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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장기려
손홍규 지음 / 다산책방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한수연 작가가 쓴 <-사랑의 의사 장기려 박사 이야기- 할아버지 손은 약손>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동화책으로 구성된 책이다 보니까 장기려 박사의 업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위인전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어려서부터 신동이고 항상 1등으로 졸업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남으로 내려와서 여러 업적을 세운 것을 나열하는 등 천상 위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책을 읽었을 때는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이렇게 대단한 분이 있을까 하는 우러러보는 마음이 앞서서 한동안 멍~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산책방에서 나온 손홍규 작가가 쓴 <청년의사 장기려>란 책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장기력 박사를 말해주었다. 그래서 처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장기려 박사의 모습이 아니여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ㅋㅋㅋ
손홍규 작가가 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청년'의 모습이 많이 드러나 있다. 고뇌하고 방황하고 그러면서 성장해가는 청년, 그 모습이 바로 그 위대하게만 보였던 장기려 박사의 실체였던 것이다. 아마 그래서 중간까지 책을 읽어가면서도 이게 아닌데~ 멋있게 짠!! 하고 등장하는 영웅의 모습은 언제 보여주시지?? 하는 기대감을 버릴 수 밖에 없게 했다.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그가 어떤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그만 칭찬에도 붕 뜨고 조그만 시련에도 흔들리는 우리네 같은 사람이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쓰러지고 방황하고 고민하는 나약해보이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니 같은 사람으로서 나는 가진 자로서 못 가진 자를 배려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자각을 들어 한동안 가슴이 답답했다. 내가 내 욕심을 채우자고 항상 힘들고 짜증내고 아귀다툼을 했던 것 같아서 내 모습을 쉽게 바라보기가 두려웠다. 거기에 마귀가 있을 것만 같아서...
언제부터 내 모습이 이렇게 이기적인 모습이 되어버린 것인지, 나름 가진 것을 베풀겠다고 다짐하던 나였는데...
'같은' 크리스찬이지만 결코 '같다'고 할 수 없는 장기려 박사와 나와의 간극을 보면서 내가 가진 물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병원의 원장이면서 항상 헤어진 양복으로 살고 주머니에 가진 돈이 있으면 항상 거지들에게 나누어주고 그 비싼 입원비, 수술비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대신 자기가 돈을 내어주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을 보면서 남들보다 조금은 나은 삶과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자 했던 내 모든 치기가 아주 미련스런 행동으로 보인다. 책만 해도 그렇다. 요즘 책 때문에 엄마랑 항상 싸우는데... 그 모든 책을 한번 읽으면 족한 것을 싸들고 있는 것도 참 미련하고 지금 당장 못 읽을 상황이면 그만 사면 되는데 끝까지 아둥바둥거리면서 사제끼는 것은 정말 곰곰히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이번에 보너스가 나왔다. 그 돈으로 동생 용돈과 아빠 기름값을 드리고 나선 모조리 책을 사버렸다. 한 일에 비해 적게 나온 보너스도 문제이지만 그 문제는 차치하고서도 그 돈을 가지고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문제이다. 보너스라는 것은 월급 이외에 나온 돈이니 내겐 당장 없어도 되는 돈이다. 그런데도 그것까지도 내 욕심을 채우겠다고 아둥바둥거렸다는 것을 이번 책 때문에 알아 챌 수 있었다. 정말 허무하고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것이 물욕인 것을....어쩌자고. 어쩌자고.....
지금 당장 내가 사고로 죽는다면 아무 쓰잘데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항상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아서 후회가 막급이다. 장기려 박사의 위대한 업적도 물론 중요하지만 - 조선인 최초의 간암 수술 성공, 무료진료병원설립, 의료보험제도 시행, 무료진료봉사, 막사이막사이 상 수상 등등 - 그보다도 인간이라면 욕심낼 만한 물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위대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스찬이라면 누구나 따르고 싶은 예수님을 닮은 삶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