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통합의 리더십 - 열린 대화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미래형 문제해결법
아담 카헤인 지음, 류가미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책 표지 뒷면에 아직도 권력자와 사회의 리더들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 책은,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리더나 권위자가 아니라 그 문제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대화와 이해라는 무기를 가지고,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조율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이나 오랜 독재 속에서 자유를 잃어버린 파라과이의 문제나 퀘백 분리주의자들과 캐나다 연방주의자들의 고질적인 문제, 그리고 두 번의 내전을 치른 콜롬비아의 문제, 2주 동안에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뀌는 아르헨티나 문제 같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기적을 바라는 것처럼 무모하고 희망이 없는 해결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에서 이뤄낸 일들을 가지고 분석적으로 대화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평화로운 해결방법을 가능케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아담 카헤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날아간 것으로 이 모든 기적은 시작된다. 그곳은 소수 백인 정부가 이십 년 동안 감금해온 넬슨 만델라를 석방하고,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민족의회를 포함한 다른 흑인 반대세력이 세운 정당들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두 정치세력이 새로운 탈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 전례 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새로운 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시나리오가 필요했는데, 아담은 자문 역할로 그 기적적인 역사의 현장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임무는 시나리오 기획팀을 위해 방법론적인 조언을 하고 워크숍이 잘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었다.
워크숍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영향력 있는 스물두 명의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모았는데, 아프리카민족회의, 급진적인 범아프리카회의, 강력한 조직이었던 광부노조, 남아프리카공산당의 좌파 세력과 그들과 오랫동안 적대해온 백인 사업과와 학자들을 포함시켰다. 이 집단을 작은 모임으로 나누어서 10년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래에 대한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보게 했다. 그 때 나온 30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다시 합치고 간추려 9개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아름다운 몽플레 센터에서 치러진 이 워크숍은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시 간추리고 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새로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열의를 가지고 임했다. 두 번째 워크숍에서 9개의 시나리오 중 4개를 선택했고 세 번째 워크숍에서 4개에 대한 최종 시나리오를 다시 짰다. 네 번째 워크숍 때는 이 4개의 시나리오를 고위층을 비롯한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고 시나리오의 타당성을 시험했다. 이 4개의 시나리오 중에서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도 있고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도 있었는데, 이것으로 국민과 대화하기를 원했던 참가자들은 주요 주간지에 이것을 싣고, 미디어 토론회를 개최하고, 만화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배포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시민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지도자를 상대로 100번 이상의 위크숍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래상을 보여주는 시나리오를 공개해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바꾸는데 참여하도록 했으며 지도자들은 자신이 속하고 있는 정당, 조직 등의 주요 정책들을 실제로 바꿀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왔고 1996년도부터 '성장과 고용과 재건설'이라는 정책을 수행할 수가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난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노사 간의 갈등, 환경주의자와 경제주의자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갈등의 연속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갈등에 파묻혀 살진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단순히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워크숍에서 무력적인 방법이나 권위적인 방법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다니 말이다. 정말 기적이 아닐까. 이 모든 기적을 직접 옆에서 지켜 본 아담은, 두 가지의 질문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첫 번째 질문은 몽플레 기획이 왜 그토록 중요하고 특별한가이고 몽플레 기획 참가자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나 하는 것이었다. 모든 분석을 거친 후에 그는 첫 번째 질문의 답을 알 수 있었다. 낮은 복잡성을 가진 문제는 권위자의 지시에 따르면 완벽하게 풀 수 있지만 복잡성이 높은 문제는 문제의 당사자들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어 조직 전체를 변화시킬 때만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몽플레 기획이 중요하고 특별한 이유는 사회를 창조적으로 혁신하는 데 매우 알맞은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부분에 대해서 다 고려했고 각 정치 지도자나 정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가했던 워크숍였던 까닭에, 이 현안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을까.
두 번째 질문은 그가 다른 성공했던 워크숍과 실패했던 워크숍을 두루 경험해보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워갈 수 있었다. 그것은 크게 말하기와 듣기로 나눌 수 있다. 일단 말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 발도 양보하지 않고 맞서는 방식과 지시하는 방식, 예의바르게 말하는 방식은 절대 화합으로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스크 민족주의자와 스페인 정부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날아간 곳에서는 서로 한 발도 양보하지 않고 맞섰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다. 그들은 아담과 이야기하는 것은 환영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주저했고 서로 말할 수 있는 통로조차 만들어 두지 않았다. 또한 오랫동안 독재자의 지배를 받아온 파라과이에서는 지시하는 방식이 익숙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어려운 곳이었다. 우리나라도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때 경험했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말했던 것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어느 누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아담의 고향인 캐나다 연방주의자들과 퀘백 분리주의자들은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예의를 갖춰 말하기에 그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좀더 상황이 무르익어야 풀릴 수 있는 것이기에 그들에게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었다.
그래서 크게 말하는 방식으로만 서로의 상황과 현실을 이해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군대, 불법 마약상, 좌파 게릴라 반군, 우파 자경단원들이 판을 치는 콜롬비아에서의 워크숍이 성공적일 수 있었다. 아직 성공한 워크숍처럼 그들의 사회에서 폭력을 근절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것이 하나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랬기에 그 워크숍을 후원한 국제연합이 그들의 시나리오를 '미래를 예언한 보물'이라고 평가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단순히 말하기만을 가지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듣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들을 때에도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한데, 그것은 열린 마음으로 듣기, 반성하며 듣기, 감정이입하며 듣기 방식이다. 휴스턴에서 열렸던 워크숍에서 열린 마음으로 듣는 방식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휴스턴 기업가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은 반면, 정부와 정치가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가들이 문신을 한 사람들의 집회에서 그들을 인터뷰하고나선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느껴본 경험이 그들에게 열린 마음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거대 기업의 백인 사업가들이 공동체를 이끌어가게 해선 안되고 소수민족 사업가, 영성 사업가, 규모가 작은 회사의 사업가들을 포함시키켜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과 정치가와 공무원, 시민사회 지도자들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과제를 정할 수 있었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반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사례는 아담이 전에 몸담은 적이 있었던 회사, 쉘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대 석유 회사였던 쉘은 전세계를 주무르는 힘이 있었지만 수명이 다한 대형 시추선 브렌트스파호를 북해에 버리려다 들킨 사건 때문에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게 되었다. 그 사건이 지난 후 왜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스스로 반성을 하지 못했는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반성의 시간이 없다면 아무리 말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감정이입하며 듣기방식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스 대학에서 있었던 워크숍에서 일어났다. 서로에게 악감정이 있는 흑인 학생과 백인 교수진 그리고 행정부의 갈등이 상당히 심했는데 거기에서 아담은 한 명씩 일대일로 만나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리하게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입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드러내게 도와주는 것과 상대방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바로 감정이입이라는데... 너무 바쁜 나머지 요즘에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기도 쉽지 않고 더군다나 감정이입하는 것은 생각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내가 뭔가 하고 있을 때 누가 말을 시키면 그를 보지도 않고 대답을 하는 아주 나아쁜 버릇이 있다. 그런 후에 다시 생각해보면 상대방이 정말 기분이 나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또다시 그런 순간이 오면 바쁘다는 이유로 항상 넘어가버린다. 상대방도 나만큼 바쁘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난 상대방도 인간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ㅋㅋ) 꼭 누가 말을 시키면 하던 것을 멈추고 눈을 보며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러면 생길 만한 갈등도 이미 예방해버릴 수가 있지 않을까