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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CEO 뒤엔 명품비서가 있다
전성희 지음 / 홍익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내 고교시절의 꿈이 바로 비서였다. 로맨스 할리퀸을 즐겨 읽었던 영향 탓에 외국의 비서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높은 연봉을 받아 좋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멋있는 솔로를 꿈꾸는 나에게 이상형이었다. 그런데다 항상 사장과 러브러브로 끝나는 결말 때문에, 사장과의 로맨스가 덤으로 따라오는 일석삼조의 직종으로 느껴졌었다. ㅋㅋㅋ 그래서 비서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의 비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암담하다는 충고에, 그리고 당시 이화여대밖에 몰라서 커트라인 땜시 눈물 머금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럴까. 아직까지도 비서라는, 옆에서 업무 보좌하는 역할이 매력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가끔씩 그런 이야길 하면 지인들이 내게 그런 데 소질있다는 얘기도 가끔 듣곤 한다.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 옆에서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보좌할 텐데. ㅋㅋ
그래서 비서의 대모격이라는 전성희 님의 책을 보았을 때 눈이 번쩍 띄였다. 엥~ 이제야 비서라는 직종이 제대로 대우를 받는구나 하는 반가움에 냉큼 든 이 책은 29년 동안 비서직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우여곡절과 노하우가 담긴 비서학의 교본이다. ㅋ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여자비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니 비서가 제대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멀고도 먼 길을 걸어가야 할 듯 싶다.
29년 동안 그녀가 실천해온 노하우가 담겨서 그런지 하나같이 힘차고 강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경구로 이루어져 있다.
엉덩이는 가볍게, 입은 무겁게
업무를 장악하고 자신감을 챙겨라
커피 심부름조차 즐겨라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
자기주장은 밝히되 결정은 CEO에게 맡겨라
등등...그녀가 직접 실천했기에 자신있게 알려주는 것이 태반이다. 여기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커피 심부름이다.
나는 비서가 '사무실의 꽃'이란 생각은 하지 않지만 누가 나에게 '꽃'이라고 불러주면 아주 기분이 좋을 것 같다. ㅋㅋ
그래서 비서를 비하하는 발언에는 별로 구애받지 않고 커피 심부름도 즐기면서 할 수 있지만, 내가 인상깊었던 것은 오시는 손님마다 커피 기호를 다 체크해두고 다시 오실 때 그렇게 타간다는 것이다. 정말 비서 하나 잘 두면 열 사원 안 부러울 것 같다. 이렇게 맞이하는 기업을 어느 누가 싫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아마 대성기업이 잘 나갔던 그 이면에는 전성희 님의 공로가 반은 먹고 들어가지 않을까. 거래를 성사하는 자리에서 중요한 것이 실력이겠지만 어쩌면 사람은 실력보다는 좋은 인상, 좋은 호의에 더 감동을 받는다. 그런 감동을 비서가 준다면 계약하는 자리에 어느 누가 오지 않을까 말이다. ㅎㅎ
그리고 하나 더, CEO의 점심 메뉴를 보고 느끼한지, 심심한지를 고려해 오전 오후에 내갈 차를 다르게 준비한다고 하니 정말 그런 섬세한 보살핌을 나도 받고 싶다.....ㅋㅋ 그러니까 그녀가 29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비서의 대모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의 대상 독자가 좀 모호하다는 점이다. 비서직을 꿈꾸며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읽힐 것인지, 아니면 현재 비서직을 마지못해 하고 있는 사람에게 읽힐 것인지, 아니면 비서직을 더욱 잘할 수 있게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인지, 아니면 그냥 비서랑은 관계없는 사람에게 이런 직업도 있다는 것을 소개해 준 것인지를 분명히 했으면 좋았을 뻔 했다. 왜냐....나는 일반 독자이지만 비서직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비서직을 더 잘할 수 있게 노하우를 소개해주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나온 책도 너무 좋지만 중간에 표나 그림으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다음 책은 더욱 더 실한 노하우를 전수해주길 바란다. 비서의 대모로서 우리나라 비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한 몫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바람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