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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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인 정재승이 만든 '꿈꾸는 과학'은 과학의 대중적 글쓰기와 일러스트에 관심 있는 이공계 대학생들의 글쓰기 공동체이다. 그 모임은 매주 모여 과학 글쓰기 연습과 독서 토론을 통해 과학적 상상력과 비판적 사고를 키웠는데,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란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과학에 큰 자산이 될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니 참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실 다른 선진국을 보면 학생들의 에세이 실력을 너무 중요시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아직 글쓰기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그런데 그나마 이제 그런 부분을 메워가려는 노력이 있다니 반가울 따름이다.

 

어차피 "논술의 비중이 높아진다더라", "앞으로 대학의 당락은 논술이 결정할 거라더라" 등등 교육당국이나 대학당국에서 지시하는 것은 그만큼 실력의 향상으로 이어지지가 않는다. 생각해 봐라, 공부도 꼭 시키면 하지 싫지 않던가. 그런데 자기가 좋아서 모이고 토론하고 쓰고 고치고 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말려도 기를 쓰고 더 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좋다는데 누가 말리랴. 그러니 우리나라의 과학의 미래에 대해 기대가 되는 건 아직 시기 상조일까. 덧붙여 한 가지 더 바라는 건 꿈꾸는 과학 팀이 아무리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그 규모에는 한계가 있는 법. 다른 대학에서도, 다른 소모임에서도 알아서들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고 뭉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디 대학생 말고 일반인들은 안 모이나? ㅋㅋ

 

과학적 상상력의 결과물인 이 책은 총 네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 ) 기발한 상상, 유쾌한 세계

제2부 ) 엉뚱한 상상, 기괴한 사람들

제3부 ) 희한한 상상, 흥미로운 세상

제4부 ) 놀라운 상상, 재미있는 미래

 

뭐, 워낙에 다들 기상천외한 상상들이라 이름은 잘 지었다만 딱 구분이 되지는 않는다.

어쨌든 네개의 꼭지에 각각 여러 질문들이 있는데 몇 개만 간추린다면,

 

만약 하늘에서 주스비가 내린다면? / 만약 꿈을 찍는 캠코더가 있다면? / 만약 태양이 두 개라면? / 만약 입이 배꼽 옆으로 이사를 간다면? / 만약 사람에게 사슴 같은 뿔이 있다면? / 만약 사람의 혀가 두 배로 길어진다면? / 만약 사람의 얼굴이 음각이라면? / 만약 배낭 로켓을 메고 하늘을 날 수 있다면? / 만약 등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 만약 아기가 나무에서 열린다면? / 만약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등 이다.

 

그런데 과학적 글쓰기에 대해 열띤 어조로 옹호한 내가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여기 나와있는 상상이 너무 어처구니없게 여겨졌다. 아직은 첫시도이니까 가볍게 진행되었던 것이겠지만 이 책이 내 시선을 끌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사람의 얼굴이 음각일 거라는 것은 상상하기에 영 아니잖아~ 그렇다고 내가 수준높은 과학도이라거나 과학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 아마 이 글을 쓴 대학생들만큼도 없지만^^; - 내 흥미를 끌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나도 이제껏 수업시간에 강의한 내용을 받아먹는 것에만 익숙하기에 엉뚱하게 생각하는 과학적인 방식이 많이 낯선 탓이 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으면서 참 고달팠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한 가지 상상이 튀어나오면 그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가 뒤따르게 글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게 상상도 해보다가 비판도 해보다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니까 틈틈이 몰랐던 과학상식도 알게 되었고 어떤 이유 때문에 그 상상에 현실성이 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과학을 좋아하고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는 초등남자아이들이 읽는다면 평소 자유롭게 펼치던 엉뚱한 상상에 과학적인 상식이 가미된 현실적인 감각도 익힐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 식으로 계속 사고하다보면 혹시 우리나라에도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ㅋㅋ 개구장이 녀석들에게 많이 추천해주어야겠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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