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범상치 않아 보이는 표지를 두고 흥분을 잠재우면서 읽어내려간 이 스릴러물은 나를 조금도 지루하게 하지 않았다. 아니 지루하기는커녕 많이 휘둘린 책이라고나 할까. 보통 책을 읽으면 남여주인공이 누군지 금방 파악하는 편인데 이 책은 다 읽고나서야, 그리고 책 표지에 나와있는 설명을 읽고나서야 알게 된, 아니 깨닫게 될 정도로 나를 많이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반예르 가의 충격적인 비밀도 그러하거니와 남여주인공에게 쏠린 내 관심을 어쩌질 못해서 많이 흔들린 것 같다. 책 뒷면에 있는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이란 경고문이 조금도 틀리지 않다. 내 경우에는 책 읽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가 아니라 머릿속에 그들이 맴돌고 있기에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ㅁ+

 

이 책이 나에게 온 때가 사실 좀 안좋은 때였다. 내가 이리 책을 파고들고 있을 게 아니라 몸을 편하게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어야할 정도로 몸이 약해진 때라 되도록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하고 있는데 아니 이 녀석들이 성큼 찾아온 것이다. 하긴 내 스케줄을 봐가면서 아플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어제 새벽 2시밖에 못 읽고 엄마의 - 아픈 사람은 일찍 자야한다는 - 말씀대로 불 끄고 누웠지만 잘 수가 없었다. 뒷 이야기가 어찌된 건지 너무나 궁금해서.. 아마 아프지만 않았다면 엄마의 눈을 피해 다시 불을 켜고 밤을 하얗게 밝혔겠지만 엄마의 염려도 이해가 되었고 내 몸도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였기에 그냥 자려고 노력했다. 중도에 멈춘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직 반예르가의 비밀 근처에 가지도 못했는데 뭐랄까, 섬뜩한 기운을 느낀 나는 도저히 혼자서 잘 수가 없었다. 겁이 많은 나는 어릴 때부터 <전설의 고향>을 보면 귀신이 꿈에까지 따라와 친구하자고 했던 사람이라 무서운 영화, 무서운 책은 근처도 안 간다. 심지어 드라마나 토크쇼를 보더라도 약간 으스스한 배경음악이 나오면 주위에 사람을 불러다놓고 보던가, 아님 도망간다. 내 방으로. ㅋㅋ

 

여하튼 잠은 잘 자고 오늘 이 책을 다 읽어냈다. 심지어는 중간에 끊지를 못해서 회사에까지 가지고 와서 틈틈히 읽어냈다. 뭐, 끝부분은 상황 종료를 알리는 것이여서 중간 중간 끊어져도 읽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흥분이 되어서 도저히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다 읽었다고 하는 게 옳겠다. 그런데 맙소사, 다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멍~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 내가 흠모해 마지않는 - 그렇다고 그의 모든 것에 대해 흠모하는 것은 아니다 - 남주인공과 다 읽고나서 표지 설명을 보고 난 후에야 알게 된 여주인공 - 어느 소설에서 쉽게 볼 만한 여주인공이 아니다!! 하지만 왜 그녀에 대해서는 이렇게 약해질까? - 이 서로 어긋나버린 것처럼 보이는 마지막 부분에서 내가 정신을 잃었다. 크윽~~ 사실 내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인공의 감정을 그대로 체험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라고나 할까. 해피엔딩이면 그나마 낫지만 그게 새드엔딩이면 어찌나 절절한지...그래서 내가 사랑을 못하나 보다. ㅋㅋ 실없는 소리는 여기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스토리는 굵직하게 두 가지가 흘러간다. 하나는 미카엘이란 경제기자가 반예르 가문을 위해 어떤 사건을 조사하는 이야기와 미카엘이 평소와는 다르게 오도기사를 써서 명에훼손죄로 실형을 겪고 그것을 되갚아주는 이야기이다. 이 두 이야기가 물려서 돌아가긴 하지만 거의 끝부분에서야 이야기가 완성되기 때문에 그냥 따라오는 것이 이 소설을 보는데 도움이 되겠다. 사실 이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킨 소설을 본다는 건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읽어서 소설은 좋은데 내 기대치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위험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나는 실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점이 만점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까 말한 마지막 부분이 아쉽기 때문이다. 2편을 봐야 더 알 수 있을테니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는 더이상 않겠다.

 

여기서 남주인공은 당연 미카엘이다. 그는 경제기자로서 바르게 경제를 분석하고 시민들에게 알려야한다고 생각하는 다시 말해, 이상주의를 가진 기자이다. 그렇기에 그런 기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사람과는 사이가 절대적으로 안 좋고 실제로 책까지 펴내서 그런 사람들을 비판했기에 사방에 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재판 결과에 따라 벌금과 3개월 실형을 받는데 그 동안 그가 편집인으로 있는 [밀레니엄]이란 잡지에서 떠나 있기로 하고 반예르 가의 일을 하기 위해 헤데스타드라는 외진 지역으로 이주한다. 헤데스타드는 반예르 일가가 거의 대부분을 소유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그 가문은 한때는 대단히 잘 나가는 실세였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위세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가문의 현 실세는 아니지만 고문역할을 하는 헨리크 할아버지가 미카엘에게 자신의 회고록을 쓰는 것을 방패 삼아 30여 년 전에 일어난 조카손녀딸의 행방불명 사건을 재조사해달라고 요청을 했던 것이다. 사실 헨리크는 손녀딸이 자기 가문 사람이 죽이지 않았을까 의심하고 있었는데 온 경찰이 총동원되고도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이 기자가 밝힐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죽기 전에 제3자가 그 사건을 객관적으로 본다면 뭔가 실마리라도 얻지 않을까하고 부탁을 한 것이다.

 

여기에 당연 매력적인 여성들도 나온다. 우선 미카엘과 친구이자 동업자이자 연인인 에리카와 반예르 가문의 혈족이면서 헨리크가 유일하게 인정할 정도로 아름답고 영리한 세실리아, 헨리크의 변호사가 지시한대로 미카엘의 뒤를 캔 천재 해커이자 조사원인 리스베트가 나온다. 아, 가장 중요한 사람이 빠졌군. 헨리크의 행방불명된 조카손녀 하리에트까지 총 네 여성만이 주목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여주인공이 누굴지 생각해보시길...ㅋㅋㅋ 나는 둔해서 늦게 깨달은 것은 미리 알려주면 그것도 재미가 없을 테니..

 

여기서 잠깐! 생각해볼 것이 있다. 기자는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 하는 걸까.

 

내가 발표할 기사가 너무나 중요한 것이고 피해입은 사람을 위로해주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발표하는 것이 옳은데 그 기사가 또다른 피해자를 양산해낸다면....피의자는 온데간데 없고 피해자끼리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걸까. 이것이 기자인 미카엘이 고민했던 것이고 또한 나도 고민이 된다. 기자는 올바른 정보를 알릴 의무가 있고 그것을 자신의 양심에 비춰봐서 거리낌이 없어야 하는데 그것이 또다른 피해자를 만든다면...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그저 없었던 일로 묻어두어야 할까. 그저 좋은게 좋은 거니까라며 지나가버려도 되는 걸까. 글쎄...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이 문제는 그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미카엘은 어떤 선택을 했을지도 기대하시길..

 

2부와 3부도 내용은 다르지만 큰 줄거리를 꿰고 간다니 정말 기대가 된다. 계속해서 이 남녀주인공에게 휘둘리게 생겼는걸.  행복한 고민이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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