아시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과학에 관한 책이 재미있다고 느꼈던 건 후쿠오카 신이치 교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읽고 부터다. 그 책은 에세이형식으로 되어있지만 내용면에서 보면 상당히 어려운 책이었다. 분자가 생명에 비해 왜 이리 작은가? 세균과 바이러스의 크나큰 차이는 무엇이고, 왜 바이러스를 생명이라고 부를 수 없는가? 등 내 호기심을 잘 꼬집어 주면서 알기 쉽게 -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반복해서 보다 보니까 알기 쉬워지더군 - 설명해주어서 평소 과학 중에 생물을 좋아했던 내겐 큰 만족감을 주었다. 그야말로 과학의 세계의 풍덩 빠져들어갔다. 그래서 두 번째로 도전한 책이 <물리학의 산맥>이었다. 최지범이란 과학 영재가 쓴 책인데 역시 고전물리학만 재밌단 생각과 특수 상대성이론은 너무 개념이 독특하다는 결론만 내린 채 끝났다. 역시 물리는 어려웠어~ 그런데 이번에 만난 책은 과학과 사회, 고학과 인간의 관계를 잘 조명해준 책이었다. 단순히 어려운 과학 공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회에 적용하고 과학자들은 어떤 자세로 과학을 연구해야 하는지 등 문외한인 나에게도 너무나 쉽게 전달해준 책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신기했던 건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과학사라는 과목이 어떤 분야의 과학이 발전될 수 있었던 역사를 보전하고 추적하고 그것으로 미래를 예측해보는 학문이라는 것이였는데 너무 매력적이었다. 나 처럼 과학에 문외한이어도 그런 학문은 참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 만큼.
이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 현대 사회와 과학 기술], [제2장 과학과 창의성], [제3장 누구를 위한 과학기술인가], [제4장 문화, 사회, 역사에 대한 단상들]이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짧으면서도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이론이나 근거를 설명해준다. 특히 좋았던 것은 광우병 파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광우병이란 게 정확히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외국 소고기는 먹지 말아야겠구나 했던 나는 이것을 보면서 그리 큰 문제가 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그럼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최악인 것은 정부의 대응 방식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더라도 수천만번을 먹어야 확률 1로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데 이것은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인 800만분의 1,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인 100만분의 1보다 훨씬 더 적은 확률이란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이명박 정부가 애초부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된 정보를 숨기고, 또 기준에 대해서 수차례 말을 바꿈으로써 불신을 초래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의 위험 인식을 오랫동안 연구한 폴 스로빅은 사람들이 끔찍한 결과, 미지의 정도.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수에 비례하여 위험을 체감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이 때 위험 정책을 관리한다고 전문가들이 나와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잘 홍보하면 주관적인 위험이 소멸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생존 본능이기에 절대 그렇게 잠재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지....
이렇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도 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가 역시 마음이 끌린다. 처음에 나왔던 이야기는 세계 10대 철학자들이 얼마나 과학을 사랑했는지에 관해서이다. 지금 과학도와 철학에 대해 논해보자고 한다면 하나같이 의아해하거나 도망가버릴지 모른다. 그만큼 인문계열과 이공계열이 확실하게 구분지어져 있는데 사실은 이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어린 시절 부터 칸트에 심취해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이 세 시리즈를 다 독파했고 그가 노벨상을 타게한 상대성 이론과 광전효과, 브라운운동의 세 논문을 쓸 때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학교에 다닐 때도 그리 특출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은 이론물리학보다는 실험물리학과 과학철학에 더 관심이 많았고 졸업을 하고도 몇이 모여서 '올림피아 아카데미'라고 하는 독서, 토론 클럽을 했을 정도로 철학에 심취했던 사람이다. 그도 말하길 칸트와 흄에 대한 천착이 없었다면 상대성 이론의 해법에 도달하지 못했을 거라고 하니 정말 철학적 사고, 철학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이런 사례를 들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해서 과학자들이 하는 연구가 나중에 어떤 파급효과를 나타낼 것인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연구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말 똑똑하다는 과학자들에게 철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하면 하나같이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니..엉뚱한 소리나 늘어놓고 있으니 참... 이런 문제는 꼭 정부와 대학 당국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공계 학생들의 교양필수과목으로 넣었으면 한다. 과학도로서 사회에 책임을 느끼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한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