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꿈에 미쳐라 - 평범한 직장인에서 월 스트리트까지, 토종 한국인 재키의 꿈을 향한 지독한 도전
명재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은 미국의 나이로도 서른이 훌쩍 넘어버렸다는 명재신 씨의 워튼 학교와 월 스트리트의 험난한 모험 이야기를 담은 책, <서른 살, 꿈에 미쳐라>는 239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는 평범한 분량의 책이기에 보통 읽던 속도대로라면 금방 읽을 수 있을거라 여겼던 책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새벽 2시쯤 읽기 시작한 책이 새벽 4시가 되어서도 다 읽지를 못해 덮어두고 다시 한번 읽었던 것이다. 이렇게 오래 걸린 책은 <테메레르> 이후 처음이다. 내가 늦게 읽게 된 이유를 꼽으라면 분량은 적은데 반해 내가 듣도 보도 못한 분야의 이야기 -  경제, 증권?! - 를 나열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했는데, 다시금 생각해보니 저자에 대한 끊임없는 부러움 때문이 아닌가 한다.

 

명재신이란 사람은 이화여대와 동 대학 국제대학원을 졸업한 후, 인턴십으로 접했던 한국 IBM에서 좋은 근무 조건과 연봉을 받으면서 5년간 기획업무를 하다가 개발도상국에 금융지원을 해주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MBA을 준비해서 워튼 스쿨에 합격한다. 거기서도 고군분투해서 1학년 때 홍콩투자은행에서 인턴십을 했고 2학년 땐 다시 뉴욕에 있는 투자은행에 도전해서 결국 JP모건에서 일하게 되었다. 동양계 여성이 들어가기는 이 사람이 처음이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요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도전정신은 끝내 보답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그녀가 일하면서 공부할 때 세 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고 미국에 있을 때도 인턴쉽에 떨어졌을 때 흔들리고 무너져내릴 뻔했을 때 다시금 자신을 추스리는 걸 보면서 이 종자는 나랑은 생판 다르구나! 하는 걸 느꼈다. 나도 오기 하난 있다고 자부하는 바이지만 그녀를 따라가기란 발톱의 때만도 못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내 가치를 평가절하하나!! 어쨌든^^;)

 

사실 한국에 있어서도 충분한 대우를 받고 살았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이란 곳까지 가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뭔가를 한다는 건 그만큼 크고도 중요한 목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경영 분야나 금융 분야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직종에 종사하다 보니까 그녀의 꿈에 마음껏 공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그녀가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했던 월 스트리트에 입성하게 된 경위만을 가지고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마도 기립 박수이겠지.^^ 그녀 자신도 말했듯이, 자신이 영어가 모국어였다면 워튼 1학년 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거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죽을 각오로 하니까 되지 않았나! 자기를 보고 어렸을 때 미국에 와서 살았다느니, 어학 연수를 했다느니 하는 낭설이 많다고도 이야기하는데 (그 얘긴 그녀가 그만큼 발음이 좋단, 그리고 영어를 막힘없이 한단 사실 아니겠어? 자화자찬이네 ㅋㅋ) 사실 그녀는 어학연수 한 번 안간 순수 토종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대략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처음은 워튼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와 IBM에서의 생활, 두번째는 워튼에서의 생활(+홍콩에서의 인턴십 경험), 마지막은 뉴욕 JP모건에서 생활을 이야기해준다. MBA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GMAT, TOEFL 그리고 에세이를 준비해야 한단다. 그런데 내가 이런 쪽은 잘 몰라서 이 책을 본 후에도 GMAT가 뭔지도 모른다. 물론 저자도 그다지 자세하게는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그래서 생략~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합격했고 그 후 이야기가 정말 스릴 만점이다. 워튼에서의 생활은 거의 긴장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왜냐하면 숙제는 숙제대로 많고 매일같이 시험에, 매일 파티가 두곳에서 열리고(파티에서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나중에 인맥에 도움이 된다.) 또한 매일같이 각 분야별로 회사들이 캠퍼스를 방문해 자기 회사를 소개하는 EIS에도 들어가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수 밖에.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 그녀가 세운 목표는 낙제를 피하고 영어 수업을 잘 따라가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턴십 자리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직장경력이 금융 분야가 아니다 보니 일단 어떻게든 금융 분야의 경험을 쌓아야했다. 그래서 인턴쉽이 그토록 중요했는데 문제는 경력이 없다 보니가 그녀와의 인터뷰가 좋아도 아무도 뽑아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뉴욕 쪽에서는 더했다. 그래서 겨우 얻어낸 곳이 홍콩 쪽이다. 워낙에 그녀의 인터뷰가 강렬해서 다들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그녀는 경력이 전무했고 다른 경쟁자들은 경력이 좋은 사람이 많았기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고 피드백을 받았다는 데 어떤 곳은 2학년 때 보자는 희망적인 말을 해주기도 했다는.

 

그래서 방학 10주 동안 홍콩에서 정말 금융 분야의 일을 하는데 완전 딱 딱나뉘어져있는 위계질서를 볼 수 있었다. MBA 출신들은 어소시에이트라고 부르고, 학부생들은 애널리스트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 당근 애널리스트 위에 있는 것이 어소시에이트다. 그런데 그녀가 홍콩 인턴십 과정에 했던 일은 너무 모호하게 설명되어 있기에 사실 잘 이해가 안 간다. 단지 금융계에서는 모델링이라는 액셀에 비즈니스 실적을 좌우하는 여러 변수를 다 집어넣어서 미리 예측해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계속 에러가 나는 것을 그녀가 몇날 며칠을 밤을 새서 완전하게 구현시켰다고 설명한 부분만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는 설명안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고 실제 이 바닥이 어떤지 체험한 것으로 느꼈다. 그래서 2학년이 되어서는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되고 그다지 준비를 안해도 인터뷰가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등 그녀가 성숙한 증거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좀더 단단해지고, 다부진 것이^^

 

그래서 2학년 때는 여러 리더십 과정에도 참여해보고 토론대회도 주관해보고 요트를 타는 법을 배우면서 나름 리더십을 키우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데 나는 그 규모에 또 한번 놀랄 뿐이었다. 역시 큰 무대라 다르긴 다르구나. 보통 인턴십을 하게 되면 졸업하고 다시 그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그녀는 다시금 뉴욕이란 무대에 도전하고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최대의 관건인 인터뷰에서 8명 모두에게 합격점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데 그녀에겐 만장일치로 합격점이 갔단다!!! 인터뷰의 고수인 그녀가 말하길 인터뷰를 준비할 때는 상대방이 원하는 답변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한다. 당연히 제일 중요한 질문은 WHY? 이다. 왜 이 은행에 들어왔느냐? 왜 홍콩으로 안가고 뉴욕이냐? 왜 MBA에 들어왔느냐?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질문이었다. 그녀가 말할 때마다 사람들의 눈이 점점 커지고 반짝반짝 하게 빛나서 합격을 예감했다는 그녀의 말에, 동감한다.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녀의 고군분투기를 보면 누구나 그녀의 자심감이라면 무슨 일이든 못 할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기에.

 

그녀가 이루고 싶은 꿈, 개발도상국이 전 세계 시장경제의 논리 속에서 좀 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 그것을 위해 흔들릴 때 다시금 다잡고 하루 일과를 조그만 수첩에 쓰고 그대로 실천하면서 자기 꿈에 좀 더 가까이 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정말 치열하게 사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든다. 그에 비해 나는 앉는 자리가 가만히 머물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속상하다. 나에겐 그녀만큼 치열하게 살 꿈이 없는데... 나는 먼저 꿈을 잡으러 가야 겠단 생각이 든다. 그녀가 말했듯이, 분명한 꿈이 있으면 길을 잃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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