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 세 가지 열정 - 인생을 바꾸고 싶어하는 여자들에게 보내는 열정의 메시지
로나 머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책 욕심이 많긴 하지만 이 책 만큼 보고 있으면 흐뭇하고 악착같았던 적은 없었다. 서점에서 이 책과 마주친 순간, 서점에 온 이유조차도 내던져버렸으니깐. 왜 그랬을까. 얼마 전에 두 번째 아이를 낳았다며 피플지에 나온 사진을 봤다. 쌍둥이라던데 녹스 레온과 비비안 마셀린...얼마나 이쁜던지...ㅋㅋ 선남선녀 엄마 아빠를 두었으니 장난 아니겠지..그런데 내가 감동했던 사진은 줄리가 첫 딸인 샤일로를 낳았을 때 브래드 피트가 사랑스러운 눈길로 아기를 보고 있었던 사진이었다. 사실 연예인이나 배우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배우들도 잘 몰랐는데 섹시하다니 어쩌느니 하는 피트의 사진보다 앙증맞은 딸을 안고 있는 모습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그 때부터였다. 졸리 - 피트 커플이 잘 되길 바랐던 것은.

 

그런데 내가 안젤리나 졸리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때는 훨씬 전이었다. 대단한 흥행의 성공을 거둔 <툼 레이더>을 하기 전에, 모든 사진 작가가 바라는 얼굴을 가졌지만 어린 나이에 갑작스레 생긴 인기를 관리하지 못해 26살이란 나이에 에이즈 감염으로 죽은 모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지아>에서였다. 이 영화를 보려고 봤던 것도 아니고 졸리라는 배우가 누구인지도 알고 본 것도 아닌, 그저 TV를 돌리다가 본 정신나간 역을 하는 졸리의 강렬한 매력에 끌려서 끝까지 보게 되었다. 솔직히 어린 나이에 본 거라 연기가 어떻다느니 하는 평은 전혀 하지 못했고, 그저 저렇게 이쁘게 생긴 사람이 영화 속 인물 '지아'처럼 몰락하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마 졸리도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어려서부터 정신적으로 강인하거나 자신감이 넘치던 인물이 아니여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다가 자해까지 하곤 했던 그녀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지아처럼 몰락하지 않기 위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니까.

 

지아는 저와 닮은 구석이 많아서 이번 역할을 통해 제 안의 모든 부정적인 면이 깨끗하게 씻겨 나가든가,

아니면 저 자신과 엉망진창 완전히 뒤섞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40쪽

지아가 배워야 할 교훈을 제가 확실하게 배웠어요. 특히 무엇보다 건강한 신체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죠.

또 남들의 기대만큼 똑똑하고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개달았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지아처럼 몰락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41쪽

 

그런데 그녀는 유명한 배우를 아버지로 둔 비운의 여인이었단다.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배우였는데 <귀향>이란 영화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연기파 배우 존 보이트가 그녀의 아버지란다. 오빠와 졸리가 간난쟁이였을 때 이혼을 했기에 어렸을 적 아버지란 존재가 없다는 것을 슬퍼했다는 그녀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아버지의 후광을 버릴려고 '보이트'란 성을 떼고 '안젤리나 졸리'로만 썼다고 하니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칙칙하게 '보이트'를 달고 있었으면 이상했을거다. ㅋㅋ 그런 당당한 자신감을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연기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그녀는 절대 숨김이 없는 여성이었다. 아마, 그래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연예계에서 그녀만큼이나 논란이나 스캔들이 많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겠지.

 

처음엔 이름도 없고 빛도 못 보는 영화에 출연하다가 정신분열증환자 역을 맡은 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에서 오스카를 수상하고 나서 자신의 연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사랑 - 빌리 밥과의 엽기 행각 같은 결혼 - 도 그렇게 쟁취했단다. 그러다 <툼 레이더>를 찍기 위해 간 캄보디아에서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할리우드라는 눈 부시지만 허울 뿐인 세계에서 벗어나 정말 생존을 위협받는 극한 곳에서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자신의 고민과 방황이 다 부질없어졌다나. 그 이후의 졸리는 예전의 졸리가 아니었다. 인류애로 가득차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분별하게 된 그녀는 내전이 계속되는 그 곳에서 첫 아이인 매덕스를 입양하게 된다. 그와 함께 변화된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빌리 밥과 헤어지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로 결심하면서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고 덜 우울해하는 엄마가 되었다. 정말 엄마라는 존재란 위대하다.

 

저는 싸우거나 화를 낼 수 없었어요. 고개를 들면 작고 귀여운 아들의 얼굴이 보였거든요.

제가 슬퍼하면 매덕스도 슬퍼했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매덕스를 위해 좋은 집안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죠.

저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더 안정적인 사람이에요.

힘든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니잖아요.

단지 제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던 사람이 제 삶에서 빠져나간 것 뿐이에요.

자기 연민의 감정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믿었죠.....35쪽

 

이제 전 세계인의 우상이 된 <툼 레이더>의 이야기는 빠질 수 없을 거다. 그녀와 라라 크로포트와의 만남은 정말 운명적이었다. 거의 동인인물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외모까지 습성까지 비슷한 그 둘의 만남은 졸리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제까지 잘못된 식습관, 음주습관, 흡연습관 때문에 마른 몸이 더욱 더 안 좋아졌었는데 라라가 되기 위해서 몸을 만들고 공중 발레를 배우고 격투기 등 여러 운동을 섭렵하고 나자 그녀는 탄탄하면서도 관능적인 여성이 되었다. 그제서야 졸리는 육체에서 나오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벗어나 캄보디아의 입장에서, 그보다 더 가난하고 약자인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캄보디아라는 아름다운 나라에서 아이들이 지뢰를 밟아 목숨을 잃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했던 일은 바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에 연락을 해서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는 지를 물었다. 그 이후 유엔사절단이 되어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사재를 털어 기부를 하는 등 여러 일을 했다. 당연히 아들도 거기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신이 완전히 이타적인 의도에서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덕분에 제 삶이 완전히 변화되었으니까 오히려 저 자신에게 더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126쪽

14살 때 누군가가 저를 아시아나 아프리카 한가운데 떨어뜨려 놓았다면, 제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사람인지 깨달았겠죠.

그곳에서는 고통, 죽음과의 진정한 싸움이 한창이었으니까요.

그런 모습을 목격했다면, 자신과의 어리석은 싸움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94쪽

 

유엔 친선대사, 세계시민상, 세계인도주의자상, 캄보디아 시민권 까지도 받게 된 안젤리나 졸리, 그녀의 지금을 본다면 어렸을 적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끊임없이 자해를 시도했던 그런 아이로 생각할 수 있을까. 한 곳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던 그녀는 이제 진정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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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real florist 2010-02-0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사랑스럽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