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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고수 - 삶의 열병을 앓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카운슬링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참, 철학을 좋아한다. 그것은 내가 철학적인 인간이라거나 사물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심도있게 밝혀내는 사람이라는 건 아니지만 왠지 그냥 철학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다. 아마도 엄마 손을 잡고 교회를 갔을 적부터 지혜의 상징인 솔로몬을 좋아했던 것처럼 지혜롭고 싶은 바람에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평을 쓰는 재미를 모를 시절부터 책이라면 으레 철학이나 심리학 분야를 읽어야 되는 줄 알고 있었더랬다. 그런 나에게 딱 맞는 책이 손에 쥐어졌다. 이렇게 내 구미에 맞기도 쉽지 않을 텐데, 꼭 내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저자가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내용이나 편집, 글씨체, 색감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아마, 올해의 책 2순위가 나오겠는걸. 참고로 말씀드리면 시나브로의 내 마음대로 올해의 책 1순위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사이>이다.
이 친구가 2순위로 밀려난 것은 이 내용이 신이치 교수님의 책보다 나쁘다거나 내용이 내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나랑 만난 순서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을 처음 만났다면 당근 이 친구가 1순위였을 테니까.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은 신이치 교수님의 책은 어려워도 내 머리속에 쏙 들어오는 어느 부분의 내용이 있는데 이 친구는 어느 한 쳅터도 머릿속에 각인이 된 것이 없다. 아마도 내가 많은 여흥과 휴가 계획 사이사이에 이 친구랑 놀았던 탓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내게 큰 인상을 주었던 것을 볼땐 당근 1순위가 되어도 손색은 없다.
이 책은 총 25명의 철학가들이 등장하면서 인생의 어딘가 고장난 곳을 수리해주는데 정말 유려한 글이란 인상을 받을 정도로 딱딱하지 않다. 철학자하면 왠지 어렵게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은 철학 상담책이지만 '철학'보다는 '상담'에 더 비중에 맞춰져 있어서 물이 흐르듯이 상담이 전개된다. 사실 나는 좀 계획성있게 목차에 철학자 이름을 쭈~욱 나열해주었으면 했는데 그런 딱딱해 보이는 것은 전혀 없고, 문제점만 나열해놓고 상황에 맞게 펼쳐보게끔 해주고 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1) 프랭클의 <역설적 의도> 2) 키르케고르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3) 니어링 부부의 <소박한 식습관> 4) 칸트의 <정언명법>..
내가 보기엔 이렇게 하면 더 알아보기 쉬울 것을,
1) 내 힘든 삶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2)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인 것처럼
3) 건강한 생활을 위한 지혜로운 습관 4)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어른 되기..
요렇게 풀어놨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부담없이 볼 수 있게 해놨다. 뭐, 그런 점에서는 플러스 점수를 줘야하지 않겠어?
철학은 사실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여기 나온 사람의 반 이상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실 이 다음의 책을 뭘 봐야할지를 정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제일 궁금했던 부분은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니체였다. 사실 그는 기독교인인 내겐, 금기의 대상으로 알고 있었는데 저자가 약간 긍정적으로 쓴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부분만 빼고는 다 이해가 될 뿐더러 참 좋았다. 특히, 요즘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나와있어서 곰곰히 생각할 수 있었다. 그것은 12) 피터 드러커의 <넥스트 소사이어티> 즉, 12) 터닝포인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라고 하는 부분인데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내겐 좋은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기업에게 내가 원하는 것, 내 구미에 맞기만을 바라는 것은 좁은 시야를 가진 것이고 무엇보다도 내가 기업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보라고 하는 점이 내 가슴을 쳤다. 왠지 이제까지 내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게 참... 나 자신이 상품이라고 생각해본다면 고객 경영, 사용자 중심으로 보는 것은 기업입장에서 과연 내가 가치가 있는지 자문해보게 했다. 지금 당장 딱 부러지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을 보니 좀 더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것이지만, 일단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야하는지를 몰랐던 내겐 참 좋은 코치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